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 엉망진창1
미친 듯이 물로 씻어봤지만 잘 지워지지 않았다.
워터프루프랬는데…….
워터프루프랬는데…….
물에는 왜 안 지워지고 눈물에 지워지는데!!
비치된 물비누를 죽죽 짜서 문댔다.
멈추지 않는 눈물과 비누가 한데 엉켰다.
"쯧쯧. 그렇게 비비다간 주름 생겨."
핑크색 리무버와 화장 솜을 세면대에 턱 내려놓은 이는 유비씨다.
"울긴 왜 우니? 여자가 왜 화장을 하는데? 눈물 안 흘리려고 화장하는 거야. 알아?"
목이 메어서 뭐라고 말도 못하고 리무버로 닦아냈다.
다 닦아 낼 즈음 유비씨는 자신의 파우치를 내려놓는다.
"깔끔하게 쓰고 돌려줘."
"근데 유비씨. 아직 여기 회사야. 우리가 동갑이래도 난 선배고……."
"지금 선배 같아야 말이지. 완전무장하고 돌아오면 선배 대접해줄게."
그녀는 휙하니 돌아 또각또각 구두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휴지로 물기를 대충 닦아내고 그녀의 파우치에서 이것저것 꺼내 바르고 자리로 돌아오니 다들 나만 쳐다본다.
"뭣들 해. 회식하려면 일들 빨리 끝내."
팀장이 눈치를 줬다.
업무시간이 끝나도록 이아는 일을 끝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아씨. 완성까지 얼마나 걸릴 것 같아?"
"대략… 30분정도요……."
"좋아. 그럼 이아씨 마치고 여기로 와. 절대 빠지지 말고. 가서 주문해 놓을 테니까."
"네."
팀장은 음식점 명함 하나를 책상위에 올려주고는 직원들을 데리고 우르르 나갔다.
홀로 남겨진 사무실은 왠지 섬뜩하기까지 하다.
빨리 끝내고 나가고자 박차를 가했다.
30분이 다소 지나서 일이 끝나고 어깨를 펴줬다.
어깨에 알이 뭉친 듯 한 기분 나쁜 통증이 머리꼭대기까지 퍼진다.
폰을 보니 직원들이 죄다 어서 오라는 독촉 문자들을 보냈었다.
재빠르게 자리를 정리하고 택시를 잡아탔다.
퇴근시간이라서 그런지 길이 막혔다.
문득 민우가 생각나 술 많이 먹지 말라는 당부의 말을 전하고 자신도 오늘 술을 마신다는 보고를 하고자 전화를 걸었다.
실은 민우에게서 많이 마시지 말라는 걱정해주는 답을 기대하고 있었다.
"여보세요."
[웅성웅성]
"여보세요."
[웅성웅성]
아무리 전화기에 대고 여보세요를 외쳐도 시끄러운 주변의 소음들만 들려왔다.
"벌써 취한 거 아냐?"
전화를 끊으려던 차에 목소리가 들려왔다.
[누구세요?]
여자목소리다.
"아. 윤민우씨 전화 아니에요?"
[아~민우오빠요? 잠시만요. 오빠! 전화 왔어요.]
한참 후에 전화를 받은 민우의 목소린 낮게 깔려있다.
[왜?]
"아니 술 많이 마시나 해서."
[많이 안 마셔. 끊어.]
"나도 오늘 회식 있어."
[알았으니까 끊어.]
퉁명스런 말투와 멋대로 끊어진 폰을 어이없이 내려다보다 고개를 저었다.
전화를 받은 여자는 후배이겠거니 하고 마음을 다잡지만 어딘지 알 수 없는 분노가 스멀스멀 기어 나왔다.
욕이라도 지껄이고 팠지만 운전수아저씨의 뒤통수가 눈에 들어온다.
차로 10분이면 갈 거리를 30분도 넘게 걸려서야 도착 할 수 있었다.
"여~어! 여기야. 이게 몇 시야~ 다들 거의 다 먹었다고."
"죄송합니다."
"이모~ 여기 고기 3인분 추가요! 밥도 한 공기 더 주세요. 된장찌개도요."
안젤리나가 지나가는 종업원에게 이것저것 주문했다.
"일은 제대로 끝냈고?"
"네. 팀장님 책상에 놓고 왔습니다."
"알았어. 아침에 가자마자 확인하지. 자 들어."
"네."
팀장이 주는 술을 한잔 들이켜고 나니 온몸에 짜릿하게 흡수가 되는 느낌이다.
오늘 술이 제대로 받을 듯 싶다.
취하면 안되니 자제하자 하며 눈치껏 마셨다.
"오늘 말이야~ 내가 이아씨 별명하나 지었지~"
별명제조기라고 할 수도 있는 안젤리나가 벌게진 얼굴에 짓궂은 미소를 지었다.
"있잖아~ 이아씨 별명은 말이야~"
"우리! 2차 가자~~2차!!"
다른 방 손님들이 나가는지 시끄럽게 떠들어대는 소리에 안젤리나의 말이 묻혀버렸고 방문을 마주하고 있던 나는 내 눈을 의심케 하는 광경을 목격했다.
민우였다.
민우가 여자의 어깨에 손을 얹고 안은 자세로 여자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나가고 있었다.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 중엔 아무리 봐도 선배들로 보이는 이들은 없다.
여자남자 쌍을 이루어 나가는 게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첫댓글 으아~ 우려했던 사태가 터졌군요. 털푸덕.
따라 나가서 멱살을 잡아 주세요. 이아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