●도서명_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 ●지은이_최성규 ●펴낸곳_시와에세이 ●펴낸날_2020. 1. 30
●전체페이지_120쪽 ●ISBN 979-11-86111-75-8 03810/신국판변형(127×206) ●문의_044-863-7652/010-5355-7565 ●값_ 10,000원 ● 입고 2020. 1. 20
암흑물질 같은 일상에서 각양각색의 별, 시를 발견하다
최성규 시인의 첫 시집『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을 시인답게 하는 것은 일상을 애달프게 바라보는 마음에 있다. 최성규 시인에게 일상은 우주다. 일상은 시인의 애달픔을 거쳐 시의 언어로 변화한다.
아버지는 지금 중환자실에 계십니다 생일이 지난 지 보름도 채 안 된 정월 스무여드렛 날 아버지는 털신을 가지런히 벗어두고 맨발로 어디론가 멀리 떠나시려 합니다 얇은 하늘색 담요 밖으로 삐져나온 아버지의 맨발이 고비사막 한가운데를 건너고 계실까 싶은데도 아버지에게 털신을 신겨드릴 수가 없습니다 간지러운 오전 햇살에 마른기침 한번 하시면 참 좋으련만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는 의사의 말이 혹시 새로 사드린 신발 때문인가 싶어 도저히 눈물을 참을 수 없습니다 신발을 선물하면 헤어진다는 속설이 진짜가 되어버렸습니다
―「오마주(hommage) 2」 부분
시인은 독특한 관점으로 “하늘색 담요 밖으로 삐져나온 아버지의 맨발”을 안타깝게 바라”본다. 하지만 “털신을 신겨드릴 수가 없”다. “신발을 선물하면 헤어진다는 속설” 때문이다.
“혹시 새로 사드린 신발 때문”에 아버지가 “오늘을 넘기기 힘들다”고. 담담하게 미신을 이야기 하는 시인의 태도는 오히려 슬픔을 배로 만든다. 미신은 시인을 만나 슬픔의 언어로 변화한다.
또 “아무래도 몸살 꽃 피려나 보다/주르륵 기운들이 빠져나가자/의무실 미스 전이/연분홍 게보린을 들고 와서는/“이것을 몸속에 심어 보세요”「유월 1」,“산다는 게/닦아도 닦아도 벗겨지지 않는/양은냄비 밑보다 질겨”「새벽 두 시」, “먼 길 떠나겠다는데/어떤 사유를 첨부해야 할까/마지막 남은/한번의 절차//나에게로 돌아가는 길이라도/타당한 이유가 있어야 한다는데”「사직서를 쓰며」처럼 일상적인 사건을 시인의 내면에 맺혀 있는 상처로, 우리의 눈앞에 시로 펼쳐 놓는다.
이 세상에서
너만큼 예쁜 무늬를 가진
꽃이 어디 있으랴
겉으로는 차가운 향기
속으로는 수많은 별빛을 품고 있구나
함부로 사랑하면 안 된다고
가까이 다가오면 눈멀게 할 거라고
꽃 꺾어 곁에 두고 싶은 나의 욕심을
오히려 가르치는구나
너는 그런 꽃이었구나
열병을 몸으로 견뎌내야만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다고
내게 말해주는구나
어둠 속에서 더 잘 보이는 꽃
눈부신 푸른 섬광 가슴에 품을 수 없는
이 세상 가장 뜨거운 꽃이었구나
―「강철 불꽃」전문
“이 세상 가장 뜨거운 꽃” 바로 시다.
시는 “겉으로는 차”갑고 “함부로 사랑하면 안”되고 “곁에 두고 싶은 나의/욕심을 오히려 가르”친다.
시를 쓰는 일은 “열병을 몸으로 견”뎌 내야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고 마주할 수 있는 일이다.
일상이라는 컴컴한 우주에서 시인에게 시는 “어둠 속에서 더 잘보이는 꽃”처럼 어디로 가야할지 알려주는 밝은 별이다. 특별하지 않은 하루, 지치고 지루한 생활, 눈치보고 이리저리 치이는 생활에서 시인은 내면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아픔을 “몸속에 심어” 우리는 공감, 치유, 위로 받는다. “벌써 나왔어야 할 것이/또 한 해를 집어삼키고/이제서야 기어 나왔다”는 시인의 말처럼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우리는 시인의 시를 마음으로 끌어당겨 “별빛을 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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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제1부
사람에게만 있는 것·11
나는 생선 같아서·12
사람을 잃다·14
봄의 관찰 1·15
봄의 관찰 2·16
유월 1·18
유월 2·20
숨은그림찾기·22
즐거운 요리·24
내 안의 말·26
하산(下山)·27
새벽 두 시·28
첫눈·30
황태덕장·31
돌 속의 나무·32
제2부
또 다른 이름·35
서서 먹는 밥·36
지방근무·38
오마주(hommage) 1·39
오마주(hommage) 2·40
아버지의 바람 1·42
아버지의 바람 2·44
사직서를 쓰며·45
물맛이 쓰다·46
순댓국을 먹는 아침·47
올라가기·48
질경이꽃·49
주말부부·50
도마 위의 여자·52
반시(盤柿)·53
제3부
고장 난 다리·57
사마귀·58
안산역에서·59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60
바람의 촉을 깎다·62
유연한 혹은 딱딱한·64
남태령·66
호두호밀햄치즈샌드·68
꿈, 길마중·69
가을이 내게로 왔다·70
단편으로 읽는 하루·72
나의 감옥·74
적인가 사랑인가·76
오늘·77
그 여자의 방·78
제4부
틈·83
연필을 깎다·84
면도기를 파는 점원·86
강철 불꽃·87
실제상황·88
장마가 시작될 때·91
바다꽃·92
껍데기의 숲·94
빨래를 하며·96
오십 번째 집들이 초대장·98
박쥐·99
밤마다 윗집이 궁금해진다·100
벽·102
전봇대·103
즐거운 상상·104
해설│정윤천·105
시인의 말·119
■ 시집 속의 시 한 편
유서 같은 시를 써서 내밀어도
아내는 모른다
내 시를 모른다 아내는
시 속에 숨어 있는 메타포(metaphor)를 모른다
내 몸에 쌓여 있는 시체 같은 언어들의 죽은 모래 무덤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른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 아내는
그러나 월급날은 귀신같이 안다
신용카드 결제일은 절대로 잊어먹지 않는다
신인상 상패가 며칠째 방바닥에 굴러다녀도
수년 동안 시 한 편 쓰지 않고 살아도
아내는 나에게 요즘 어떻게 사냐고 물어보지 않는다
시 한 편 벌어 오라고 바가지조차 긁지 않는다
시보다 재미있고 맛있는 게 너무도 풍부한 시대
시인이 된다고 덤비는 것은
언제든지 굶어 죽어도 좋다고 선언하는 것
죽어서도 시를 쓰겠다는 형벌까지 감당하는 것
시집 한 권 만든다고 퇴직금 통장 내놓으라는 요구보다
시 한 편 값이 백 원도 안 되는 단가의 참혹한 현실이 알려지면 끝장이다
주말 멜로드라마를 뚫어지게 응시하며 멸치 대가리를 떼어내는
아내의 조용한 손놀림은
내게서 나의 시들을 완전히 분리시킨 다음
나의 육체만 사용하고 언어는 모두 수거해 버릴지도 모르는 일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사는데
나의 언어들아!
뜨겁게 끓다가도 한순간 식어서 맛없는 세상이 될지라도
육수보다 진하고 깊은 국물이 되어 보자
뚝배기처럼 뜨거운 한술 밥 누군가를 적셔주기 위하여
자글자글 지글지글 끓어 넘쳐 보자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 전문
■ 시인의 말
벌써 나왔어야 할 것이
또 한 해를 집어삼키고
이제서야 기어 나왔다
어쩌라는 것이냐
가슴속 울부짖던 태풍
다 지나가고
적막한 것은
여전히
그대가 오기로 한
그리움
온종일 타들어 가기만 하는
나의 껍데기들을
2020년 새해 아침
최성규
■ 표4(약평)
시인은 아무도 가보지 않은 길을,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길을 시를 통해서 가려고 하는 존재이다. 인간의 희로애락을 농담으로 무심히 흘리면서 그 길의 흔적을 지우며 가는 존재이기도 하다. 최성규 시인의 『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는 ‘떼’의 층위를 말(언어)로 소통할 수 없는 세상의 단면을 가로지르는 슬픔으로 밀어 올리면서 무용지용(無用之用)의 도(道, 길)를 걷고 있는 풍경을 보여주고 있다. 시인이 조우하고 있는 가족과의 관계, 죽음 등과 같은 생활의 단면들은 어둡고 비관적이지만 그의 시들은 허무한 듯 허무하지 않고, 괴로운 듯해도 괴롭지 않아 보이게 하는 힘이 넘치는 이유도 다의적 관음의 의미를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구와 사실의 팽팽한 긴장감을 보여주는 그의 필력은 시 읽기의 새로운 전형을 보여주기에 충분하고, 그가 왜 시인인지를 증명하기에 모자람이 없다._나호열(시인)
최성규 시인의 시들은 다중우주의 시학이다. 삶의 통찰을 여러 결로 보여준다. 암흑물질 같은 일상에서 각양각색의 별을 밝힌다. 아버지나 아내 등의 가족의 중력과 ‘돈벌이’의 척력이 갈등한다. 시를 쓰는 일과 야근하는 고단한 삶이 동시에 작동된다. 자본의 현장의 강철 불꽃은 낮에 피는 별인 셈이다. “유연한 혹은 딱딱한” 것이 별인지 모른다. 그가 던진 꿈이 별인 것이다. 아직 던지지 않은 것이 별인 것이다. 별과 돌멩이는 하나인지 모른다. 꿈틀거리는 딱딱함이 시의 중력인지 모른다. 끝없이 은유의 중력에서 벗어나려 돌고 돌지만 늘상 제자리이다. 그래서 무엇보다도, 시마에 걸린 그가 이룬 우주는 시우주이다. 이 풍장이 아름답지만 황태덕장에 그가 세운 시비(詩碑)는 어떤가. “셀 수 없이/그렇게 하였기를” 아! 우리는 야위어 가며 그렇게 서 있구나. 좋은 구절 앞에서 숨이 멎는다._김영산(시인)
■ 최성규
전북 익산에서 태어나 2018년 『예술세계』로 등단하였다.
첫댓글 최성규 시인의 첫 시집『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가 ‘詩와에세이’에서 출간되었습니다. 독자들에게 큰 기쁨과 감동 선사하는 시집이 되길 소망합니다.
고맙습니다.
너무 애쓰셨습니다.
무게를 함께 해주심에 깊은 감사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첫시집 상재
축하드립니다.
감사드립니다
부족함이 많았음을 느낍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중입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최성규 시인님, 첫 시집『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 출간을 축하축하합니다. 새해 첫 시집 설렘으로 문운 더욱 활짝 꽃 피길 빕니다.
회장님 감사드립니다.
글이 살아서 떼로 몰려와ᆢ
누구든 그들 밥상에 모여사는 글이 되도록 하겠습니다.
최성규선생님 첫 시집『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 출간을 축하드립니다
깊이.. 감사드립니다. 여러가지 부족한 게 많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최성규 선생님
좋은 시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부족함이 너무 많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매일 매일 좋은 날 되세요
최성규 시인님의 첫 시집『멸치는 죽어서도 떼 지어 산다』 출간을 축하축하드립니다.()()()
너무 늦은 답글로 감사인사 드립니다. 고압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