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추 농사를 짓게 되면 수확할 기회가 여러 차례 있다. 서둘러 풋고추를 수확한다고 꼭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빨간 고추가 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수확한다고 꼭 좋거나 나쁘다고도 할 수 없다. 오로지 재배하는 사람의 소신과 결단에 따를 뿐이다. 풋고추는 일찍 수확하므로 그만큼 재배 기간이 단축되며 일찍 상품화하여 조기에 수입을 올릴 수 있다. 다만 풋고추가 식용으로 용도가 다양하지만 기대하는 만큼 유통과정이 안정적이고 적정한 가격을 확보할 수 있을지는 생각처럼 간단하지 않아 망설이게 한다. 빨간 고추는 마지막까지 가지만 마찬가지로 가격을 확신할 수 없다. 더구나 고추는 생물로 필요한 시기를 지나치면 수확기를 놓치게 된다. 고추가 중간에 상하거나 변질될 수도 있고, 더 나아가 예측할 수 없는 일로 고추의 수확량이 대풍을 이루며 값이 폭락하거나 흉작으로 값이 천정부지로 뛰기도 한다. 농민은 생각지도 못했던 일로 다시 한번 속앓이를 하게 된다. 그럴 줄 알았으면 서둘러 수확을 하고 처분하였으면 그래도 이렇게까지는 큰 손해를 보지 않았다거나, 조금 더 느긋했으면 거금을 손에 쥘 수도 있었다고 한풀이를 한다. “다 된 밥에 재 뿌리기‘가 되었다고 한다. 조금만 더 신중했으면 톡톡하게 제값을 받는 것인데 복을 까불렀다고 한탄하는 것이다. 일이란 것이 결과만 놓고 보면 그 과정은 아주 간단하고 상식적인 것처럼 대수롭지 않게 보인다. 이미 지난 과거를 한눈에 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행 도중에 결과를 확신하기는 쉽지 않다. 아직은 불확실성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 얼마든지 뒤바뀔 여지가 남아 있어 아직은 끝나야 끝난 것이라고 할 만큼 그 누구도 자신 있게 확답할 수 없다. 다만 예측하는 것으로 답답하기 그지없다. 그때그때 주변 사정에 따라 직간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변수가 많이 남아 있다. 따라서 결과를 섣부르게 말할 수 없다. 오로지 당사자의 통 큰 결단이다. 그렇지 않으면 미적미적 눈치에 이리저리 재다 끝장을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