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삼회 90 차 산행기 - 승학산
2006 년 10월 20일 10시
지하철 1호선 사하역 만남의 장소
영운 안혜자 친구가 1등으로 도착
남계 류근모 2등
이어서 여수 정상조, 청송 정경권, 난곡 박세주
마지막으로 여항 조정 회장 등장 - 그래서 오늘의 참여자는 6 명
지난주 89 차 때의 22 명에 비하여 너무 대조적이다.
그러나 다섯 남자 친구들의 손을 일일이 잡아주며 반겨주는 영운이 있어
처음부터 분위기는 흐뭇하다.
죽암 이호기, 덕산 김창길, 아산 최광석, 봉곡 허세영 네 친구 - 홍도, 흑산도 갔고
덕촌 김길부 친구, 아들 혼사 준비로 바쁘고
백사 김갑석, 오후에 모임이 있어 가까운 뒷산에나 간다고 하고
적송 류송자 친구, 동기회보 준비에 바쁘고
태화 손관선, 연암 김무웅, 덕인 현호웅 친구들은 어제 테니스 치고 술 너무 많이 했고
- 불참 사유를 보고 받은 여항 회장,
“ 등산 못 와도 다들 재미있게 바쁘게 살고 있으면 됐지.
오늘은 소수 정예로 갑시다.
감도 한 해 많이 열리면 해거리로 다음 해는 적게 열리는 법. “
10시 20 분에 괴정동 언덕위의 노블레스빌을 통과하여 산으로 진입.
소나무와 잡목이 어우러진 숲.
심호흡으로 가슴 가득 산소를 마시니 향긋한 숲 냄새도 따라 들어온다.
무엇보다 길이 마음에 든다.
승용차가 다닐 만큼 폭이 넓은데다가 시야가 툭 트여 산책로로서는 그저 그만이다.
거기에 교목, 관목들이 적당히 섞여 좌우에 시립해있고 사이사이에 파랗고 노란 꽃망울을 매단 야생화와 칡넝쿨이 길을 장식해 주니 주택가 바로 뒤에 이만한 길이 어디 흔한가.
괴정 주민들에게는 보물이겠다.
승학산의 터주 대감이랄 수 있는 난곡 박세주가 오늘의 산행대장
“출발 산삼!” 크게 외치고 앞장을 선다.
그 옛날 태조 이성계의 스승이었던 무학 대사가 천하를 주유하다가 여기에 이르러 산세가 마치 학이 나는 것 같다고 하여 乘鶴山 이라 명명하였다는 전설이 있으니 오늘은 우리가 한 마리 학이 되어 올라가 보자.
난곡 대장이 평탄한 길만 골라 가는지 걷기 좋은 길의 연속이다.
원색의 등산복을 입은 3~40 대로 보이는 예쁜 여자들도 많고
가끔씩 눈에 뜨이는 옻나무, 단풍나무들은 벌써 빨갛게 물이 들었다.
비스듬히 산기슭을 감아 나가는 길은 아래위를 구경하기에는 좋다.
언덕배기 나무 등걸의자에 앉아 10 분 휴식.
영운이 재빨리 배낭을 끌러 “내 거 부터 비워주세요.”
하며 잘 깎은 단감을 꺼낸다. 유머 하나.
“송자만은 못하겠지만 내 이야기 한 번 들어보세요. 어느 마흔 남짓한 사내가 거시기가 말을 듣질 않아 죽어버릴까 하다가 마지막으로 산신령께 100일 기도를 했어요. 네 정성이 지극하니 세 번을 써먹도록 해주마. 빵! 하면 거시기가 선다, 그러나 빵빵 하면 죽는다. 그러니 그 동안 볼일을 보거라. 고맙습니다, 나무아미타불.
산에서 내려오다가 화약총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만났는데 한 녀석이 빵! 하고 총을 쏘니 거시기가 발딱 일어나지요. 좋다구나 하고 그걸 만지는데 또 한 녀석이 빵빵! 하고 맞총을 쏘는 바람에 힘없이 죽어버리는 거시기.
마음이 급해진 사내, 서둘러 택시를 잡아탔는데 길이 막힌 기사가 무심코 빵! 하고 경적을 울리니까 거시기는 자동적으로 발딱!
당황한 사내, 기사님 큰일 났어요 택시비 곱빼기로 줄 테니 빨리 가주세요.
(죽으면 안 되는데.) 덩달아 마음이 급해진 기사, 자신도 모르게 빵빵! 경적을 두 번 울려버리니 거시기는 또 허무하게 픽 쓰러져 버린다. (아이구, 미치겠네.)
이제 마지막 한 번. 절대 놓쳐서는 안 된다. 조심조심 집에 들어간 사내 빵! 하고 소리치니 힘차게 거총하는 거시기. 여보! 여보! 이리 나와 드디어 성공이야. 눈물까지 흘리며 빳빳하게 서서 위를 쳐다보는 남편의 거시기에게 너무 감동한 아내, “어머나 빵빵해!”
그 한 마디에 또 어이없이 조그만 번데기로 쪼그라져 버리는 무심한 거시기.
세 번의 기회가 그만 무위로 돌아가 버리고 만다. 도로아미타불!“
영운의 재미진 이야기에 한 바탕 웃고 난 친구들 내친 김에 비아그라 이야기, 어느 여선생 재혼 이야기, 묘한 남녀 관계 이야기 등으로 산길을 단풍색으로 물들이다.
좌우튼 그 계통의 이야기는 들어도 들어도 심심치 않고 재미가 쏠쏠하니 별일이다.
그러나 우리가 이 좋은 길을 가며 야사시한 이야기만 할 수 있나.
여행 좋아하는 여항의 여행 이야기며, 혼자서 승용차를 몰고 여러 고속도로를 바꾸어 가며 설악산을 다녀온 영운의 이야기.
청송의 교대 3기 카페 운영담.
여수의 젊었을 적 여러 이야기들.
등으로 이야기꽃을 피우며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오르니 어느새 유명한 한샘 약수터.
약수터 주위는 운동 시설이 많은 체육공원.
물 대롱이 네 개 매달려 있는 걸로 봐서 상당히 큰 약수터인 모양이다.
한샘이란 큰 샘이란 뜻.
승학산 약수터들 중에서 가장 널리 알려진 곳.
서구 친구들의 친목 모임인 한샘회의 명칭 발원지이기도하다.
부산 교대 3기의 4대 친목 모임 중의 하나.
(산삼회, 한샘회, 육삼 여학생회, 테니스회)
15 명의 회원을 가지고 있고 역사도 오래 되었고 기금도 넉넉하며 해외여행도 다니는
막강 팀. 여항과 난곡도 회원이다.
한샘의 물 - 시원하고 달다.
모두들 한 바가지씩 받아 마시고 영운은 물병에 가득 담는다.
철봉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않는 류근모, 턱걸이 열 두 번으로 은근히 체력을 자랑하고
벤치에 걸터앉아 나무 사이로 부산 시내를 내려다본다.
가운데 장군산을 사이에 두고 좌로는 송도 해수욕장이 조금 보이고 우로는 감천만이 눈에 들어온다.
눈을 뒤로 돌리면 시약산 줄기, 그 너머로 송전탑이 있는 구덕산이다.
참으로 부산은 산이 많기도 하다.
우리 산삼회가 오늘로 90 차 산행인데, 그것도 주로 시내의 산들인데도, 아직 밟아보지 못한 코스가 숱하게 많을 것이다. 금정산만 해도 64 개의 등산로가 있다고 하지 않는가.
12시 반에 억새밭에 진입했다. 억새꽃이 거의 만개 상태다. 사실은 억새꽃이 아니고 열매에 솜털이 붙은 것이다. 솜털이 많이 부풀어 있는 것이 암놈이고 잔가지처럼 곧게 뻗은 것이 수놈이라고 한다.
약간 경사가 진 억새 평원이 수만평 - 승학산 능선은 부산 제일의 억새밭이다.
가운데에 산책로를 두고 양쪽으로는 새끼줄을 쳐 놓아 억새를 보호하고 있다.
바람에 일렁이는 수많은 억새들.
무학 대사는 밑에서 산세를 보고 학이 날아오르는 것 같다고 승학산이라고 불렀다지만
여기 정상에서 춤추는 억새밭을 봤다면 학이 춤춘다고 무학산이라고 부르지 않았을까.
아 으악새 슬피 우니 가을인가요요오오 ~
가슴 부푼 처녀처럼 암놈 억새들은 마냥 부풀어 올라 조만간 바람이 불면 하늘로 씨앗들을 날려 보내겠지. 수많은 새끼 학들처럼.
여항은 억새를 배경으로 친구들 사진 몇 커트를 찍는다.
빨간 등산모를 쓰고 폼을 잡으며 웃는 영운은 아직 3~40 대.
아까 산길에서 만난 젊은 아줌마들하고 별로 다를 게 없다.
카메라 앞에서 파안대소하는 예순 넘은 머스마들도 잠시 주름살을 걷어내고 청년이 된다.
청춘이 별 것인가. 이렇게 즐거운 순간이 바로 청춘.
억새 밭 사이에 서 있는 나무 아래 그늘진 곳에 점심상을 차리다.
난곡, 여수, 청송 세 친구는 어부인이 정성껏 싸 주시는 도시락을 가져오고
여항, 남계, 영운은 김밥을 가져왔다.
난곡이 내 놓은 오가피 주로 위하여! 를 한 번 하고
여수가 내 놓은 가을 국화주로 한 번 더 위하여!
우리의 건강을 위하여, 영원한 우정을 위하여.
목구멍으로로 짜릿하게 넘어가는 술맛.
저 아래 낙동강과 명지 삼각주를 내려다보며 청명한 가을 하늘을 이고 승학산 높은 곳에서
점심을 먹으니 이게 바로 신선놀음 내지는 학 놀음이 아닌지. 식사 시간 1시간정도.
끝없는 이야기들로 반찬을 삼는다.
여수가 내놓은 배와 사과를 디저트로 입가심을 하고 일어서다.
내리막길은 짧은 만큼 경사가 좀 급하다. 평탄한 길을 골라 오전 산행을 부드럽게 이끈
대장 난곡 친구도 어쩔 수 없다.
그래도 길의 경관이 마음에 들어 내리막이 심심치는 않다.
2시 반에 목화 아파트 앞을 통과 학장동 버스 정류소에 도착.
아쉬운 마음으로 손을 들어 작별하고 각자의 버스에 오른다.
오늘의 보행 시간은 3시간 정도.
버스에 앉아서 달콤한 피로감을 느낄 정도.
다들 고맙고 특히 영운 친구, 동참해줘서 즐거웠어요. Thanks a lot.
다음 주 27 일은 다대포 해수욕장 입구 10시 30 분, 도시락 지참하지 않습니다.
바다와 몰운대 숲길을 즐겨 봅시다.
첫댓글 남계, 술 한잔 크게 사야 되겠네. 산행기가 나날이 발전하더니 이제는 극치에 도달한 느낌이네.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하고 거기에 어원과 역사적 사실까지를 재미있게 엮어 쓰니 너무 내용이 풍부하고 재미있는 산행기이네. 이런 재미있는 산행기를 보고도 다음에 안 나오는 사람은 평생 후회가 될 듯하네.
과찬의 말씀. 꼼꼼하게 시각까지 매기는 난곡의 글이 산행기로서는 한 수 위. 특히 승학산 산행기는 난곡이 썼어야 더 자세했을 터인데, 내가 잘 못 썼나보오.
소수정예부대의 산행이었지만 정말 멋진 산행이었어요. 여러가지 의미있는 대화를 많이 나누어서 더욱 진지한 산행이었다고 생각해요. 또 변함없이 산행기를 써 준 남계! 고마워요. 읽으면서 다시 한번 승학산을 그려 보았답니다. 산행대장 난곡. 회장님 여항, 총무님 여수. 우리 카페의 관리자 청송. 모두모두 고마워요. 다음번 산행때 까지 안녕!!!
승학산의 억새와 오르락 내리락 산길, 그리고 친구들의 재미난 소리들이 소록소록 되살아 나는구려...남계! 수고했어요. 고마우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