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막리 고인돌 - 조후미
옌날에는 전라남도 진도를 沃州옥주라고 했어라. 땅땡이가 겁나게 넙고 지름징께 그케 불렀다고 합디다. 요새는 뱃꾼보다 농사꾼이 더 많애라. 째깐매한 섬이지라잉.
지도를 치고 진도 동쪽을 찬찬히 살피믄 첨찰산 끄터리에 지막리라는 마음이 걸쳐 있어라. 뒷산에 기우제를 지내던 제단이 있었응께 상당히 유서 깊은 동네것지라잉.
동네로 나댕기는 질 한피짝에는 찔쭉한 도팍이 서 있는디라 어른신들이 그 독을 슨돌이라고 부릅디다. 마을에 슨돌이 있다는 것이 뭔 뜻인지 아요? 그것은 엔날꼰날부터 거그서 사람들이 살았다는 뜻이제라. 시방은 서울 같은 도시서 사람들이 오굴오굴 몰려 살지만 선사시대 때는 맹수들이 무사서 섬에서들 살았당께라. 섬에서 살다가 차근차근 육지로 퍼져나간 것이지라. 선사시대부터 사람들이 지막리에서 살았다는 것이 안 믿기제라? 슨돌만 갖고는 증거가 째깐 약하제라? 그라믄 더 묵직한 증거를 대보까라?
슨돌을 지나서 오른짝 질로 안 헌넘푸고 올라가믄 돌빼기라는 꼬랑이 나와라. 돌빼기는 쩌욱에 방죽서 내린 물이 모태갖고 놀다가는 동네 빨래터여라. 거그 옆에 끄만 바구똑이 있는디라. 그 바구똑이 허벌나게 큰께 동네 아짐들은 이불 빨래를 혀서 물 빠지라고 그 독 욱에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이불호창을 널어놨었제라. 이불이 안 널어진 날에는 영낙없이 애기들이 잡으로 댕기기를 함시로 올락낼락하고라. 가실에는 곡석을 몰리기도 하고 그랬어라. 여러 모로 아짐잖케 고마운 도팍이었제라.
그런데 참말로 얼척없었당께요. 난중에 알고본께 그 도구팍이 고인돌이가 안 하요. 암것도 몰랐던 동네 사람들이 고인돌인 줄 알아챘을 때는 그 도팍이 폴쌔 없어져불고 난 뒤였어라. 알았으믄 그케 함부로 했을 리가 있것소? 우리 함마니가 늘 하시던 말씀이 “ 넘의 무덤 욱에 올라가믄 동티난다잉. 절대로 올라가믄 안 되야잉”였는디.
큰 고인돌 옆짝으로 몰똑하게 놓여 있던 새끼 도팍들도 당연히 고인돌인 줄 몰랐제라. 그랑께 작물허는디 걸리작댄다고 도팍들을 치네불어서 으디로 가부렀는지 시방은 흔적도 없이 다 사라져부렀제라.
그뿐인 줄 아요. 동네 안으로 들어오믄 박연배 씨 댁하고 박필현 씨 댁 담장 밑에 거북이 등껍딱만한 고인돌이 있어라. 시방 내가 자신감 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집 담헐이 박연배 씨하고 박필현 씨 담이랑 붙어 있어서 밀창을 열고 내다보믄 그 도팍이 뵌께 안 그라요. 그넘 말고도 짜잘한 고인돌이 맻 기 더 있었는디라, 우리 아부지 말씀에는 그것을 장독대로 쓰고 구들장으로도 써부렀다고 합디다. 독무덤인 줄 몰랐응께라. 참말로 후회스랍고 가슴 미어지는 일이지라.
동네 배깥으로 나가믄 당 너머 들에는 고인돌이 허천났었제라. 애보롯한 까끔 내리뱅이에서 갯깟가지 밭 시다고 사이사이로 멧돼야지맹키로 끄만 독댕이가 여그저그 할 것 없이 널려 있었어라. 그란디 그것들도 밭 늘린다고 파갖고 데나불어서 거작 다 없어지고 맻 기만 남았당께라.
기록을 찾아본께 지막리에는 고인돌이 스무 기 정도가 있었다고 해라. ‘기반식하고 개석식이 섞여서 지석묘 연구에 귀중한 자료가 된다’는디 거진 다 묻히고 파괴되야서 있었던 태죽이 밸로 없어라. 그 많은 도팍들은 다 어디로 바부렀으까라잉.
맻 년 전에 고창 고인돌이 유네스코에 등재되었지라. 거그 고인돌은 어찌께 생겻는가 궁금해서 내가 한번 가봤어라. 가서 본께 가슴팍에 바구독이 얹힌 것 맴시로 까깝하고 애려갖고 주책스랍게 눈물이 나옵디다. 아 글씨 지막리 고인돌하고 거진 똑같이 생겼당께라. 고창 사람들은 뭔 수로 저 바구독을 저케 잘 지켰으까잉. 궁금하기도 혔고, 고창 사람들이 저 바구독을 저케 잘 지켜서 세계문화유산이라고 좋은 말을 듣는디 우덜은 어째 못 지켰으까잉, 하는 마음에 속상하고 배도 나서 눈물을 안 흘릴 수가 없습디다.
진도가 시방은 쪼깐 살 만해졌지만, 먹고 사는 것이 더 급했던 시절이 있었어라. 대대로 가난했던 지막리 사람들한테 뭣이 제일로 중혔것소. 문화재고 뭣이고 새끼들 입에다 플칠해주는 것이 우선이제. 대통령도 새마을운동 한다고 헌 것을 다 갈아엎어부는 판에 먹을 것이 없어서 명줄이 왔다갔다 하는 섬사람들한테 유물이 다 뭐다요. 식구들 입에 풀떼기라도 넣어줄라믄 손뿌닥만 한 땅에도 콩 심고 고추 심고 그래야제. 그케 살다본깨 있던 것도 못 지키고 거작 잊아부렀지라. 순하기만 했제 앙긋도 모르는 사람들인께라. 누가 그 바구독이 고인돌이라고, 넘의 무덤인께 다라보믄 안 된다고 일러줬으믄 암도 손을 안 댔을 것인디, 아이고 아무도 안 알려줬당께라.
인자는 더는 잊어불지 말아야지라. 그라요 안 그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