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이 대설입니다.
겨울이 어느사이 우리 앞으로 홀연히 와 있네요..
올 겨울 당신의 겨울이야기는 어떠할까요!
어제는 군포교하시는 천진행보살님이 모처럼 왔다 가셨습니다.
"왜 이리 그동안 소식이 없었누?"
"스님께...항..상 죄송스러워..서요...힘든거 뻔히 아는데두 도움도 못드리고
항상 마음의 짐만 얺혀드려서..요."
빙그레 웃으시는 천진행보살님 얼굴에 부처님 염화미소가 얼핏 스쳐지나갑니다.
무심정사 오면 스님이 불사후원금을 가끔씩 살짝 살짝 보태드리고
한달에 한번 49재 하고 부처님께 올렸다 내린 남은 과일들 알뜰살뜰 모아서
초코파이 과자들과 함께 최전방 군인 포교하는데 먹거리로, 또는 합장주로 쓰라고 보내주었드랬습니다.
"겨울이 오니....법당이 참 썰렁하지?...겨울은 스님들에게는 인고의 세월이야 하하하"
아니예요...스님...그래도 무심정사는 외형불사 전혀 안해도..도량이 참 편안해요..그리구..
스님만 뵙고 친견하면 참 마음이 훈훈해지고 죽고싶은 마음도 저도 모르게 ㅎㅎ 용기가 생겨요..."
하얀눈이 오는 겨울이 왔습니다.
사찰마다 난방비가 정말 걱정이지요...
오시는 불자님들이 힘드신데
당연히 십일조 헌금하고 계획경제하고 인재경영관리하며 삐까번쩍하는 대형 교회를 어떻게 따라가겠습니까!
몸도 지병이 있고 한 아녀자의 몸으로 큰 사찰에 가서 신도회 회장님..혹은 사무장님...주지스님을
어렵게 친견하고 군포교 후원금이라도 얻을라치면 당장 불호령에 핑게대고 만나주지도 않는다고 합니다.
대부분 사찰이 어려워서 쌀 시주조차도 못 받는 경우가 허다하니 그나마 불전에 올린 공양미를 달라고 해서
무거운 쌀을 낑낑 차에 실어서 쌀집에 가서 다시 환산하여 일부는 가래떡을 뽑아서 떡볶기나
꿀떡을 하여주고..나머지는 돈으로 환전하여 간식비나 불사에 보탠다고 하네요..
" 보살...그래도 12월달은 참 다행이다...예수님 탱큐라니까...
교회에 성탄절이라도 없어봐...얼어붙은 군대..우리 군인아이들 무슨재미로 사나들..."
"스님...제가요 아이들에게 마지막주일에 한해 망년회겸 군법당에서 물어보았서요..
니네들 올 한해도 가는데 군대에 갇혀서 힘든생활하니 무엇이 가장 먹고 싶니? 했더니 다들..이구동성으로
통닭이요!..." 하더라니까요...
교회는 경영과 시주가 많아서 통닭시켜서 음악회도 벆적지근하게 하여주고
선물도 주고 신나게 연말을 보내주나 보더라고요...
그래서 속으로 경동시장에 가서 닭 30마리 사서 일일히 손질해서
아이들 조리기구랑 주방기구가 되어있으니 군법회 끝나고 망년회념 잔치해줄려구요..
우리 아이들 집에서 다들 귀한 외아들인데도..왜 그리 군대에 오면 라면하나라도 맛있어하는지요..
우리 군종병들에게 시키면 요리도 척척 아주 잘해요..
법당에서 먹는 잔치국수도 맛있어하구요..
법당에서 아예 놀다 간다니까요.. 군대에서 주는 점심 잘 나오는데도 잘 안먹어요...
그러다 시주가 없으면 어떻하는데...?
스님이 가끔 도와주시잖아요...그런데..때로는 제 생활비에서 떼어서 자식들 감사기도 회향한다 생각하고 하지요..
우리남편은 하도 몇년씩을 그리 하니까 그러려니..포기했어요..ㅎㅎㅎ"
근데 은근히 군법당... 비용이 참 많이 드네요..."
"...아참 스님은 신도회랑 별개로 자원봉사로 카페 운영하시면서
매월 1회 5사단 열쇠부대 수계법회 공양음식지원하신다면서요?"
그게 비용도 많이들고 쉽지가 않으실텐데 새로오신 사단법사님에게
아마 열악한 군법당 현실에 큰 발심의 계기가 되는듯 하네요..
사단법사님 사단내에서 기도수행도 열심히 하시고...주변에 도움주시는 여러분들에게 진심으로
항상 고맙다고 하시더라고요...."
부처님의 귀한 말씀 입으로 달달달 외우면 뭐하나요?
내가 가진것 형편껏 보시하고 조금 절약하고..아끼고 살면 되지..뭐.."
스님...와서 보니 신도회도 없어지고..신도도 없이..스님 홀로 주머니 털어서 하시는데..감히
제가 도움을 드려야 하는데..오다가 다시 생각해서 말없이 돌아간적 가끔 있어요..ㅎㅎ..."
원각사 노스님이 저를 불러서 이것 저것 시키면서 동두천에 자주 오고 가고 하거든요..
스님 생각하다가 그냥 죄송스러워서 되돌아간적 있었어요..ㅎㅎㅎ"
나도 보살님 생각하면서 주머니가 비어서 전화 안한적 많아..!"
정말요?...이심전심이네요...하하하..."
천진행 보살님의 이런저런 이야기를 듣다보면 인근주변 사찰스님들 이야기며
사찰 경영상태까지 간접적으로 비교적 정확하게 듣게 되는데 대부분 사찰마다
신도회구성이 제대로 안돼고 불자들 스스로 많은 신심도 떨어지고 스님들도 힘들어 한다고 합니다...
"그래도 부처님 일은 내가 살아보니까 그러드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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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일은 난몰라요...부처님이 다 해주실테니까 가 절대 아니야...
오늘 지금 이순간 열심히 최선을 다해서 남이 좋아하는일
그리고 나도 조금 만족하는 일을 스스로 진실되게 하다보면
내일은 그 결과물로 아주 조금 더 나아지고....
아주 미세하지만 ..
그런것이 모이고 모여 1년이 정말 거룩한 1년이 되더라니까..
뒤돌아보니 내가 군포교 안해도 그만이야..그냥 살아왔겠지... 그 경비..어디로든 또 지출이 되었겠지?..
그런데...그 행위는 남아있더라니까...추억이 되어서 뒤돌아보게 되네..
물론 아쉬운것도 있지만 잘한점도 꽤 되드라니까...
의미있는 1년은 결국...
날마다 조금씩 조금씩 욕심내지 말고 그냥 지금처럼만 하는일 그냥 하면 된다니까.....보살!"
올 겨울은 눈이 많이 온다고 합니다..
무심정사는 산 위에 있어서 눈이 오면 차량이 올라올때 위험하기도 하지요..
그러나 다리밑 평지에 차를 파킹해놓고 10분정도 걸어올만 한 거리이니...참 좋은곳에 위치되어 있습니다.
눈이 오면.......무심정사는
무심입니다..
적막강산 그대로이지요.
그냥 이자리에서 저 소나무처럼 겨울나무가 되어 조용히 입적할것 같기도 하네요..
그리고...무뚝뚝한 스님인 저를
형형색색 많은 사색과 명상을 샘물솟듯 퐁퐁퐁 시인을 만들게 하기도 합니다.
나눔은 그냥 주어서 행복합니다.
원망하면 행복해지겠습니까...
베풀겠다는 생각도 없고
받겠다는 생각도 없어야 합니다.
베풀겠다는 생각을 하면 받겠다는 생각이 나기 때문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에게 무엇을 주었는지 안줬는지
기억하지 마세요..
그것이 무심(無心)입니다...
"네..스님 저는 그냥 아이들 얼굴만 보면 참 좋아요..
이렇게 저에게 웃음을 선사해주니 분명 아이들도 저에게 회향하는거겠지요...."
올겨울 ......온 우주법계를 장엄할 흰눈을 보면서..
많은 분들이 각자 명상하고 생각에 잠기겠지요!
무심히 내리는 하염없는 눈발을 보면서
어떤이는 슬프다 하고 어떤이는 아름답다고 하겠지요
보는눈이 달라서가 아니라 서로의 생각과 느낌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흐르는 세월을 두고도 어떤이는 빠르다 하고 어떤이는 느리다고 합니다
보는 눈이 달라서가 아니라 우리들 생각이 다르기 때문입니다.
올 겨울...내일이 벌써 대설입니다.
작년 이맘때 찍은 무심정사 민둥산 사진을 올려봅니다.
그나마 겨울에는 흰눈이 내리니 폐광하고 버려진 민둥산의 보기 흉한모슴이 많이 가려질듯 하네요...
다가오는 겨울 춥고 힘들겠지만 우리들 겨울이야기 또 내 삶의 한페이지를 장식하겠지요..
찬불가를 올려야 하는데..저는 겨울이야기 노래가락이 더욱 더 제 마음에 와닿습니다..
이 음악 들으시면서...여러분들의 올 겨울
새롭게 단장될 겨울이야기가 더욱 더 궁금해집니다.
음악하는이에게 올 겨울이야기는 무슨 선율일까요?
사업하는 이에게 올겨울 겨울이야기는 어떤 포맷일까...!
기도하는 이에게 올 겨울 겨울이야기는 어떤 득도의 수행일까요!
사랑하는 이에게 올 겨울 겨울이야기는 어떤 빛깔일까요...
여러분의 겨울이야기와 서원 반드시 성취될것을 믿습니다.
추워서 더욱 더 고통스럽지만
아름다운 여러분의 겨울이야기 이기에 말입니다..
정진합니다...
솔향기 그윽한,..마차산 우리절 무심정사 광명스님 합장
카페 /일촌 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