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점’의 미우라 아야꼬 이야기... 그녀는 결혼 후 남편의 수입은 있으나, 작은 구멍가게를 열게 된다. 여인은 찾아주는 모든 고객에게 매우 정직하고 친절하여 멀리까지 소문이 전하여져 장사가 매우 잘 되었다. 볼품없이 협소한 작은 구멍가게이지만 트럭으로 물건을 구입할 정도로 호황을 누린다.
나의 행복이 남에게 불행이 될 때도 있듯 근처의 다른 가게는 그녀로 인해 매상이 부진하여 가게 문을 닫게 될 지경에 이른다. 남편이 그녀에게 근처 가게의 폐업을 염려하자, 심성이 고운 그녀는 물건의 양과 종류를 줄이고 물건을 찾는 손님이 오면 우리 집에는 없으니 건너편 가게로 가면 있을 거라 하며 그리로 가시라고 친절히 안내를 한다. 그 후 점점 그녀의 수입은 줄어들었지만 시간적인 여유가 그녀를 한가롭게 만들었다. 평소에 독서를 즐기던 그녀는 여유로운 시간에 틈틈이 글을 쓰기 시작하였고, 그 유명한 "빙점" 이라는 소설을 탈고하여 이 세상에 내어놓게 된다. 주위의 안녕에 대해선 몰염치한 세상인심, 나만이 행복해지려는 욕심과 오만함보다는 내게 당한 분복을 이웃과 함께 나누려 했던 아름다움 속에 나눔의 열매를 맺어 사랑을 실천한 그녀!
그녀의 착한 심성과 배려의 너그러움으로 후대에 남겨질만한 주옥같은 글을 쓰게 했고, 나를 사랑하듯 이웃을 사랑하는 그녀에게 작가로의 새로운 인생길이 열리는 축복이 되었다. 그가 바로 유명한 빙점의 작가 "미우라 아야꼬"입니다
이처럼 나보다는 이웃을 생각하고 자신의 욕심보다는 상대를 배려하는데 인색하지 않았던 그녀는 그 작품으로 인해 신문사 최우수 작품으로 당선되고 이후에는 노벨 문학상까지도 받게 됩니다.
'빙점'의 미우라 아야코 남편이 말하는 사랑이란?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2), 사랑소설 <빙점>을 쓴 일본의 여류소설가 고 미우라 아야코의 남편 미우라 미츠요씨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는 일본 홋카이도 북부의 중심 도시 아사히카와(旭川)의 아야코와 함께 지냈던 그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생전의 아야코가 밤늦게 앉아 소설을 쓰던 다다미방에서 그와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에게 "사랑이 무엇입니까?"라고 물었습니다. 미츠요씨는 "사랑은 어떤 환경 속에서도 타인을 행복하게 해 주겠다는 의지"라고 답했습니다. 울림이 있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가"란 질문에 많은 분들이 사랑이라고 답했습니다. 저의 책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에 소개된 17인의 멘토들도 한결같이 사랑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그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추상명사가 아니었습니다. 살아있는, 생생한 동사였습니다. 소설가 서영은 선생은 사랑을 동사로 표현하면 '치러내다', 혹은 '감당하다'가 된다고 했습니다. 육신은 물론 마음까지 잡혀 주는 것, 상처 받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 것, 마음의 칼자루를 끝까지 내 주는 것이 바로 '치러내는' 사랑을 하는 사람의 특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자기가 다치게 됐을 때, 피하지 말고 그대로 당해주는 것이 치러내고, 감당하며, 피 흘리는 사랑이라는 것입니다. 고은 시인은 사랑이라는 말은 무진장 참고 참다가 더 이상 참을 수 없을 때 한마디씩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물이 흐르다 막다른 벼랑에 미쳐 도저히 흐르지 못할 때에 아래로 쏟아져 버리듯, 사랑은 참다못해 폭발하는 심장표현으로서의 언어가 되어야 한다는 설명 이었습니다. 민주화운동을 하다 감옥에도 간 한완상 전 부총리는 사랑이야말로 모든 희망의 기초며, 죽음보다 강하다는 것을 체험적으로 알게 됐다고 했습니다. 멘토들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사랑은 결코 함부로 남발될 수 없는 추상의 언어가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지금 치러내는, 감당하는 사랑을 하고 계십니까?
'이태형('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 저자, 국민일보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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