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청과 상암구장 등 전국이 ‘대한민국’이라는 붉은 함성으로 물든 13일, 프로게이머들도 월드컵 응원에 동참했다. 한국이 토고에게 2대1로 역전하며 월드컵 도전 50여년 만에 원정 경기 첫 승을 거둔 역사적인 순간을 지켜보며 프로게이머들도 기쁨을 함께 누렸다. 각종 대회 일정을 소화하느라 빠듯하지만 각 팀들은 독일 월드컵에서 열린 첫 한국전을 관전할 수 있도록 허락했다. 프로게이머들은 어떻게 한국전을 시청했을까. 유형별로 구분해봤다.
◆숙소형 스카이 프로리그 2006 전기리그 일정을 앞둔 프로게이머들은 대부분 숙소에서 월드컵을 관전했다. 2006 시즌 들어 대부분의 구단들이 창단이나 대규모 후원을 받음으로써 훌륭한 숙소를 갖추며 여느 공공 장소에 못지 않은 시청각 시설을 구비했다. 빔 프로젝터나 60인치가 넘는 대형 스크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축구 시청에 전혀 하자가 없다.
SK텔레콤 T1과 KTF 매직엔스, MBC게임 히어로, 르까프 오즈, STX SouL, 한빛 스타즈등은 숙소에 다과와 음료를 준비하고 토고전을 지켜봤다. 축구 경기를 보다 보면 흥분하는 선수들이 있기 마련. SK텔레콤 임요환과 MBC게임 박성준은 선수들의 동작을 일일이 따라하며 분위기를 돋궜다.
학창시절 축구 선수로 활동했던 STX SouL 한승엽과 MBC게임 정영철은 선수들의 질문에 꼬박꼬박 답변을 해주며 ‘출신’을 숨기지 않았다고.
이들은 한국과 토고의 경기가 끝난 뒤 승리의 여운을 채 즐기지도 못하고 곧바로 프로리그 연습에 돌입했다.
◆호프집형 팬택 EX는 답답한 숙소에서 빠져 나와 근처 호프집에서 오붓하게 토고전을 관전했다. 선수들용으로 구비된 TV가 있지만 전원이 함께 관람하기엔 비좁기 때문. 또 마음껏 소리지르며 응원할 수 있는 곳에서 축구를 봐야 제 맛이라는 코칭 스태프의 판단으로 호프집으로 자리를 옮겼다.
◆끼리끼리형 은퇴한 프로게이머들은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카페에 따로 장소를 잡았다. 최근 해설자로 변신한 김정민과 방송인 생활을 계속하고 있는 장진남은 평소 친하게 지내는 프로게이머들을 불러 모아 축구를 관전했다. 김정민과 장진남 모두 ‘입심’을 앞세워 나름대로 축구 해설을 시작해 굉장히 시끄러운 모임이 됐다는 후문.
◆휴가형 대표적인 휴가형은 e네이처. 프로리그 경기가 끝난 뒤 하루 동안 휴가를 제공해온 e네이처는 공교롭게도 월드컵 경기와 휴가 날짜가 겹쳤다. 덕분에 선수들은 집에서 편안히 토고전을 관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