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존중ㆍ역지사지’로 부서의 벽 허물자!
부서간 그리고 계층간 가로놓여 있는 보이지 않는 벽의 증상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될 수 있다. 오로지 나와 내 부서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는 것이 그 첫 번째고, 조직원들 각각의 생각과 행동이 융화되지 못해 기업 가치가 좀처럼 향상되지 않는 것이 그 두 번째다. 이처럼 기업의 발전을 가로막는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자.
<편집자주>
글ㆍ이인정 / CEO리포트
상호존중 · 역지사지가 기본정신
마음 속 깊이 쌓아두는, 상대 혹은 타부서에 대한 불신의 벽은 시간이 가면 갈수록 높아져만 간다. 그 벽을 허물 첫 번째 망치는 상호존중의 정신이다. 내 책임 혹은 상대방의 책임을 따지기에 앞서 마음속에 상대에 대한 존중이 자리하고 있으면 어떤 상황 하에서도 불신의 벽은 있을 수 없다.
한 명 한 명의 구성원과 이들 구성원들로 이루어진 조직, 그리고 그 조직들로 이루어진 하나의 거대 공동체 안에는 알게 모르게 서열이 존재한다. 구성원과 구성원 사이에도 존재할 수 있고 부서와 부서 사이에서도 나타날 수 있다. 이는 상대방 혹은 타부서의 업무를 하찮게 여겨 나와 내 부서의 지위를 높이려는 경쟁사회에서의 생리가 원인이 될 수 있다. 당연히 부서간 업무협조는 순조로울 수 없다. 이처럼 횡행하는 개인·부서간 나타나는 서열의 경계는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낸다. 이 벽을 허물기 위해서는 ‘상호존중의 망치’를 이용해야 한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려면 내 업무와 네 업무의 경중을 따져서는 안 된다. 내가 하는 일, 내가 속한 부서가 하는 일만 대단하게 여기고 상대 혹은 타부서가 진행하고 있는 일에 대해 한번이라도 폄하한 적은 없는지 반성해보자. 지금부터 상대가 하는 일, 타부서가 하는 일에 대해 존중하는 마음을 가져보자. 나와 다른 일을 하고 있는 그들에 대해 항상 존경심을 가지고, 협조하며 말과 행동에서 친절함을 잃지 않도록 노력하자.
상호존중의 마음이 자리잡았다면 ‘역지사지의 망치’가 자연스럽게 발동되어 더욱 빨리 그리고 더욱 세차게 보이지 않는 벽을 허물 것이다. 나보다 상대방을 먼저 생각하는 역지사지의 정신, 보이지 않는 벽을 없애는 두 번째 망치다.
기업가치 공유, 원활한 커뮤니케이션 중요
부서간 꽉 막힌 의사소통 또한 보이지 않는 벽을 만들어낸다. 바람처럼 술술 통하는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으로 서로간에 넘지 못할 벽을 허물어뜨려 보자. 거대 조직 내에서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은 온몸 구석구석에 산소를 공급하는 등 인간의 생명을 지탱해주는 혈액과 같은 역할을 한다.
조직이 하나되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게 하는 커뮤니케이션은 우선 기업의 목표와 이념을 전 조직이 공유하는 것을 통해 이뤄져야한다. 기업에서 인재를 뽑을 때나 구성원을 평가할 때도 ‘기업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가’하는 점을 중요시해야 한다. 즉, 개인이 가진 능력에 초점을 맞추어 사람을 뽑기보다 회사의 가치와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을 우선시해야 하며, 구성원 평가에 있어서도 성과보다는 기업가치의 공유에 더 큰 비중을 실어줘야 한다. 즉, 거대 톱니바퀴를 돌려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힘은 전 구성원이 하나의 기업가치를 공유하고 하나의 목표아래 단결할 때 나타난다.
부서간 인적·업무 교류도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첫걸음이다. 조직원들간의 교류나 서로의 업무에 대한 정보교류가 자연스럽게 이뤄지면 부서간에 생긴 보이지 않는 벽도 점점 설자리를 잃게 된다.
토론문화, 개방적 기업문화 정착해야
그렇다면 이를 위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우선 전혀 생소한 부서가 아니라면 타부서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기·비정기적으로 부서간 인적교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한 방법이다. 즉, 연구개발, 생산 부서의 직원들을, 판매현장에 내보내 고객을 가장 가까이 접하는 부서의 일을 파악하게 한다거나 영업, 마케팅부서의 직원들을 생산 부서로 보내 타부서의 업무를 공유하도록 한다. 이는 타부서의 업무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향후 이러한 이해를 기반으로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가치도 향상시킬 수 있게 된다.
다음으로 각 부서간 수평적 업무교류도 중요하다. 하나의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각각의 구성원과 나아가 각 조직원들의 생각과 행동이 일치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그 하나의 프로젝트에 대한 전체적인 이해가 선행되어야한다. 이는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상대와 타부서가 그 프로젝트를 완성하기 위해 진행하는 업무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이를 위해 각 부서별로 업무계획을 확정하고 그 확정된 계획을 전 조직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도표화하는 방법들을 통해 서로의 업무를 공유할 수 있다.
최근 많은 기업들이 주목, 실천하고 있는 개방적 토론 문화도 의사소통을 원활하게 한다. 이제 과거의 권위주의, 관료주의적 기업문화는 환영받지 못한다. 조직간 직급간 허물없는 자유롭고 개방적인 기업문화만이 발전적 토론문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이는 상하좌우 인적·업무 교류의 원활화를 만들어내며 향후 조직의 커뮤니케이션을 바람처럼 술술 통하게 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CR)
부서 이기주의 극복 사례들
인적교류 통한 부서 이기주의 타파
외국계 기업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즈는 ‘플렉서블 오피스’라는 독특한 업무환경을 구축함으로써 조직내의 크고 작은 이기주의를 없애는데 큰 성과를 봤다. ‘플렉서블 오피스’는 직원 스스로 자신의 업무영역을 선택하도록 하는 시스템으로, 직원은 전날 예약한 자리의 컴퓨터에 자신의 ID가 부여된 스마트카드를 꽂음으로써 그 전날의 업무를 이어갈 수 있다.
이 시스템의 도입이후, 회사 직원들에게 크고 작은 변화가 생겼다. 직원들간의 빈번한 자리이동으로 타 부서직원들과의 교류가 많아지고 그만큼 일에 대한 정보교류도 활성화 된 것. 업무 협력체제도, 보다 빨리 그리고 보다 효율적으로 이뤄지게 됐다. 그 결과로 생산성이 30%나 향상됐다. 부서 이기주의에 대한 문제점을 발견한 기업들은 가장 먼저 부서간의 인화(人和)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한다. 사람들끼리의 교류가 있어야 정보교류도 자연적으로 이뤄진다는 생각에서다.
C사는 사내에 난무한 부서 이기주의의 원인을, 직원들이 입사하면 줄곧 한 부서에서만 근무하기 때문으로 봤다. 즉 한 분야에서만 업무숙련도가 높은 직원들은 좀처럼 타부서의 업무를 이해하려들지 않고 혹 무슨 문제가 생기면 타부서의 탓으로 돌리기에 급급했던 것. 이에 C사는 전혀 생소한 부서가 아니라면 타부서의 업무를 이해할 수 있도록 정기적인 부서간 인력교류가 이뤄지도록 했다.
즉, 연구개발·생산·재무 부서의 직원들을 정기적으로 판매현장으로 내보내거나, 영업·마케팅 부서의 직원들을 생산 부서로 보내 서로의 업무에 관해 이해하도록 한 것이다. 이로써 직원들은 타부서에서 어떠한 일들이 진행되고 있는지 공유할 수 있게 됐고, 업무교류도 원활히 이뤄져 그만큼 기업의 생산성도 증가하게 됐다.
수평적 업무교류 통한 부서 이기주의 타파
제너럴 모터스(GM)는 지식경영시스템인 DDP(Dialogue Process)를 도입, 타 부서원들과의 수평적 업무교류가 가능하도록 했다. 이 시스템의 활용 이후 직원 상호간의 대화가 촉진되고 정보공유와 학습이 더욱 활발해 졌다.
신발, 가방 등을 개발·판매하는 B사. 이 회사의 가장 큰 문제점은 업무 흐름이 한 부서 안에서만 상하간 수직적으로 흐르는 것이었다. 이 때문에 부서간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란 도저히 기대할 수 없었다. 이 회사의 신제품 개발은 늘 제품개발실의 독자적인 일로만 여겨졌다. 생산, 영업, 마케팅, 연구개발, A/S 부서 등 각 부서들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잘 팔릴 수 있는 제품에 대한 정보를 취합, 분석하지 않고 일을 진행했던 것.
결국 소비자의 기호와 시장의 빠른 변화를 받아들이지 못해 부도위기로 몰리자, 자신들의 문제 파악에 나섰고 타부서와의 공유를 통한 업무체제로 회생의 빛이 보이게 됐다. B사는 타부서와의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서로 사전협의를 거쳐 각 부서의 업무 계획을 확정하고 그 확정된 계획은 전 부서의 부원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전 공정을 하나의 도표로 관리하도록 했다. 이를 통해 한 부서에서 진행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회사에 중요부분을 차지하는 업무라면 여러 부서를 관통한 수평적 업무교류가 원활히 이뤄지도록 했다. 나보다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정신무장도 부서 이기주의를 없애는 좋은 방법으로 채택되고 있다.
삼성SDI는 ‘부서 인터넷 홈페이지 경진대회’를 통해 부서원간 친목도모와 효율적인 의사소통 네트워크를 형성한 바 있으며, ‘한사랑 메아리 운동’을 꾸준히 전개, 사원 상호간의 신뢰를 쌓고 업무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 등 부서 이기주의 근절에 앞장서고 있다. (C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