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대상은 한국의 성인 남성을 전제로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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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부장제 사회에서는,
남자의 역할이라거나 책임감, 의무 따위들이 강조되는데,
이 상태에서, 남자는 대개
아무리 힘들어도 그걸 자신의 가족에게 내색하지 않습니다.
그렇게 키워졌기 때문이죠.
보통 아들은 아버지의 특성을 계승하고,
딸은 어머니의 특성을 계승하기 마련인데,
동북아시아 권, 그 중에서도 유독 한국 남자들이
내 가족에게 절대로 자신의 어려움을 얘기하지 않아요.
항상 괜찮은 척.
아무 일도 없다는 듯.
모든 일이 다 잘 되 가고 있는 것처럼.
사실은, 두려운 겁니다.
내 여자나 자식들이
현재 내가 처하게 된 안 좋은 상황을 알게 되었을 때,
나를 어떻게 생각할 지가 두려워서요.
'이런 무능력한 남자'
'아 별 볼일 없는 아빠;
두려운 동시에, 쪽팔림을 느낍니다.
더러워서 못 해 먹겠을 이 짓을,
내 여자나 자식들에겐 절대로 보여 줘선 안 될 사회에서의 내 모습을 보면서
환멸도 느끼고, 자괴감도 느낍니다.
쪽팔림을 느껴요,
가족들의 기대치에 못 미치고 있는 스스로를 바라 보면서 말이죠.
정작 털어 놓고 위로 받아야 할 곳에서,
한국의 성인 남성들은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그러한 와중에도 스트레스와 활성 산소는 우리 아저씨들의 내장을 신나게 좀먹어 들어가고 있겠죠.
근데 우스운 건,
내 가족에게는 죽어도 말 못 하겠던 것들이,
타인에게는 쉽습니다. 제 3자에게는 쉬워요.
그래서,
집에 안 들어가고 친구들과 진탕 술을 먹습니다.
또는, 내 상황을 잘 알고 있는, 그렇기에 가능한 위로들이나 격려가 사랑으로 오인된 채 회사 동료와 바람이 납니다.
물론, 남자들의 이런 생리에 대해 미리부터 철저히 교육 받았을
업소 언니들에게는 최고의 먹잇감이기도 하겠지요.
아이러니하게도,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가부장적 마초 기질이
남자와 그들의 가족을 갈라 놓는 결정적 단초를 제공합니다.
대개의 한국 성인 남성들이 겪게 되는 딜레마.
가족을 위해 몸을 버리나, 정작 내 가족과 소통하지 못 하다.
"놈들 키우려고, 뼈빠지게 일했는데,
이젠 녀석들이랑 저녁 먹는 것조차 쉽지 않아, 어색하기도 하고."
이 상황에서 솔직히 누가 누구를 욕하겠습니까?
남자는 남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고,
여자는 또 여자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는 건데.
근데, 옛 말에 이런 게 있다죠.
'부인 말이랑 어머니 말은 듣는 게 이득이다.'
이건, 문자 그대로 그녀들 말이 다 옳다는 뜻은 아닐 겁니다.
제 생각엔, '남자와 여자가 서로 대화를 할 때 비로소 가정이 화목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하고 싶은 것 같아요.
더불어 사는 삶.
몸을 섞고, 정신을 공유하며, 대화를 나누는 것의 위대함.
적당한 수준까지는 좋겠죠.
하지만, 지나친 책임 의식이라든지, 지나친 의존성은 버려야 해요.
사랑해서 함께 살기로 했으면,
'함께' 살아야죠. 함께 함께
이 '함께'란 단어의 진정한 의미를 이해하지 못 한다면,
술에 쩌들은 간도, 간통도, 룸쌀롱도 없앨 수 없지 않을까요?
첫댓글 룸쌀롱은 없애면 안됩니다......
왜 없애면 안되죠?
글읽다보니 글쓴이가 누굴찌 바로 짐작이됫습니다.. 참 사람 심리에 관심이 많으신듯하네요.. 혹시 전공이 그런쪽이신건지~
어떻게 아셨어요? 사회 심리학 전공입니다 ㅋ
삭제된 댓글 입니다.
근데 착한 여자들도 많아요. 그리고, 만약에 진짜 한국 여자들이 그 정도로 무개념이라면, 그건 여자들만의 책임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나는 것이라고, 우리 남자들이 여자들의 그러한 태도를 일부 조형했을 수도 있어요. 전근대적 마초 심리, 즉, 남자는 이래야 한다라는 사고 방식은 다시 여자는 이래야 한다라는 사고 방식을 낳게 되고, 여자는 이래야 한다라는 사고 방식 안에는 우리 남자들이 그렇게도 싫어하는 여자들의 묻어가기 속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느 상황이건 일방 과실이란 없는 법입니다. 뭐든 지 기브 앤 테이크니까요.
생각해봄직한 주제네요...
저희 아빠도 옛날엔 비슷했습니다.힘든 일 있으면 친구들이랑 술 마시고 집에 와선 한마디도 안하고....지금은 제가 많이 노력해서 무슨 일 있을 때마다 우선 저부터 찾으시고 제가 한국 들어갈때마다 거의 저랑만 마시고 제가 없을 때는 거의 안 마신다는군요 ㅎ 저도 나중에 아버지가 된다면 틈날 때마다 자식들하고 같이 있어주고 얘기하고 고민 같은것도 다 같이 풀어놓을 생각입니다.집은 편안히 쉬라고 있는건데 집에서도 스트레스 쌓이면 그 인생은 너무 불쌍하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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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민이 있으면 터놓고 말하는게 답입니다. 특히 가족들끼리는요.
고민이 있어도 혼자 끙끙앓는 사람은 영 정이 안가더군요. 사람을 볼 때 보는 가장 중요한 조건이 진솔함이라 개인적으로 생각합니다.
좋은 글입니다..
제 모습이랑 많이 비슷한거 같군요..
시간의 여유와 주말을 보장못하는 회사시스템탓도 크다고봅니다. 그런탓에 쌓인스트레스를 자극적으로 푸는 문화가 발달되었죠. 그리고 제대로된 취미생활과 운동시설이 발달못한것도 크다고봅니다. 덕분에 중장년층이 운동겸취미가 모두 등산이죠. 그동안 운동을 할시간적여유도없었고, 체계화된 운동시설이나 시스템이 없었죠. 그러다보니 술술술. 친교의 수단도 술술술.. 그리고 더큰자극...
좋은 글인데 간직해도될까요..
오브코올스 와이낫? ㅎ
감사합니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