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끼- 영화대 만화(스포)

[빈센트]

 

이끼- 영화대 만화(스포)

gen_pa("30168648:tkfkd279", "elMenu4", "꽈당 (tkfkd279)"); 꽈당 (tkfkd279) 10.08.10 22:59

만화와 영화 모두다 기본 줄거리는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인 류해국(박해일)이 사소한 일에 연루되면서 가정과 직업을 잃게 되고 방황 하다가 우연히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30년간 은폐된 마을로 들어간다는 설정이다. 그러나 아버지 류목형(허준호)이 몸담고 있던 마을에서도  죽음을 둘러싸고 드러난 유해국의 집착은 마침내 마을사람들과 갈등을빚게 되고 이들의 경계를 받게 된다.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의문은 풀리지 않고 더욱 커져만 가는데........‘이끼’는 인간내면의 선과 악 그리고 이를 둘러싼 구원 이라는 종교적 물음을 바탕에 깔고 있다. 여기까지 영화와 만화의 설정은 같다.

 그러나 결말 부분에서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만화를 한번쯤 봤다는 선입관으로 영화 ‘이끼’를 간과하거나 쉽게 평가해서는 안 될 부분이 있다.

만화가 아버지의 죽음을 둘러싼 집요한 성격의 소유자 류해국의 파멸이었다면 영화는 거대한 권력과 결탁된  절대 악인 이장 천용덕(정재영 분)과의 싸움에서 결국 승리를 거둔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 싸움의 최종 승리자는 류목형도 아들 유해국과 그를 도와주는 박민욱 검사(유준상)뿐만 아니라 또 다른 의외의 인물이 등장을 하게 된다.

만화 속 이영지(유선)는 피해자이면서도 상당히 농염한 여자인 복잡한 캐락터로 나온다. 그러나 영화에서 이영지는 절대적 피해자로 결국 영화의 결말에 그의 존재가 크게 부각되어지는데 이 부분이 영화와 만화의 가장 큰 차이라 할 것이다. 그런 맥락에서 영화의 전체적인 줄거리는 원작인 만화보다 훨씬 더 스토리가 탄탄하고 관객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더해 준다.

이밖에도 천용덕을 비롯한 하수인들의 과거 경력과 마을을 둘러싼 배경에 대해 많은 비중을 싣고 이들이 유목형을 만나면서 공동체 마을을 가꾸는 과정을 시간별로 비중 있게 다룬다. 만화라는 장르가 비교적 전체 스토리를 자세히 담아 낼 수는 장점을 갖고 있기 때문 인 거 같다. 특히 만화가 강풀의 평처럼 ‘대사 하나하나에 신중을 기해 배치하여’ 중간 중간 대사를 충분히 음미해 볼 수 있어 좋은 거 같다. 속도감 있는 영화보다 훨씬 생각할 기회를 많이 주는 거 같다.

영화나 만화나 공간을 둘러싼 권력관계를 탁월하게 묘사를 한다. 도로가에 있어도 폐쇄되어 있는 마을은 등장인물의 성격과 인성을 배치하는 적절한 무대로써 작용한다. 그 안에서도 권력의 핵심인 이장의 집은 최상단에 위치해 모든 집을 조망하게 끔 지어져 있다. 아버지의 집과 천석만의 집은 토굴로 연결 되어 상호 감시하고 있으며 이곳에도 어김없이 컴퓨터가 들어오고 인터넷이 사용되지만 이는 오히려 서로의 일상을 통제하거나 드러나게 할 뿐이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 사람의 관계는 권력자를 중심으로 긴밀하게 네트워크 되어 있어 비록 유폐되어 있으나 마치 CCTV가 촘촘히 걸려있는 현대 공간 못지않게 상호감시체계가 발달되어 있다. 이렇듯 겉으로는 평화로워 보이는 작은 마을의 실상은 평범해 보이는 구멍가게 조차, 나무 한그루와 풀잎 한 포기 조차, 사람의 마음을 훔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과 권력의 결과물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스토리를 끌고 가는 힘과 미로장면과 같은 공간에 대한 묘사(이부분을 봉준호가 감독을 했다면...ㅎ) 가 스릴있게 그려내지 못한다. 그리고 결코 짧지 않은 시간임에도 각각의 인물들의 과거 중요한 사건들 (아무래도 시간별 계절별 흐름을 묘사하는 것은 여건상 제약을 받을 수 밖에 없지만)의 인과관계가 생략되어있다.  이로인해 결말로 전개될 수록 다소 박진감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나의 감상역시 결과적으로 지루한 편이었다. 역시 서스펜스 스릴러를 2시간 40분까지 끌고 간다는 것은 만만치 않은거 같다.

결말 부분에서도 유해국, 천용덕, 이영지, 그리고 박민욱 검사가 등장하는 장면의 동선과 대사 처리에 있어서 어색한 부분이보이고 마치 연극처럼 처리가 되어 이로 인해 일부 관객의 실소가 있는 등 감독의 섬세한 연출이 아쉽다. ‘옥에 티’ 인거 같다.

이밖에도 강우석 감독의 과거의 작품 ‘공공의적’ 시리즈와 ‘한반도’ 등에서 살짝가치관이 엿보이는데 비록 타락한 국가와 공권력일지라도 결국 이에 의지한다는 설정이 이번 영화 ‘이끼’에서도 나타난다. 아마도 이는 감독의 가치관이 영화에 또다시 투영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두 가지 장르를 함께 감상해 보는 것도 괜찮을 거 같다. 개인적으로는 올 여름 이렇다 할 한국영화가 없는 조건에서 그나마 괜찮은 영화인거 같다.  추천하는 바이다...

[아네모네]

빈센트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