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에게서
삼성화재 자동차 대물 접수 문자가 왔다.
잠시 후 딸에게서도 전화가 왔다.
“아빠, 놀랄까 봐 전화했어.
신호 대기하고 있는데 뒤에서 차가 살짝 받았어.”
다친 곳은 없다고 했다.
그런데 딸은 마음이 아프다고 했다.
뒤차는 군용차로 운전병은 일병이었고,
몇몇 군인들이 군 병원에 왔다가
부대로 돌아가는 길이었다고 했다.
군용차 앞쪽의 갈고리가 딸의 차 범퍼를 찢어 놓았다.
보험회사에 사고 접수를 하면서도
딸은 말했다.
“범퍼만 안 찢어졌으면
그냥 보내줬을 텐데…….”
딸에게는 아들 둘이 있다.
큰아들은 올해 군을 제대했고,
작은아들은 올해 입대를 앞두고 있다.
그래서였을까.
사고를 낸 일병이
남의 자식으로 보이지 않았던 모양이다.
누군가의 아들이었고,
어머니가 애써 키워 군에 보낸 소중한 아들이었다.
딸은 범퍼가 찢어진 것보다
그 어린 군인의 마음이 더 아프다고 했다.
나는 딸에게
어제 있었던 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서울성모병원 주차장에서였다.
차를 출발하려는데 옆 차선에서 차 한 대가 들어왔다.
나는 잠시 기다렸다.
그런데 운전석 문이 열리면서 내 차 조수석 문짝을 찍었다.
잠시 후 뒷문이 다시 열렸고 이번에는 뒷문짝을 찍었다.
나는 차에서 내려 두 사람에게 말했다.
“좀 조심히 내리시지요. 문콕을 두 번씩이나 하네요.”
그리고 다시 말했다.
“앞으로 주차하시고 문을 열 때는 조심하세요.
그냥 가세요.”
나는 내 차의 상처를 살펴보지 않았다.
보게 되면 작은 상처라도 있으면
보상을 요구하고 싶어질 것 같았다.
차를 몰고 나오면서 마음이 흔들렸다.
‘그래도 보상받을 걸 그랬나’
그러나 곧 마음을 달랬다.
‘차도 5년이나 됐는데…….’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후회가 되었다.
‘괜히 잘난 척했나.’
다음 날 차를 살펴보았다.
조수석 문짝과 뒷문짝에 작은 문콕 자국 둘이 나 있었다.
크지는 않았지만 마음이 불편했다.
‘그래도 보상받을 걸 그랬나.’
‘그래도 그냥 보내길 잘했지.’
두 마음이 한참을 오갔다.
그러다 스스로를 위로했다.
‘내가 그 차 안에 없었더라면
저 사람들의 문콕을 알지도 못했을 것이다.’
모르고 지나갈 수도 있었던 일을
내가 보았기 때문에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작은 상처 하나쯤은
차에 남겨두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딸에게 말했다.
“네 마음이 어떤지 아빠도 안다.”
군인으로 아들을 보낸 부모의 마음도
그러나 수리비가 적지 않으니
보험 처리를 할 수밖에 없다.
“군에서도 보험 처리가 된다니 보험으로 처리해.
손해는 보상받고, 마음은 따뜻하게 품으면 되지.”
딸은 보험 처리를 하면서도 마음 아파했다.
군 병원에 동료들을 찾아왔다가
부대로 돌아가는 길에 사고를 낸 아이.
사고가 나자 바짝 얼었던 어린 일병.
그 아이는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아들이었다.
보험 사고 접수가 끝난 뒤
딸은 그 아이를 아들처럼 생각하며
말했다고 한다.
“나 카페에서 일하니까
이곳 병원에 오면 찾아와요.
커피는 내가 사줄게요.”
범퍼는 보험으로 고칠 수 있지만
놀란 아이의 마음까지 보험으로 고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래서 딸은
커피 한 잔을 약속했는지도 모른다.
왜 우리의 마음은 이토록 복잡한가.
보상을 받으면서도 마음이 불편하고,
보상을 받지 않고 돌아서면서도
‘그래도 받을 걸 그랬나’ 하고 후회한다.
보상받고 싶은 마음과
배려하고 싶은 마음은 함께 살아갈 수 없는 것일까.
마음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 아니라
그 상황에서 누구를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인지도?
어제 내가 만난 사람은
내 차에 문콕을 두 번 남긴 사람이었고,
오늘 딸이 만난 사람은 국방의 의무를 하고 있는
누군가의 아들이었다.
그래서 같은 자동차 사고인데도
우리의 마음은 달랐다.
보상을 받는 것과
사람을 용서하고 배려하는 마음은
서로 다른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손해에 대한 보상과 사람에 대한 연민은
한 마음 안에 함께 있을 수 있다.
차에 남은 상처와 사람의 마음에 남은 상처는
다르기 때문이다.
딸은
찢어진 범퍼를 바라보면서도
그 어린 군인을 먼저 바라보았다.
그리고 말했다.
“다음에 오면 커피는 내가 사줄게.”
범퍼에는 찢어진 상처가 남았지만,
그날의 마음에는
사람을 향한 따뜻한 흔적 하나가 남았다.
우리가 살아가며
상처를 바라보면서도
사람을 먼저 생각할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상처 난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필요한 마음인지도 모른다.
첫댓글 잘하 셨습니다...
물론 차에 상처
기스 가
맘에 걸리지요..
소액 얼마 이하는 보험처리가
안되거나
그래서 들
현찰로
처리 하지요.
보험청구후
몇년간 보험료가
할증이 되면
군대에서
큰 곤욕을
치룰수도 있구요...
좋은일 배려심에
아들같은 군인
평생을
조심 하며
감사 할 것
입니다!🙏❤️👍🌺🌹
공감의 글 감사합니다.
요즈음의 군대는 전과 같이 않아서 다행입니다만...
그래도 마음은...
큰 손주 군에 있을 때
너희가 있어 우리가 평안하다.
고맙다는 말을 했습니다만...
또 한 아이가 군에 곧 가게되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