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09. 12. / 68세
별똥별
저녁을 먹고 마중공원으로 산책을 나갔다.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장다리천변 의자에 앉아 노래를 불렀다.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아침 이슬 내릴 때까지….”
노래를 부르며 무심코 서쪽 하늘을 올려다보았는데, 그 순간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별똥별 하나가 길게 흘러내렸다.
시력이 0.15밖에 되지 않아 빛의 색도 꼬리도 희미했지만, 밤하늘을 비스듬히 가로지른 하얀 빛 하나만은 분명했다. 얼마 만에 본 별똥별인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별에 관한 노래를 부르다가 본 별똥별이라니, 오늘만큼은 별똥별을 보고 소원을 빌면 이루어진다는 말을 믿고 싶다.
한 달 안에 우리 가족이 조금이라도 화해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기를, 그런 소원을 빌었다.
갑자기 복권이 사고 싶어졌다.
카카오맵으로 밤늦게까지 여는 복권방을 찾아갔지만, 도착하니 이미 불이 꺼져 있었다. 혹시나 해서 찾아간 다른 곳엔 '임대' 두 글자만 붙어 있었다.
허탈한 헛웃음이 나왔다.
집에 돌아와 아내에게 슬그머니 물었다.
“나 오늘 오랜만에 별똥별 봤어. 당신은 언제 봤어?”
“난 그런 거 몰라. 낭만 같은 거 몰라.”
“시골에서 자랄 때 보지 않았나?”
“한 번도 없어. 엄마가 가시나는 밤에 나다니면 안 된다고 해서 해 넘어가면 못 나가게 했어.”
순간 말문이 막혔다.
밤하늘을 마음껏 올려다볼 기회조차 없었던 시골의 어린 여자아이. 그 아이가 자라 나와 살며 견뎌온 세월과 끝나지 않은 삶의 무게가 그 한마디에 얹혀 있었다.
그 말은 살아내는 일도 벅찬데 무슨 낭만이냐는 듯 들려 가슴이 먹먹했다.
복권방을 찾아 밤길을 헤맸다는 이야기는 입안에서만 삼켰다.
문득 오랜 친구 욱현이 생각났다.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뉴스에 달려가 발안저수지 바닥에 둘이 나란히 누웠던 밤.
정작 별똥별은 단 하나도 보지 못하고 돌아왔지만, 그날의 밤하늘은 지금까지도 내 안에 또렷이 남아 있다.
별똥별을 보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느냐가 더 오래 남는다는 것을 그때 알았다.
언젠가 아내와 나란히 서서 밤하늘을 올려다보고 싶다. 별똥별을 한 번도 본 적 없다는 사람과 함께.
별이 떨어지지 않아도 상관없다.
한 달쯤 뒤, 오늘을 돌아보며 말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날 이후 우리 가족에게 무언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고.
복권은 사지 못했지만, 내가 바라던 진짜 복권은 오늘 밤 이미 시작되었는지도 모른다.
첫댓글 꿈은 무슨 색깔일까요~
꿈은 무슨 모양일까요~
그런 거와 상관없이 꿈은 아름다운 거지요.
별똥별이 무언지 상관할 것도 없이 아름다운 거고요.
꿈도 함께 꾸면 더 아름다운 것이겠습니다.
저는 별똥별을 잊고 지낸지가 얼마인지 모르겠네요...
요즈음 하늘이 이례적으로 맑습니다.보기 힘든 별도 자세히 보면 보입니다.
감사합니다.
별에 관한 노래를 부르다 별똥별을 보셨다니,
그 순간만으로도 한 편의 이야기 같습니다.
복권방을 찾아갔다가 허탕 친 대목에서는 웃음이 났지만,
아내분의 “낭만 같은 거 몰라”라는 말에서는
괜히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별똥별을 보았느냐보다
누구와 함께 하늘을 바라보았느냐가 더 오래 남는다는 말씀도
참 좋았습니다.
가족의 화해라는 진짜 복권이
조금씩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
좋은 글 깊이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갑자기,
별똥별 덕분에 낭만을 생각하게 되었지요.
고든님의 글 덕분에,
글 읽는 사람의 기분이 아름다워 집니다.
다른 방은 몰라도,
수필방의 글은 나의 글을 쓰고
읽는 분들의 마음을 곱게 만들어 줍니다.
모처럼, 낭만이 담긴 글에 머물다 보니
오늘 하루가 즐거울 것 같습니다.
항상 고맙습니다.
가끔은 낭만을 찾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ㅎ
어제는 사막 길 옆에 차를 세우고
밤을 보냈습니다.
주변 조명이 없으니 맑은 밤하늘에
별들이 초롱초롱 많이도 빛을 내고
있었지요. 별똥별이 없어도
별들의 세상은 늘 신비롭고
아름답습니다.
모든 일이 잘 풀리시기를 기원합니다.
거기는 은하수도 보이리라 짐작됩니다. 부럽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랜만에 별똥별을 보셨군요.
신비롭고 가슴이 설레었을듯요.
여름에 묘똥이 있는 잔등에 나가면
하늘에 총총히 박힌 별들과
별똥이 떨어지는걸 종종 보았지요.
사촌여동생과 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던
어린 시절에 문득 생각납니다.
고든님이 바라시는 모든 일들이
술술 잘 풀리셨으면 좋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어렸을 때 집 조금 앞에 산소가 있었고 그옆에 측백나무 몇그루
그 무덤이 잔디가 참 크고 잘 가꾸어져 있었어요. 국미학교 입학전후 같아요. 그 묘 잔등에서 미끄럽을 탓어요.
저는 별똥별을 언제 보았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해요.
제가 꼭 보고 싶은' 별똥별'이거든요 .
그리고 또 한가지는 '반딧불' 입니다
마음으로 읽어지는 글 잘 읽었어요 .
고든님의 소망이 꼭 이루어졌다는 글을
한달이 가기전에 읽고 싶습니다 .
고든작성자 00:19 새글
고맙습니다.
아렇게 해보세요.
https://chatgpt.com/share/6aa80f6f-49e0-83e8-8427-fcf7429c00b3
저처럼 2번 질문하시면 될거예요.
1 여긴 미국 어디인데, 별똥별이 많이 떨어지는 날이 언제인지 궁금해
2 그런날들을 전날에 알려 줄 수 있을까?
덕분에 저도 예약되었습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