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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 8편
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1]
보리 된장국과 어머니 /운정 김이철
군남면 찰보리밭 푸른 논길 모서리에
조각구름 걸터앉아 나를 쳐다봅니다.
낡은 한복 입은 엄마 모습 같아서
추억을 한 홀 한 홀 풀다 울고 맙니다.
오뉴월 땡볕 지글지글 끓는 날까지
먹을 게 부족했던 어린 시절
엄마가 끓여주신 보리 된장국
지겨워 먹기 싫다던 철없는 투정에도
오메오메 내 새끼 하며 입에 넣어 주셨지요
그마저도 먹지 못했음을 어머니
효도를 하고 싶은데 맛 나는 거 드리고 싶은데
어쩌지요 어떻게해야 합니까
엄마가 어머니가 안 계십니다.
무덤 앞에 진수성찬 차려 놓고 오열합니다
늘 오늘이 있을 뿐 내일이 없는 어머니
육신은 늙었어도 자식 사랑에 변함없을 어머니
모든 것을 자식에게 주어 텅 빈 가슴 어머니
잔디옷 입은 어머니 끌어안고 불러 봅니다
엄마! 엄마! 엄마! 어머니!
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2]
보릿고개 못 잊는 첫사랑일까 /정형택
사랑이라면
그래도 첫사랑이지
괜히 글자만 읽어도
가슴이 뛰는 이유
젊고 늙고를 떠나
누구네 가슴 속에서도 한켠을 자치하고
방을 빠져나가지 않는 이유
그 사랑 성공했다면
지금 내 곁에 있겠지만
실패했어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아
지금도 지울 생각을 하지 않는 이유
그 이유
삼사월 청보리밭을 지나면 안다
서러울수록 잊혀지지 않는 첫사랑 이야기처럼
눈물 없이 넘을 수 없었던 보릿고개 이야기는 어쩌랴
서러우면 서러울수록
애절하면 애절할수록
제 부 텃밭에서 1 杉 23
지금은 사랑으로 피어나는 이야기가
어디 첫사랑 얘기만 있겄느냐 ,
보리밥 점점 멀어져가지만
보리밥에 보리막걸리 한잔 거나하면
보릿고개 이야기는 잊혀진 첫사랑 얘기 풀리듯
무시로 풀려나고만 있더라.
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3]
찰보리 가락 /박정현
어린 시절 자신이 묻혀야 산다며
입술 깨문 자국 모진 비바람 견디어
서릿발 속에서 뿌리내려 굽이굽이 서러운 길
그 길 걷기 위해 어머니 생의
멍자국 같은 무릎으로 낮과 밤 지나
끙끙 밭두렁 밀고 끌며 허리 움켜쥐고
호미장단에 울고 웃으며
고추보다 매운 시절 평생을 바쳐
밭고랑 경전 읽기에 몰입하여
눈물겨운 이야기 지줄 대며 빗물되어 흘러갔다
아버지라는 숙제 그 귀퉁이가
낡고 닳아질 때까지 가뭄과 폭설로 짜 올린
계절 건너 끝도 없이 걸어와
초록 말씀이 귀에 흥건하도록
손바닥으로 땀과 하루를 움켜쥐고
사부작사부작 김매기하며 굽은 등 펴지 않았다
긴 한숨에 허기진 배 부여잡고
목말라 단잠 깨우던
가슴 아픈 서시 하늘로 하늘거린다
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4]
군남 푸른 바다에서 /예정 박덕순
24K 들녘 치마, 하늘 저고리 입고
황금빛 군남 찰보리 바다에서
감성의 끝을 향하는 추억 춤사위
아련한 기억 너머에서 손짓하는
단발머리 어릴 적 미소의 회상
울컥, 건조한 눈물이 흐릅니다
모든 게 고마웠고
모든 것이 미안했던 날들에 대한
부족한 보은이란 이유 때문만은 아닌
잃어가고 있는 소중함의 흔적과
감사해야 할 것들에 대한 후회
조금 전까지의 실수들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겨울을 이겨 내고 당당히 선 행렬들이
합창으로 선명하게 들려오는 소리
언제나 지금이 시작이라며 박자를 더합니다
굶주림의 끝까지 남았던 보리밥을 들고 계신
어머니의 음성으로 들리는 독창
느끼고 반성이라면 괜찮은 삶이라 하십니다
멍하니 서 있는 허수아비 바라보며
아름다운 인생을 위해 또 하나 배움 담습니다.
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5]
찰보리 춤추는 지내들 /현창 이태범
어머니 굵은 손가락 부르튼 손으로
하나둘 쌓은 소원 지내들 돌탑이 되고
아버지 마른 눈물로 쌓아 올린 작은 별
지내들 옹기 돌탑 위에서 반짝거립니다
동지섣달 엄동설한 눈보라 불어와도
칼바람 이겨내는 지내들 푸른 찰보리
허수아비 머리 위에 졸고 있는 참새야
훨훨훨 훨훨훨 가거라 꿈을 찾아가거라
어린 세월 어디 가고 늙은 세월만 남았는고
지내들 옹기 돌탑 위에 걸려있는 수많은 별
어머니의 눈물인가 아버지의 주름인가
허수아비 어깨춤에 황금물결 넘실댑니다
투박했던 지내들에 푸른 물결 넘실대고
보리피리 장단 맞춰 노래하는 개구리들
쭉정이 없이 튼실하게 영글어 풍성한 찰보리
붉은 저녁노을 어머니 아버지 닮았습니다.
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6]
영광 지내들은 시집이다 /김영순
사부작거리며 걷는 지내들은 볼거리 많은 시집이다
엄동설한에도 본심 잃지 않고 봄노래 부르는 새싹은 시 눈이다
밭이랑사이로 재잘거리는 풀꽃들은 전부 시어다
칭얼대는 봄바람에 물씬거리는 향기는 풋풋한 시향이다
구성지게 나풀대는 나비 날갯짓은 시의 첫 문장이다
보리깜부기 낚아채는 바람소리는 잊지 못할 시집 한 페이지
짝짓기하다 놀란 파랑새 날아오른 날
꿈에도 보이지 않는 첫사랑이 사뭇 그리워지는
첫 키스 벌렁거리는 가슴이 사는 들녘은 추억에 시 밭이다
종일 참새 떼 왁자하게 흩뿌린 울음소리는 시의 울림이다
보리수염에 뽈깡 매달린 이슬은 읽을수록 번뜩이는 구절
둔덕에 앉아 보리피리 불던 개구쟁이들 모습은 저절로 되살아나는 명구다
보릿고개 넘어갈 때 막걸리 한 잔에 이석증 같은 허기 달래던 순간들은
아직 잡아두지 못한 이미지다
누군가 찍어놓은 발자국은 꿈틀거리는 여운이다
햇살이 쓰다듬고 간 벌판은 온통 설렘이다
오래도록 간직하며 읽고 싶은 푸른 시집이다
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7]
보리싹 시루떡 /박선영
밭고랑 골골마다 엄동설한 목을 밀어
푸르름으로 가득 채운 지내들 보리밭
가꾸지 않고 놔둬도 겨우내 쑥쑥 자라
이른 봄 나가보니 발목 지게 자랐습니다.
그 연약한 푸르름 쑤욱 쑥 희망으로
소쿠리에 담아오면 보리싹 문지르고
차조 쌀 섞어 섞어 옹기 시루 층층 마다
앉혀두고 기다리면
그 봄날 운치 섞인 보리싹 시루떡 눈에 선합니다.
추억에 배부른 오후, 눈으로 시루떡 올려놓고
시심으로 뚜껑 덮으니 미소가 모락모락
아, 배고픔이 채워지고 아름다움 춤추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모든 게 내 마음속에 답이 있어서
시끄럽고 허덕이며 살 이유 없었거늘
숨가팠던 시간에 미안해 집니다.
지내들 겨울 밭길엔 꽃도 잡초도 없지만
내가 있어 화려하다며 웃다가 돌아섭니다.
제1회 영광찰보리 전국 시낭송 대회 지정 詩----------------[8]
무명 여가수의 일기 /여빈 이종숙
작은 방에서 혼자 공연합니다.
관객도 박수도 없습니다.
침묵과 내 노래만 있습니다.
화려하고 예쁜 공연 의상과
사계절 꽃 피는 오선지와
나를 사랑하는 내가 있습니다.
진심으로 나를 위해 노래하고
누군가의 위로를 위해 노래하고
내 노래로 웃을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대가 좋아 노래함도 아니고
인기와 박수를 탐함도 아닌
온전히 나를 사랑하며 걷는 길입니다.
그러다가 작은 무대에 서서
나의 노래로 울고 웃을 때
행복의 티켓 몇 장 더 얻어갑니다
내가 부른 가사가 허공에서 놀다가
구름에 섞여 떠나고 나면
텅 빈 가슴에 노랫말 담다가 잠이 듭니다.
무명 여가수, 외롭고 슬프지 않은 이유는
내가 노래를 사랑하고, 노래가 나를 사랑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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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네ㆍ함 도전해볼께요
샘! 지름길 가르쳐주시길요^^
저도. 도전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