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매 제삿날
장닭이 심심한 돌각담 조는 그늘 쪼아댄다 조각난 햇살 걸릴 때마다 쪼그라든 위장 알싸한 소식 빈 함지를 훑다가 어제 먹은 마지막 고구마 삐떼기*에 생각 가닿아 생쌀 한 줌 고양이처럼 웅크리고 씹고는 했다 그때마다 할매는 대청마루 송판 나이테 같은 낡은 입술을 열고는 했다 “생쌀 씹으면 거시* 생긴데이”
문종이* 위에 누렇게 초혼(招魂)한 할매 향로에 생쌀 새로 갈고 향을 피운다 할매 세상 버릴 때 숙자 아버지 염쟁이 아재가 핏기 빠진 입술 사이 채워 넣던 생쌀 한 주먹이 할매 몸에 생긴 거시*처럼 꾸물대며 제상에 기어올랐다 묻어둔 말 한마디 수굿이 떠올랐다 “할매! 생쌀 씹으면 거시* 생긴데이”
*삐떼기: 말랭이의 경상도 사투리
*거시: 회충의 경상도 사투리
<시작노트>
전날 아침에도 같이 종이컵 커피를 마주보며 마셨던 동료가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 상갓집에 가서 국밥을 먹는데 마침 염을 하는지 상주들의 설움이 들려왔다. 그 와중에 상주중 하나가 몸부림을 치다가 염할 때 입에 물리는 쌀바가지를 쏟았는지 좌르르~ 소리와 함께 문상객 자리까지 몇 알의 쌀이 흘러나왔다. 며칠 후에 할머니 기제사가 있었다. 몇 년을 자리보전한 향로의 묵은 쌀을 갈고 향 3개를 꼽고 피웠다. 꾸물대는 향연을 타고 햇살 좋은 어느 날 할머니와 함께 했던 대청마루의 풍경이 생각났다. 사연 많은 삶을 지탱하다 쌀 한줌 물고 떠난 우리 할머니~
<김대근 약력>
부산 구포 출생. 한국방송통신대. 「문학미디어」시 신인상.「한국수필」 신인상.「두레문학」수필분과회장. 반디불(www.bloginfo.net)운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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