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이후구(薄耳厚口)
천천히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는 비결 중 하나로,
귀가 얇아져서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고,
입은 두터워져 자기 말만 쏟아내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말이다.
薄 : 엷을 박
耳 : 귀 이
厚 : 두터울 후
口 : 입 구
살되 건강하게 오래살고 싶은 것이 인간의 최대 욕망(慾望)이다.
그렇다. 인간의 욕망 중 최고의 욕망은 무엇이냐 하면,
아마 그건 늙지 않고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것이라 생각된다.
예로부터 불로장생(不老長生),
불로불사(不老不死)를 원하는 것은 공통적인 열망이었고,
고대인들은 이를 실현하기 위하여 스스로 실험대에 올라
여러 가지 방법을 고안(考案)해 내기도 했다.
고대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지만 특히 중국인들은
이 방면에 큰 관심을 가졌으며 심취하여 수십 년,
수백 년에 걸쳐 자기들의 선인(先人)이 고안한 방법을
검토하고 개량하여 경이적 체계(體系)를 세워 실천하고 있다.
이 방법은 오늘날 말하는 선도(仙道; 神仙術)로서
종교적인 수행 방법이다.
이 종교적인 실천법은
육조 시대(六朝時代)에 본격적으로 한국에 유입되어 왔다.
그때부터 깊은 산속이나 심산유곡(深山幽谷)에 은둔하며
체득에 힘쓰는 도인(道人)이 많기도 하였지만,
이렇게 장생불사(長生不死)를 염원하면서
이를 이룰 수 있다는 여러 가지 방법을 실천해 오고 있다.
그 대표적인 수련법으로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대표적인 것으로써
①태식법(胎息法)으로 충화기(沖和氣)를 받아들여
장생하는 수련인 내단(內丹)이란 방법이 있으며,
②황금과 수은과 약물들을 복용하거나
몸에 주입하는 외단(外丹)이 있었고,
③음기(陰氣)를 취해서 양기(養氣)를
충만하게 하는 방중술(房中術) 등이 있다.
이러한 수련법의 실천결과, 수련을 통해 득도한자는
허공에 올라가 우주에 소요(逍遙)하는 천선(天仙)이 되고,
다음으로는 36동천(洞天)과 72복지(福地)에서
사는 지선(地仙)이 되며, 단순한 도를 닦은 사람은
혼백이 육체로부터 분리되어
시선(尸仙‧人仙)이 된다고 말해 왔다.
그러나 전적으로 이와 같은 연단술(鍊丹術)만을
닦는 것이 아니라 적덕행선(積德行善)하고
계율을 지켜야 진선(眞仙)이 된다고 하여
도덕적 측면을 강조하기도 하였다.
불로장생을 간절히 원하던 사람으로는 아무래도
진시황(秦始皇)을 들지 않을 수 없다.
그 진시황의 명으로 불로초를 구하겠다고
떠난 사람의 이름은 기록에 따라 다르게 표기하고
있기도 하는 데 서불(徐佛)이라고도 하고,
서복(徐福)이라고도 하며, 서시(徐市)라고도 전하고 있다.
어쨌든 도사 서복이 동남동녀(童男童女)들을 이끌고
불로초가 있다는 삼신산을 찾아 떠났는데,
그곳이 바로 우리나라였다.
삼신산(三神山), 즉 봉래산, 영주산, 방장산을 말하는데
그것은 지금 각각 금강산, 한라산, 지리산의
다른 이름으로 변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에는 곳곳에
서복이 불로초를 찾아 헤맨 여정에
관련된 전설이 남아 있기도 하다.
우리나라 남해군의 금산에는
'서시가 일어나 일출에 예를 올렸다'는 의미의
'서시기 예일출(徐市起 禮日出)'이라 새겨진
마애석각(磨崖石刻)이 있고,
제주도 정방폭포 암벽에도
'서복이 이곳을 지나가다'는 의미의
'서시과차(徐市過此)'란 문구가 새겨져 있다.
제주도의 '서귀포(西歸浦)'라는 지명도
서복과 관련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불로초라는 것이 존재했을까이다.
그리고 신선이 되어 하늘을 나는 사람이 있었을까.
이 모두가 다 오래 살고 싶어 하는 욕심에
불과한 헛된 노력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아마도 내 생각으로는 살아 있는 동안 욕심을 버리고,
수행을 잘하여 건강을 유지하며,
할 일을 찾아 실천하고,
한편 신선의 모습으로 살아가면
그것이 바로 도인의 생활습관이요,
신선이 행하는 생활이라 생각이 든다.
현대인은 언제나 바쁘고 시대에 따라
해야 할 일이 많아지고 생활 또한 시대에
뒤 떨어지지 않게 노력함은 건강하게
오래 사는 늙음의 미학이라 아니할 수 없다.
언제나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은 사람이 늙게 되면
첫째 고집이 세지고,
둘째 잘 삐치며,
셋째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사죄할 줄 모르는
고집불통이라 말들을 한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 살면 친구가 없어지고
외톨이가 되면서 금새 늙어
쭈그렁밤송이가 되고 만다고들 말한다.
그러나 육신은 내 마음대로 안 되지만,
정신은 내가 조종할 수 있으며,
육신이 늙어 갈 때 정신이 따라 고집, 삐침,
복수심 등을 버리면 최소한 천수(天壽)를 누리고
동안(童顔) 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리라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나이를 먹으면 늙는다.
다만 조금 더 외모 상으로 일찍 늙느냐.
아니면 늦게 늙느냐 하는 것이 조금 다를 뿐이다.
사람이 늙지 않는 비결은 생각,
즉 자신의 마음가짐이며, 항상 젊게 살고자 하는
마음과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생각하고, 무언가 할 일을 찾아 행동하는 것이
늙지 않도록 하는 비결일 것이라 믿는다.
불로불사가 인간의 소망이라면 생로병사는 인간의 숙명이다.
영원히 늙지 않는 비결은 세상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 마음이 몸보다 먼저 늙는 것만 경계해도
훨씬 더 오래도록 젊음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비법들이 몇 가지 있는데 이를 소개하고
이 비결을 실천하면 우리는 천천히
아름답게 늙어갈 수 있을 것이다.
흔히 박이후구(薄耳厚口)라 하여
귀가 얇아져서 남의 말을 듣기 싫어하고,
입은 두터워져 자기 말만 쏟아내게 되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사소한 일에도 고집을 피우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망집을 버리고 마음을 풀어 놓으면
늙지 않는데 이를 망집(妄執)이라 한다.
언제나 말이 많고 한말을 또 하고 하는
중언부언(衆言浮言)을 삼가야 하며,
백우무행(百憂無行)도 피해야 한다.
즉 백 가지 근심만 할 뿐 아무 것도
행하지 않는 것을 경계해야 하며,
걱정이 생기면 몸을 움직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그리 하지 않으니 몸이 늙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보태자면 고안(故安)이다.
옛 것에 기대어 안주하려는 마음을 경계해야 하며,
항상 새로운 것에 대해
열린 마음과 낯선 것들에 대해 관대한 태도,
그리고 끝없는 호기심을 자기것으로 삼으려는
의지와 행동이 바로 불로의 비책이 아닐까 싶다.
늙어도 도전하고 끊임없이 새로운 것에
공부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정열적으로 뛰며 생활 하는 것,
이 모든 것이 젊음을 유지하는 아름다운
늙음의 미학(美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옮긴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