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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에 포위된 헌재...'내란죄 프레임' 깨졌다
자유일보
홍장원·곽종근 2인의 횡설수설 증언이 사태 반전의 결정타
법조계 "홍·곽 증언 오염되며 헌재 부담...탄핵 인용 힘들 것"
전원책 "비상대권 행사했다고 내란죄 처벌한 문명국 없다"
8일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반대 국민대회'에서 참가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
"민주당과 이재명이 만든 내란죄 프레임은 무너졌다. 거의 90% 무너졌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 5차 및 6차 변론기일을 지켜본 전원책 변호사가 한 말이다. 9일 전 변호사는 자신의 유튜브 방송에서 이같이 말하며 "전 세계 문명국에서 비상대권을 행사한 것으로 내란죄 처벌을 받은 통치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이 탄핵 심판에서 기각 판정을 받아 귀환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됐다.
이러한 전망은 전 변호사만의 것이 아니다. 법조인 다수는 내란죄 프레임의 결정적 단서로 작용한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메모와 진술, ‘윤 대통령이 국회의원을 끌어내라고 지시했다’는 곽종근 특수전사령관의 진술이 증거능력을 인정받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이유에서 윤 대통령 탄핵 기각 판단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윤 대통령도 지난 6일 헌법재판소(헌재) 탄핵 심판에 증인으로 출석한 곽 전 사령관의 ‘국회의원 체포 지시’ 관련 진술을 부인하며, "홍장원(전 국가정보원 1차장)과 사령관(곽종근)으로부터 내란 프레임과 탄핵 공작이 시작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내가 특전사령관에게 전화한 것은 당시 TV 화면으로 국회 상황이 혼잡해서 현장 안전문제에 대해 확인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국회의원을 끌어내라’는 지시는 없었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홍 전 차장과 곽 전 사령관의 진술에는 정치적 의도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홍 전 차장은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대통령의 국회의원 체포 의혹을 촉발한 인물. 곽 전 사령관도 같은 날 김병주 민주당 의원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눈물을 보이며 같은 취지의 발언을 해 민주당이 내란죄 프레임에 시동을 거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 역시 같은 날 곽 전 사령관이 계속 진술을 바꾼 점을 지적하며 "법률가들은 말(증언)을 움직이는 것에 따라 신빙성을 판단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정 재판관이 곽 전 사령관의 오락가락하는 진술 중 어느 어휘를 썼는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할 때마다 곽 전 사령관이 자꾸 논점을 벗어난 불필요한 말로 횡설수설한 것도 그의 증언 신빙성에 의문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재 재판정에서 핵심 증인 홍, 곽 두 사람의 증언이 오염된 게 아니냐는 추측을 낳으면서 사태가 반전되었다는 게 법조계의 일반적인 진단이다. 두 사람의 진술이 내란죄 프레임의 시발점이었던 만큼 그 진술이 오염되었다는 의심을 사고 있으니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인용이 쉽사리 나오기 어렵다는 얘기다.
서정욱 변호사는 다른 측면에서 헌재가 인용 결정을 하기 어려울 거라고 본다. 서 변호사는 8일 송국건 정치평론가의 유튜브 채널에 나와 "윤 대통령의 지지율 급상승, 탄핵 반대 여론 급등, 헌재를 믿지 못하겠다는 여론 급등 등 세 가지 요인으로 인해 (여론의 동향에 민감한) 헌재가 인용 결정으로 윤 대통령을 파면하기에는 부담을 갖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서정욱 변호사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 탄핵 심판 때와 마찬가지로 윤 대통령 탄핵 심판 역시 좌우 4대4 구도로 기각 결정이 날 공산이 크다고 본다.
하지만 섣부른 기대는 금물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헌재 재판장을 맡고 있는 문형배 헌재 소장 권한대행이 윤 대통령의 방어권을 제한하며 탄핵 심판을 불공정하게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우려 요인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 대리인단은 8일 입장문을 통해 "헌재의 증인신문 방식은 법조인들조차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편향됐다"며 "이런 절차로 과연 진실을 규명할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헌재는 윤 대통령 측이 반대신문에서 어떤 질문을 할 것인지 하루 전 제출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리인단은 "대한민국 법정에서 반대신문을 사전에 공개하는 곳은 헌재가 유일하다"며 "허위 증언을 준비할 시간을 주는 것"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증인은 자기가 듣고 본 사실만을 증언케 해야 한다. 정형식 재판관이 곽 전 사령관에게 지적한 것도 그 원칙이다. 그런데 증인이 사전에 무슨 질문이 나올지 알고 대비한다면 그 증언은 허위나 조작의 결과일 수 있다. 따라서 헌재의 처사는 정당하지 않고 위법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나온다. 대리인단은 이를 ‘증인과의 짬짜미’로 규정하며 "진실을 밝힐 의지가 있다면 이런 비정상적인 절차는 즉각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헌재가 증인신문 시간을 제한하는 것도 공정성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헌재는 주신문과 반대신문을 각각 30분, 재주신문과 재반대신문을 15분으로 제한하고 있다. 대리인단은 "진술이 바뀌어도 추가로 확인이 어려운 구조"라며 "진실을 가려야 할 재판이 오히려 사실 규명을 방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헌재가 비판받는 것은 이뿐만 아니다. 주 2회 변론기일을 잡고 하루에 3명, 8차 변론기일에는 무려 4명의 증인을 부르기로 결정한 것은 변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대리인단은 "이러한 절차는 재판이 아니라 단순한 요식 행위에 불과하다"며 "이대로라면 탄핵 심판은 처음부터 결론이 정해진 정치적 행사에 불과할 것"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결국 윤 대통령 탄핵 심판 향배는 여론이 가를 것이라는 관측이 대세다. 지난 8일 서울과 대구에서 열린 대규모 탄핵 반대 집회가 보여준 여론의 흐름이 계속 이어지며 내란 몰이의 허구성에 공감하는 국민이 늘어갈수록 윤 대통령의 귀환 가능성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조남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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