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10일 자정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 스웨덴 한림원의 종신회원이자 노벨위원회 심사위원 가운데 한 명인 스웨덴 소설가 엘렌 맛손의 호명으로 시상석에 나온 한강 작가는 스웨덴 칼 구스타프 16세 국왕으로부터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습니다.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스웨덴 스톡홀름 콘서트홀에서 노벨상을 받은 것입니다. 24년전 고 김대중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식은 스웨덴 스톡홀름이 아니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렸습니다. 노벨 평화상만은 전통적으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한강 작가가 수상석에 섰을 때 홀에 가득 울려퍼진 웅장한 팡파르 소리는 노벨 문학상을 받은 작가의 그동안의 희생과 노력, 문학정신 그리고 그의 자질을 높이 평가해 내려지는 것입니다. 한강 작가가 예뻐서 그리고 한국이 대단한 나라여서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오로지 한강 작가의 작품성때문입니다. 이후 노벨 만찬때 스웨덴 왕족들의 안내를 받은 것도 마찬가지 이유입니다.
지금 한국은 역대 최대의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일제에 의해 36년동안 식민지를 경험했고 한국전쟁이란 내전성 국제전도 겪었습니다.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노태우로 이어지는 군사독재정치속에서도 살았습니다. 겨우 서울의 봄을 맞이 했지만 경제운영의 실패로 1997년 IMF사태도 치뤄야만 했습니다. 겨우겨우 경제적 예속국에서 벗어나 경제성장을 이루고 이런 저런 정치적 위기도 겪었지만 나름 우여곡절끝에 선진국 진입도 이뤄냈습니다. 하지만 거기까지였습니다. 2024년 12월 3일 밤 10시반에 터진 비상계엄발표는 그동안 모든 노력과 피땀의 결실체인 공든 탑을 송두리채 무너뜨려버리고 말았습니다. 환율은 경제 대위기 수준으로 폭등했으며 화들짝 놀란 외국인들은 한국의 주식시장에서 도피하고 있습니다. 며칠 연기금 등으로 주가를 버티게 하지만 결코 오래가지 못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파악하고 있습니다. K문화로 인해 외국인들의 발길이 이어지던 관광시장도 된서리를 맞았습니다. 외국의 어느 공항에서는 한국돈으로 결제를 보류하는 사태도 생겼습니다. 비상계엄으로 국회에 계엄군이 난입하고 국민들이 직접 뽑은 국회의원을 체포구금하려한 나라에 누가 가려 하겠습니까. 미국을 비롯한 그동안 우방이자 동맹국이라 여겼던 나라들 역시 한국을 여행때 경계해야 할 나라로 지목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우 한국에 있는 자국민들에게 집을 나설 때 대단히 조심하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이보다 더한 것이 바로 외교의 공백상태라는 것입니다. 물론 외국에 나가 있는 한국의 외교관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이 아니고 한국의 최고 권력자의 상황이 정권 부재라는 모습으로 보여지고 그런 상황에서 한국을 정상적인 나라 즉 정상적인 외교가 이뤄질 나라라 판단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며칠 전 미국의 국방장관이 일본을 방문한 뒤 한국으로 오지 않고 곧바로 귀국해 버렸다는 것입니다. 한국의 군 최고 통수권자와 국방장관이 유고인데 와 본들 누구와 만날 것이며 지금 한국에 그런 역할을 할 인물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읽혀집니다. 얼마나 나라를 나라처럼 여기지 않은 것입니까.
경제와 사회적 문제는 한국민이 더욱 허리를 졸라매고 최선을 다한다면 회복되지 말라는 법이 없지만 외교는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군인이 평화로운 시절에도 훈련에 훈련을 거듭하고 항상 깨어있는 자세를 갖추듯 외교도 마찬가지입니다. 평화로운 상황속에서도 외교관들은 깨어있어야 하고 한국의 외교적 위기가 닥칠 때를 대비해 만만의 태세를 갖춰야 하는 조직입니다. 외교는 평화로울 때를 위해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고 전시같은 비상사태를 대비해 존재하는 것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바로 지금같은 상황을 두고 하는 말로 생각됩니다.
특히 지금 미국은 신구세력이 교체되는 대단히 중대한 시기입니다. 바이든 정권에서 트럼프 정권으로 교체되는 시점이어서 한국으로 볼 때 정말 중차대한 시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바이든과 트럼프는 외교적인 시각에서 대단히 다른 측면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습니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들을 중심으로 단체로 행동하는 시스템인데 반해 트럼프는 그야말로 독불장군 스타일입니다. 바이든 정권이 중국뿐 아니라 러시아 그리고 북한까지도 적대적 태도로 일관했다면 트럼프 정권은 미국의 이득을 위해서는 러시아와 북한까지도 자신들의 영향권내에 둬서 굴복시키는 그야말로 대립적 관계에서 자발적 우호관계로 변화시키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자신의 포부를 관철시키기 위한 인사들로 이미 인선을 마쳤고 이제 마지막 퍼즐을 채워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트럼프 당선인은 이미 러우전쟁에 깊숙히 개입하고 있으며 중동사태도 자신의 의지대로 이끈다는 생각하에 외교정책을 착착 진행중입니다. 당연히 러시아와 북한 그리고 일본을 연결하는 트럼프 라인을 구축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이렇게 중차대한 시기에 지금 한국호는 선장이 마른 하늘의 날벼락같은 비상계엄이나 선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의 정치 사회는 오로지 대통령 탄핵과 처리방식에만 몰두하는 상황입니다. 물론 조속히 이 사태를 마무리지어야 하는 것은 너무도 당연합니다. 하지만 여당은 오로지 자신들의 앞으로 살 길에만 몰두한 나머지 한국이 가야할 길은 새까맣게 잊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런 대통령과 여당을 상대로 정국을 이끌어야 하는 야당도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워낙 법적 지식으로 무장한 여당세력의 꼼수에 맞서려니 정국 타개책마련에도 버거운 그런 입장이 바로 한국의 야당의 모습입니다. 정말 한국의 외교를 생각하고 이끌 세력이 보이지가 않습니다. 이러다가 1950년 애치슨 라인이 다시 그어지지 말라는 법이 없습니다. 그때는 한국이 무지했던 것에 반해 지금은 내부사정으로 스스로 애치슨라인을 새로 만드는 것은 아닌지 너무 우려스럽습니다.
침몰하는 한국호를 그냥 둬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많습니다. 정치는 정치가들이 풀어나게되 외교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정치인들 중에서 외교적 수완이 좋은 인물들이 지금 나서야 한다는 국민적인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습니다. 여야 가리지 말고 보수진보 따지지 말고 지금 표류하는 한국 외교력을 다시 회복해야 한다는 국민적 요구가 급등한다는 말입니다. 전 정권에서 외교고위직을 맡았던 인물들을 모두 규합해 미국과 러시아 중국 그리고 일본등과의 외교적 채널을 확보하는데 전력을 다해야 한다는 의견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일본은 전 총리 아베의 부인이 외교사절로 트럼프를 만나기 위한 준비를 한다는 소리도 들립니다. 일본은 이미 아소 다로 전 총리가 트럼프를 만나 외교적 라인을 구축한 바 있습니다.
지난 1905년 을사늑약으로 한국의 외교권이 상실되면서 한국은 그야말로 망한 것 아닙니까. 외국은 힘이 없고 능력없는 나라와는 친밀한 외교적 유대관계를 맺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국제사회의 외교는 그야말로 전쟁터입니다. 국격이 있고 국력이 있는 나라의 수장들에게는 정치 외교적 존경을 표하다가도 국격이 보잘 것 없고 국력도 쇠약해지는 그런 나라의 수장을 매우 우습게 바라보고 하대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장소가 바로 외교의 무대 아닙니까. 한국의 한강작가에게 스웨덴의 국왕이 경의를 표하고 왕족들이 존경의 표시를 하는 것은 그녀가 가진 능력과 문학성때문이지 한국이 대단해서가 절대 아닙니다. 외교가 바로 그렇습니다. 표류하고 침몰하는 한국을 살릴 수 있는 것은 국민들의 나라 사랑과 외교관들의 피나는 노력만이 유일하다는 것이 너무도 절실하고 가슴아픈 일이기도 합니다. 외교관들이 정파를 떠나 나라를 위해 마지막 힘을 내주실 것을 간곡하게 바라고 간절히 원합니다. 한국은 지금 정말 위기상황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2024년 12월 12일 화야산방에서 정찬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