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에는 아르코예술극장 국제무용제에 왔는데 1시간 여유가 있어서 기타 칠 곳을 탐색하니 마침 마로니에 공원 야외 음악당이 텅 비어있습니다.
주변에 아무도 없길래 무대에 올라 기타를 쳤는데, 어라! 한 두 명씩 다가오더니 무대에 걸터앉아 대 여섯 명이 나의 연주를 감상 합니다. 용기를 얻어 연주곡 몇 곡에 이어 노래도 두 곡.. 알흠다우신 분이 멘트도 주시고 반응이 괜찮네요
녹음이 어떨까 시험을 해봤는데 무반향에 주변 소음이 심하고 해서 앰프 없이는 도저히 안 되겠군요
(시원하니 매미 소리는 좋네요)
공연 시간이 임박해 아르코예술극장에 들어가니
로비에서부터 충격적인 퍼포먼스가 펼쳐지고 있습니다
장애인 국제 무용제 마지막 날
이층에서 넓은 스테이지를 내려다보는 시점이었는데,
목발과 휠체에 의지한 동작과 전체적인 구성이 다체로왔고, 목발로 물구나무서기를 해서하는 동작은 오히려 정상인 보다 훨씬 큰 스케일로 느껴져 박수갈채가 쏟아진다.
저 장애인은 그 몸짓으로 보아 전문 무용수인 것으로 보이는데.. 어째서 장애가 되는 신체로 무용수가 되었을까? 예술을 하고 싶으면 악기 연주자가 되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가늘고 왜소한 소아마비 다리가 핸디캡이 되지 않는 그런 직업은 얼마든지 있는데 굳이 왜?
예전에 충격적으로 보았던 유튜브 영상 하나가 떠올랐다.
https://youtu.be/XuIkrsdrJLY?si=ibJ5HA7koeu6YkNu
"그래, 손이 없어도 기타가 좋으면 기타를 치는 거고
다리가 없어도 춤을 추고 싶으면 춤을 추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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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금호 아트홀에서 7:30분에 있는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듀오 인데, 장애인 무용제가 5:30분쯤 끝나서 상당히 여유가 있어 늘 가는 연세대 입구 김치찌개집에서 저녁을 먹으려 했는데, 아뿔싸 너무 골몰하게 이 생각 저 생각 하고 걷다가 보니 한참을 지나처 이미 캠퍼스 안을 걷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다시 내려가기도 그렇고 그냥 끝나고 먹는 거로.. 😢
"꼬르륵~!"
나는 연세대 캠퍼스 안에 있는 금호아트홀 때문에 여기 참 자주 오게되는데, 이 넓고 좋은 교정에서 기타나 그 외 기타 등등을 하는 학생을 한 번도 보지 못한 게 참 의아합니다.(우리는 세상의 모든 악기를 기타와 기타 등등으로 분류함)
칼세이건이 "이 넓은 우주 공간에 생명체가 우리만 있는 거라면 이건 너무 심각한 공간의 낭비다!"라고 했는데..
저 정문 밖 시끄러운 길가에서 앰프 틀어놓고 왕왕거리는 버스킹을 하거나 코인 노래방은 언제나 북적거려도, 이렇게 곳곳에 벤치가 있고 아름답고 호젓한 캠퍼스가 낭비되고 있다는 건 도무지..
ㅡ나름으론 애정을 갖고 편곡해서 열심히 연습을 하는데 아직도 만족스럽게 연주가 안 되는 '빈산'ㅡ
우측엔 대학생 커풀이 연애에 바쁘고(기타도 없이 무슨 낭만으로..ㅉㅉ~), 이곡 끝나고는 좌측에 정체를 알 수 없는 중년 커플 두 쌍이 도시락을 열심히.. 나는 기타를 열심히.. 이따금 지나가는 사람들.. 각자 서로 관심 없이 저 할 일들 했네요~^^;;
바이올린과 비올라 듀오는 흔하지 않은 조합이라 호기심이 있었는데..
아마추어 같은 무대 매너에 내용 전달이 안되는 매끄럽지 못한 멘트.. 악보대로 잘 하지만 뭔가 맥락을 못 찾고 있는 연주.. 베토벤이 본다면 화를 내겠지만, 그나마 나는 바이올린과 비올라의 어우러지는 소리에 만족하겠다며 그럭저럭 자족하며 듣고 있는데..
중반을 넘어가면서 연주자들이 서서히 각자의 자기 세계로 빠져드는 것이 느껴지기 시작합니다. 생전하는 작곡가의 곡 등, 아마 앵콜 곡으로 연주된 '나의 살던 고향은'을 제외하면 모두 처음 듣는 곡들이라 더욱이 그런 신선한 느낌을 받았던 거 같습니다. 현대 음악이라 하지만 전위적이거나 그리 난해하지 않은 유쾌한 곡들.. 특히 단순하게 흐르는 어느 대목에서는 이제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비올라의 깊은 소리에 심한 감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나의 음악 여행과 기타 방랑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입니다.
첫댓글 음향장비도 없는데 힘찬 기타반주소리와 매미울음소리가 잘 어울립니다.
들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