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미사 후, 성당 마당을 돌면서 묵주기도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 남자청년이 저 멀리서부터 소리를 지르면서 제게 다가왔습니다. ‘사제님!, 사제님!’
정문 앞 성모상 쪽에서 제 앞에 서더니 제게 던진 첫 질문이 이거 였습니다.
‘사제님, 저같은 인간도 구원을 받을 수 있을까요?’
사실 ‘구원을 받을 수 있느냐’라는 질문을 직접적으로 들은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순간 당황스러웠습니다.
‘당연히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회개하고 그리스도의 복음을 믿으면 구원받을 수 있습니다.’ 라고 대답을 했어요.
‘저는 죄를 많이 지었습니다. 혐의는 없지만 알게 모르게 수많은 죄를 짓고 살아왔습니다.
정말 제가 구원받을 수 있다고요? 하느님은 엄청나게 자비로우신 분이신가봐요. 이분은 참 엄마처럼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한 30분 정도 대화를 하였습니다.
알고 보니, 부모님의 영향으로 개신교회를 다녔는데 어렸을 때는 범계성당에 친구들도 있어서 여기에서 숨바꼭질도 했다고
합니다.
개신교회를 다닐 때는 천주교에 대한 안좋은 얘기들을 그렇게 많이 들어서 성당에 대한 고정관념이 박혀있었다고 하더라고
요. 갑자기 이런 이야기를 제게 하였습니다.
‘지금 현재 교황님이 그렇게 덕이 많다고 하지요? 사실 저는 천주교하면 김수환 추기경님이 생각납니다.
제가 28살인데 거의 10년 전쯤 그분이 돌아가신 것으로 기억해요. 얼굴이 참 선해보이셨어요.
또 테레사 수녀님은 정말 대단하신 분이시죠.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곳은 이 세상에 천주교가 가장 으뜸이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물어봤습니다. ‘성당 다닐 생각 없으세요?’ ‘사제님, 저는 무슬림입니다.’
그래서 제가 ‘왜 무슬림이 되었느냐’하고 물으니 특별한 이유는 없고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었다고 하더라고요.
이번엔 제가 물어보았습니다. ‘무슬림으로 살면 구원받을 수 있다고 믿으세요?’ 그 청년은 머뭇머뭇하였습니다.
‘그런데 사제님 뭐하고 계셨어요?’ ‘저 묵주기도 하고 있었죠.’
‘아이고, 신성한 예식을 제가 방해했네요.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무슬림식의 인사를 하고서 그 청년을 떠났습니다.
저는 미사 시간을 알려주고서 다음 만남을 기약했습니다.
그 청년의 뒷모습을 보면서 마음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습니다.
제게 고해성사 하는 것 같다며 짧은 시간 안에 많은 것을 쏟아낸 청년이었습니다.
오늘 1독서에서 하느님께서 말씀하십니다.
“내가 정말 기뻐하는 것이 악인의 죽음이겠느냐? 악인이 자기가 걸어온 길을 버리고 돌아서서 사는 것이 아니겠느냐?
... 자기가 저지른 모든 죄악을 생각하고 그 죄악에서 돌아서면, 그는 죽지 않고 반드시 살 것이다.”(에제 18,23.28)
그 청년이 큰 죄를 지었을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하느님은 우리의 죄를 보시는 분이 아니라, 우리의 회개를 눈여겨보시는 분이십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 그 사람이 바라는대로 원하는대로 하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우리가 하느님을 사랑한다면 하느님께서 바라시는대로 하고 싶게 됩니다. 그것이 바로 ‘회개’입니다.
화해와 용서, 하느님을 향한 충절한 마음을 청하는 오늘 하루 되시기를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