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함 석 헌
만 리 길 나서는 날. 처자를 내 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 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 대 서로 사양하며
'너 만은 제발 살아다오' 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의 사형 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 만을 살려 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고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을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My List
함 석 헌 시인, [1901. 03. 13. ~ 1989. 02. 04.]
대한민국의 독립 운동가, 종교인, 언론인, 출판인, 기독교 운동가, 시민사회운동가였다.
함 석 헌 시인의 일생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몇 년 전, 엄마에게 이 시를 들어서 알게 되었습니다.
친구가 갑작스럽게 먼 길을 떠난다고 하면,
너는 그 친구의 아이를 맡아서 키워줄 수 있냐는 엄마의 물음에
나는 그런 친구가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친구의 아이가 나랑 맞지 않고, 떼를 쓰고, 날 힘들게 해도,
내 친구의 착했던 심성과 친구의 좋았던 모습을 떠올리면 눈물을 머금더라도
아이를 사랑으로 보듬어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나의 아이는 내가 맡길 수 있는 친구가 있는지 되물었는데,
나는 생각나는 친구가 없었습니다.
정말로 가족 말고는 사실 부탁을 하는 게 미안해서 그렇게 할 수 없을 것 같습니다.
함 석 헌 시인의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나의 대답은 NO입니다.
이 시의 첫 구절을 처음 들었던 약 3년 전에는 난 어쩌면 내가 이런 사람을 가지지 않았나 싶었지만,
세월이 지난 지금은 사실 NO입니다.
이 시를 읽고 곰곰이 생각하다 이런 사람을 가졌다고 생각이 들면,
그런 당신은 행운과 같은 삶을 살고 있는 것이라고 명확히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사람을 가지진 못했더라도, 내가 누군가 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주면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럴 자신이 없으면 그러지 않아도, 그것 또한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는 누군가 가 이 시를 떠올릴 때,
내가 떠오르는 누군가 에게 이런 사람이 먼저 되어줄 수 있길..
그런 따뜻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출처]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작성자 mingu
<받은 메일 옮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