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詩 읽기] 흙 (문정희)
생명의 어머니
픽사베이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 보라
심장 저 깊은 곳으로부터
눈물 냄새가 차오르고
이내 두 눈이 젖어 온다
흙은 생명의 태반이며
또한 귀의처인 것을 나는 모른다
다만 그를 사랑한 도공이 밤낮으로
그를 주물러서 달덩이를 낳는 것을 본 일이 있다
또한 그의 가슴에 한 줌의 씨앗을 뿌리면
철 되어 한 가마의 곡식이 돌아오는 것도 보았다
흙의 일이므로
농부는 그것을 기적이라 부르지 않고
겸허하게 농사라고 불렀다
그래도 나는 흙이 가진 것 중에
제일 부러운 것은 그의 이름이다
흙 흙 흙 하고 그를 불러 보면
눈물샘 저 깊은 곳으로부터
슬프고 아름다운 목숨의 메아리가 들려온다
하늘이 우물을 파 놓고 두레박으로
자신을 퍼 올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문정희 (1947~), 시인
흙은 만물의 어머니라 불리울 정도로 생명력을 품고 있다. 흙의 생명을 포용하고 사랑하는 태도를 통해 모성성이 드러나는 시이다. 흙을 통해 강인한 어머니의 사랑을 엿볼 수 있다.
문정희는 1969년 《월간문학》신인상에 당선되어 문단에 등단했다. 시집으로 《문정희 시집》, 《새떼》, 《찔레》, 《하늘보다 먼 곳에 매인 그네》, 수필집 《지상에 머무는 동안》 등을 출간했다.
출처 : 마음건강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