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시]
파랑
엄지인
잔디를 깎습니다
마당은 풀 냄새로 비릿합니다
잔디가 흘린 피와 눈물이라는 생각
우린 서로 피의 색깔이 달라
참 다행이지 혈통이 아주 먼 사이라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잘린 끝을 만져보는데 아프지 않습니다
심장과는 아주 먼 거리일까요
손 뼘으로 잴 수 있지만
누군가는 머리에서 심장까지 전력을 다해 뜁니다
머리카락 입장에선 불행일지 모른다는 생각
골목 밖에선 길냥이의 울음소리가 날카롭습니다
고양이는 사람에게만 소리 내 운다고 하는데
축축한 여기 그냥 좀 내버려두라고
배가 헐렁한 동물에게 보내는 우호적인 경고라는 생각
다치지 않게 손톱 칼로 조심히 군살을 깎지만
소스라칩니다
가장자리에서 바깥으로 밀리지 않으려는 비명
TV에서는 기상 캐스터의 주의보가 쾌속으로 지나갑니다
암거북들이 짝을 잃고
더운 바다를 피해 육지로 돌진합니다
거울에 목을 비춰보니
빗물이 빗장뼈 안으로 고여 흘러넘칩니다
쇄빙선이 얼음을 부수고 지나간 듯
물살이 온통 파랗습니다
☞광주일보 (kwangju.co.kr)
[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시] 파랑- 엄지인
잔디를 깎습니다마당은 풀 냄새로 비릿합니다잔디가 흘린 피와 눈물이라는 생각우린 서로 피의 색깔이 달라참 다행이지 혈통이 아주 먼 사이라서 머리카락을 자르고 잘린 끝을 만져보는데 아프지 않습니다심장과는 아주 먼 거리일까요손 뼘으로 잴 수 있지만누군가는 머리에서 심장까지 전력을 다해 뜁니다머리카락 입장에선 불행일지 모른다는 생각골목 밖에선 길냥이의 울음소리가 날카롭습니다고양이는 사람에게만 소리 내 운다고 하는데축축한 여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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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광주일보 신춘문예-시 심사평] 손택수 시인 “기후변화시대의 명상 감각적으로 보여줘”
시를 이해해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오랫동안 뜻과 주제와 내용 파악으로 시를 수용한 결과다. 시는 이해 너머 사랑의 영토다. 소리와 이미지, 독특한 어조, 명명할 수 없는 고유한 분위기들이 시의 건축학적 자재에 스며드는 사랑의 요소다. 풍화마저 건축의 일부이듯이 시의 건축에 있어 건축 너머의 천변만화하는 흐름을 놓치지 않을 때 이미 굳어진 기존의 이해는 새롭게 구축되고 우리의 일상 또한 새뜻해진다. 이해할 것인가, 사랑할 것인가. 너무 반듯하고 투명하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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