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촌 일기-2021 새로운 시작, 기다림
기다림이란
당신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시간이 아니라,
내가 당신에게 가기까지의 시간이다.
기다림이란
당신이 바뀌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바뀌어가는 시간인 것이다.
내가 변하면
당신이 어디에 있든지 우리는 반갑게 만날 것이다.
당신이 변하기를 바라는 것은 희망이다.
내가 변해가는 것은 사랑이다.//
‘기다림’이란 것에 대해, 누군가 그렇게 정의했다.
딱 내 생각, 내 처신이다.
그립다 할 일이 아니다.
그러면서 기다릴 이유는 더 없다.
내가 다가가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2021년 6웕 17일 목요일인 바로 엊그제 일이다.
문경 교촌 우리들 텃밭 ‘햇비농원’에서 아내와 같이 농사를 지었다.
하나님의 축복인양 지난밤에 단비까지 내려 촉촉이 젖은 텃밭은 이날 농사의 핵심인 들깨 모종을 쉽게 끝내게 했다.
그 틈새 틈새에 내 잠깐 시간을 내서 따로 한 일이 있었다.
농막 앞뜰에 가마솥 하나 얹을 아궁이를 만드는 일이었다.
앞집 사과 과수원의 내 또래 안가현 친구한테 통 사정해서, 그 집에서 안 쓰고 과수원 한 쪽에 버려놓다시피 해놓은 벽돌 몇 장을, 리어카로 실어 와서 차곡차곡 쌓고 그 위에 가마솥을 얹었다.
그 가마솥의 훗날 풍경이 그려지고 있었다.
삶아낼 우거지 풍경도 그려졌고, 고아낼 족발에 소머리 풍경도 그려졌다.
그 풍경에 더 보태서, 우거지 된장국을 너무나 좋아하는 처제와 동서의 환하게 웃는 얼굴 풍경이며, 어쨌든지 각박한 이 세상을 잘 감당해가기를 바라는 두 아들과 두 며느리 그리고 손녀 손자의 건강한 얼굴 풍경이며, 친구니 이웃이니 해서 앉으나 서나 늘 생각나는 사람들의 정겨운 얼굴 풍경까지 그려졌다.
이 사람 저 사람 좋다하고 다가오는 사람들 안 내치는 아내가, 어느 날 문득 한 생각을 일으켜, 앞뜰에 작은 꽃밭을 새로이 가꾸기 시작했을 때도, 아마 그와 같은 풍경을 그렸을 것이다.
그와 마찬가지로 나도 그렇게 가마솥을 얹었다.
힘 좀 들었다.
속옷이 푹 젖을 정도로 땀 깨나 흘렸다.
그래도 내 보기 참 좋았다.
주위 두루 함께 어울려 행복할 그 훗날의 풍경을 그려보면서 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