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수봉은 트롯 가수로는 드물게 자기 노래의 곡은 물론 노랫말도 짓는‘싱어송라이터’다. 그녀 노래 중 ‘사랑밖에 난 몰라’를 들어보면 그대에게 사랑을 호소하는 주인공 심정이 애절하다. 그 노랫말 중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주세요.’라는 대목이 있다. 무심은 이 대목을 접할 때마다 그 표현의 아름답고 깊은 맛에 매료된다.
남녀 간의 사랑이 확인되는 시점은 포옹이 이뤄지는 시점이 아닐까. 포옹은 상대의 몸을 껴안는다는 외형적 의미 이상으로 상대의 마음까지 껴안는다는 뜻이 함축되어 있다. 그렇기에‘서러운 세월만큼 안아 주세요’라는 표현이 가능하다. 그대를 알기 전부터 살아온 세월이 그저 서럽기만 했다는 그녀의 토로. 그 서러움을 삭일 수 있는 오직 하나의 방법은 그대가 나를 꼭 껴안아주는 거란다. 아아 이런 속삭임 앞에서 근엄하게 거리를 두거나 외면할 장사가 이 세상에 있을까.
‘서러운’이란 형용사는 눈물이 떠오르는 단어다. 따라서‘서러운 세월’은 눈물 젖은 세월이다. 축축한 눈물을 부드럽게 증발시킬 수 있는 장소는 따듯한 체온의 가슴이다. ‘안아 주세요’란 말이 ‘서러운 세월’말 뒤로 자연스레 이어지는 까닭이다.
그냥 안아 달라고 하지 않는다. ‘서러운 세월만큼’이라고 명시함으로써 긴 시간 안아 달라고 한다.
심수봉 그녀가 노래 부른다. ‘그 눈빛이 좋으며, 기대고 싶을 만큼 커다란 어깨’의 그대를 향해.
그대 내 곁에 선 순간
그 눈빛이 너무 좋아
어제는 울었지만 오늘은 당신 땜에
내일은 행복할거야
얼굴도 아니 멋도 아니 아니
부드러운 사랑만이 필요했어요
지나간 세월 모두 잊어버리게
당신 없인 아무것도 이젠 할 수 없어
사랑밖엔 난 몰라
무심히 버려진 날 위해
울어주던 단 한 사람
커다란 어깨 위에 기대고 싶은 꿈을
당신은 깨지 말아요
이 날을 언제나 기다려 왔어요
서러운 세월만큼 안아 주세요
그리운 바람처럼 사라질까봐
사랑하다 헤어지면 다시 보고 싶고
당신이 너무 좋아
<작사: 심수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