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창재 교보생명 회장 'chosunbiz.com 출범 기념' 인터뷰
"上場, 타이밍 좋지 않아 남들 한다고 안 따라가… 아들들에게 가업 아니라 경영능력 물려주고 싶다"
신창재(57) 교보생명 회장은 지난달 30일 조선일보와 조선경제i가 함께 만드는 조선비즈닷컴(chosunbiz.com)과의 인터뷰 도중 물 대신 기관지에 좋다는 도라지액을 마셨다."CEO(최고경영자)로서 신경 쓰는 게 너무 많다 보니 위가 좋지 않고 이로 인해 역류성 후두염이 생겼어요. 모두 스트레스성 질병입니다. 아마 CEO 자리에서 물러나면 없어질지도 모르죠.(웃음)"
국내 대형 보험업체 중 유일한 오너(owner)경영자이자 서울대 의대 교수(산부인과) 출신으로 남부러울 것 없는 조건을 갖춘 그도 CEO가 받는 과중한 업무 스트레스는 견디기 쉽지 않은 것 같았다.
- ▲ 서울대 의대 교수 출신으로 2000년 교보생명 CEO(최고경영자)로 취임한 신창재 회장은 “여성들은 정서적 공감능력이 뛰어나다”면서 “산부인과 의사로 여성환자들을 많이 만났던 경험 덕분에 여성 중심의 보험사 재무설계사들과 원활히 소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종찬 기자 ojc1979@chosun.com
당시 교보생명은 IMF 외환위기 여파로 생존을 걱정해야 할 만큼 큰 시련에 직면해 있었다. 삼성생명·대한생명 등 생보업계 '빅3'간의 치열한 '외형경쟁'의 후유증으로 회사는 안으로 곪아있었다. 신 회장은 극약 처방을 내놨다. 그때까지 보험업계에서 관행처럼 내려오던 '외형경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대신 신 회장은 고객 중심, 이익중심의 품질경영으로 질적 성장을 꾀하겠다며 새로운 경영전략을 시도했다. 잘못된 영업 관행도 뜯어고쳤고 영업조직도 정예화했다.
그의 정면 돌파식 해법에 대해 당시 업계에선 "의사 출신이 보험 경영을 잘 모른다"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고집스럽게' 정도(正道) 경영으로 일관했다. 그 위력은 한국 보험업계가 시험대에 오른 재작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빛을 발했다. 취임 당시 2000억원이 넘는 대규모 적자를 기록했던 교보생명이 2008년 삼성생명을 제치고 순익 1위로 올라섰다.
―지난해 인터뷰에서 "능력이 안 되면 자식한테 회사를 물려 주지 않겠다"고 했다. 그 생각에 변함이 없나.
"자식보다 유능한 경영자가 있다는것을 알기에 그런 것이다. 10년 전 회사 위기때, 내가 경영자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해 선친께서 평생 이룬 것이 단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정말 허무했다. 경영능력이 없는 자식이 기업을 물려받는 것은 주주나 임직원 등 기업의 이해관계자 모두에게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래도 지분을 물려주면 경영권이승계되지 않나.
"주식을 물려줘도 증여세로 절반가량이 날아가기 때문에 경영능력이없다면 어차피 경영권 유지는 안 된다. 대신 아들들에게는 가업이 아니라 경영 능력을 물려주고 싶다. 경영능력을 인정받으면 교보생명이 아니라 더 큰 회사를 경영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자녀들 경영능력은 어떻게 키워주려고 하는가.
"아들들에겐 사회적 책임과 명예를 물려주고 싶다. 회삿돈이 아니라 개인 재산으로 공익재단을 만들어 경영을 맡길 생각이다. 비영리 공익재단을 운영하면 영리기업을 경영할 때는 느끼지 못하는 것들, 예컨대 노블레스 오블리주를 깨닫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어떤 공익재단을 말하는 것인가.
"국민교육 진흥을 위해 교보를 세우신 선친(고 신용호 교보생명 창업주)의 뜻을 받들고 싶다. 일본의 마쓰시타정경숙(松下政經塾) 같은 공익재단을 만들어 앞으로 우리나라를 이끌어갈 미래의 사회지도자를 육성하고 싶다."
―선친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나.
"도움이 됐다는 사실을 이제서야 알겠다. 선친 곁에서 경영을 배울 때 현장의 목소리가 최고경영자까지 제대로 전달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좋은 말이라고 해서 다 믿으면 안 되겠다. 벌거벗은 임금님이 되는 건 순식간이겠구나'라고 생각한다. 지금도 말 속에 숨은 진실을 보려고 노력한다. "
―생명보험 빅3 중에 교보생명만 비상장으로 남았다. 언제쯤 상장할 계획인가.
"남들이 한다고 해서 따라갈 이유는 없다. 교보 입장에선 자본이 충분해 당장 상장해야 할 필요성도 없고 글로벌 금융위기가 끝나지 않아 (상장하는) 타이밍도 좋지 않다. 당분간 본업에 충실하고 상장은 회사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 때 추진하겠다."
―대우인터내셔널이 보유한 교보생명 지분 24%가 매각될 예정인데.
"주주 구성만 달라질 뿐 경영권에는 아무 영향이 없다. 현재 특수관계인까지 포함하면 지분이 40%가 넘는다. 경영권에는 전혀 위협이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