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옷서점
천양희
제주시 인다13길
그 길로 가서
큰 길 아닌 골목길에 있다는
그 서점에 가서
'소설은 읽고 시는 입는다'는
선전구호를 읽는다면
시의 자음 '시옷'을 생각한
시옷서점에서
시時 시視 시詩
한 구절 살 수 있겠네
시집을 사가 버리면 주문할 돈이
없어서 하루종일 손님이 없으면
안심된다는 말에 마음 쓰려
단돈 얼마라도 건네면서
'이건 돈이 아니라 시의 마음이에요'
소리 없는 소리처럼 말하고 싶네
서점주인 시인의 아내가
자신이 만든 티셔츠를 빨랫줄에 걸면서
'여기 어깨 부분에 집게를 거니까
시인의 어깨를 세우는 일을 하는 것 같아'
그 말 한마디에
시인인 내 어깨도 세워지는 것 같아
눈 속에도 이미 봄이 와 있음을 알겠네
시인이 시집 권하는
제주시 인다13길
시옷서점
- 『현대시학』2018년 7,8월호
천양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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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7년 『현대문학』에 시를 발표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신이 우리에게 묻는다면』, 『새벽에 생각하다』등이 있다.
첫댓글 현택훈 시인이 운영하는 제주도의 '시옷서점'에 관한 시가 있어서 반가운 마음에 올립니다. 현택훈 시인은 『지구레코드』, 『남방큰돌고래』에 이어 이번에 세번째 시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하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