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의는 한참 전에 드렸는데 드레스 뭘 입을까 고민만하다 돌잔치 2주 만에 예약 완료 했어요!(고르는게 너무 힘들었어요)
신랑이 마른편이라 한복입으면 옷태가 안나서 입기 싫어해서 예복을 입고 아가랑 커플 수트 맞춰 입으면 이쁘겠다 하면서
저는 그냥 대충 결혼식때 맞춘 한복 입지 뭐 - 이런 생각이였어요
저희는 결혼 준비하다 결혼식을 앞두고 2주전에 아가 소식을 알게되었거든요
갑작스러운 아가 소식에 당황하기도 했지만 저희 가족들에게는 좋은 소식이였어요
결혼식을 앞두고 갑작스럽게 할아버지께서 편찮으셔서 병원에 입원하시고 외출하셔서 제 결혼식에 겨우 오셨어요.
제 결혼식날 제가 너무 사랑하는 외할아버지께서 암 4기 선고를 받으셨거든요
그때 당시에 저는 사실을 알고 있지 못했고 신혼여행에 다녀오고 나서 알게 됬어요.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울었는지 아직도 그때가 생생하게 생각나요- 제가 대학원생이였고 아직 공부도 맞춰야하고
하고 싶은 일도 있었는데 아기가 갑작스럽게 생겨 마냥 기쁘지는 않았지만 할아버지께서 많이 편찮으시다는 얘기를 듣고
아기가 할아버지께서 더 살아야 겠다는 의지와 희망이 되는 일이 될 것 같아 아기 태명도 희망이라고 지었어요
그렇게 9달을 품고 예정일이 1월 15일이 였는데 한달 이르게 희망이를 만날게 되었어요.
2.49kg로 태어나 다른 아기들에 비해 한 없이 작고 여린 아기였지만 다행이 건강하게 태어나서 인큐도 안들어가고
무사히 퇴원할 수 있게 되었어요. 조리원에 친정집으로 간 날이 할아버지와 희망이가 만난 처음이자 마지막 날이였어요
몸이 급격히 안좋아지면서 계속 누워계셨는데 제가 아기를 안고 집으로 간날 할아버지께서 희망이를 보면서 지었던
표정과, 느낌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렇게 좋으시냐고 예쁘냐고 물어보니 너무 이쁘다고 좋아하시더라고요
안아볼 기운이 없으셔서 한번을 안아보지 못하고 그저 지그시 바라만 보고 계시던 모습이 1년이 다 되어가는데 생각나요
그날 밤에 상태가 급격히 안좋아지셔서 다음날 아침에 병원으로 가셨어요.
그렇게 병원에서 한달을 기다려주시다가 원래 아기의 예정일 하루 전날 1월 14일날 돌아가셨어요.
아기를 낳고 저도 몸이 안좋아져서 그 해에 유행하던 독감에 걸리고 병원에 한번을 가보지를 못했어요.
시댁에 희망이를 맡기고 할아버지 발인에 참석하고 보내드리고 올라와서 매일을 할아버지 생각이 나서
아기 젖 물리면서 울고 밥 먹다가도 울고 생각이 계속 나더라구요 그러다 꿈에 할아버지가 나오셔서
저보고 정신 안차리면 아기 데려가겠다고 하시더라구요ㅎㅎ 그 날 이후로 정신 차리고 울지 않고 강해지려고 마음먹고
시간이 어떻게 가는줄도 모르고 1년을 희망이만 생각하고 키운 것 같아요-
제가 할아버지 일로 힘들어 하는 시기에 엄마가 힘든걸 알았는지 아기는 순하고 잠도 잘잤어요
(6개월 이후로는 부터는 역변 했지만요^^;;) 요즘은 힘들어서 장난으로 아들이 바뀐거 같다며 얘기하곤 해요ㅋㅋㅋㅋ
주변 지인들은 승우(희망이)가 할아버지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보고싶어 빨리 나온 것 같다고 해요
제가 살면서 올해 제일 슬프고 안좋은 일을 다 겪었거든요(아홉수의 저주인가요 ㅠㅠ)
안좋은 일을 올해 다 겪으려고 아기를 빨리 만났나? 싶기도 하고요 ㅜㅜ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은 신랑을 만나 결혼하고 승우를 낳은 것 같아요
돌잔치를 준비하면서 요즘 느끼는 점은 돌잔치가 작은 결혼식이라고 하던데
그 말이 어떤 의미인지 뼛 속 까지 와닿습니다 ㅠㅠㅠㅠㅠㅠㅠ
승우의 생일이 승우에게도 특별한 날이지만 1년동안 고생한 엄마인 제게 있어도
특별하고 그날 만큼은 예쁜 엄마이고 싶은 욕심이 나는 날인 것 같아요
(세상의 모든 엄마라는 존재는 모두 위대합니다!!! 다들 1년동안 고생하셨어요♥)
이 날 만큼은 고생한 엄마도 예뻐야 합니다 ^^ 아빠도 멋져야 하구요 저는 남은 돌잔치 잘 치루고
오빠하고 1년동안 수고했다 토닥토닥 해주려고요
아기 재우고 세컨퀸 신청한다고 무슨 글을 이렇게 많이 쓰냐고 옆에서 신랑이 중얼중얼 -
마무리는 어떻게 ? 해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세컨퀸으로 받고 싶은 드레스는요!!!
진주부자 A ,네팔의 별, 모멘트 블랙 숏, 다프네 A, 꽃자영 A 입니다!
첫댓글 예쁜 수자드레스입고 우아하고 멋지게 돌잔치 잘치루셔요~~^^
와.. 저도 세컨퀸 해보고싶어서 글 남기고 다른 분들 사연도 궁금해서 읽어보는 중인데.. 맘 님 글 읽고 이 새벽에 눈물이 다 나네요ㅜ 1년동안 너무 고생 많으셨어요!! 요번주가 돌잔치네요? 그동안 고생한거 모두 보상받는 하루가 되길 바랄게요♡ 수고하셨어요!
예쁜 아기 승우도 첫 생일 축하해!
할아버지가 승우 얼굴 보고싶어하신거 어떻게 알고 미리 만나러 나왔니? 복덩이네 정말 ㅎㅎ
앞으로도 무럭무럭 건강히 자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