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23 고추농사 (산꼴아낙/인드라망)

<P><SPAN class="ct lh"><FONT color=#333333> </P> <DIV>고추 빨갛게 익기도 전에 주문부터 들어온다.</DIV> <DIV>10근 30근 찜해놓았으니 농사 질 지으란다. 오메...</DIV> <DIV>은근슬쩍 우격다짐으로 입도 벙긋 못하게 해버린다.</DIV> <DIV>어버버...</DIV> <DIV> </DIV> <DIV>이 살람들아... 아직 고추 붉지도 않았소.</DIV> <DIV> </DIV> <DIV>날은 하염없이 흐르고 흘러...</DIV> <DIV>어느날 문득 들어가본 고추밭.</DIV> <DIV>쥔장도 모르게 첫물 고추가 붉어간다. 어느새.</DIV> <DIV>언제 따봐도 첫물이 가장 굵고 좋다.</DIV> <DIV> </DIV> <DIV>키 작게 키우려던 노고는 온데간데 없이 </DIV> <DIV>자꾸만 키가 큰다.</DIV> <DIV>비닐하우스 천장까지 닿겠다.</DIV> <DIV>천장에 매달아놓은 끈에 죄다 매달아야 할 판이다.</DIV> <DIV>우째 이런겨...</DIV> <DIV>거름도 적당히 줬고 물도 적당하게 줬는데...</DIV> <DIV>넘들과 다를 것 없이 농사 짓는데 왜 이리 우리 고추만 장다리 같이 크는겨..</DIV> <DIV>저 아래 성열이네 고추도 키가 작고 구이장네 고추도 키가 그만그만하구만...</DIV> <DIV> </DIV> <DIV>키가 크니 자꾸만 자빠진다. 줄을 벌써 몇번째 매주는건고.</DIV> <DIV>할매가 고추밭 풀 뽑으시다가 정글을 헤집다 온 기분이라고...</DIV> <DIV>퍼뜩 정신이 들어 고추밭으로 쪼차가봤다.</DIV> <DIV>어느새 커서 또 자빠질라카네... 지들끼리 엉켜서 볼만하더라.</DIV> <DIV>줄 매준지 얼매 안 되는데 말이지...</DIV> <DIV> </DIV> <DIV>그래도 우짜냐... 줄뭉치랑 가위하나를 허리춤에 매고 찔러넣고 </DIV> <DIV>고추밭 고랑고랑을 아니.. 정글을 헤집고 다닌다.</DIV> <DIV>척척 늘어진 고추가지들을 거둬다가 한곳으로 몬다음 줄을 팽팽히 잡아맨다.</DIV> <DIV>저들도 의지할 데가 있어야 되겠지. 그냥 냅두면 온통 바닥에 널부러질꺼야.</DIV> <DIV> </DIV> <DIV>비닐하우스 골조 기둥에다 끈을 단디 매고 고추말목과 고춧대궁들을 붙들어맨다.</DIV> <DIV>그래야만 자빠지지 않는다.</DIV> <DIV> </DIV> <DIV>이제는 일이 몸에 익었나. 슬슬 앞으로 나간다.</DIV> <DIV>비닐하우스 하나를 뚝딱 끝내고 또 다른 비닐하우스로 들어간다.</DIV> <DIV>그렇게 세 비닐하우스를 헤매고 나오니</DIV> <DIV>온몸이 마치... ㅎㅎㅎ 신데렐라같다. 재투성이...</DIV> <DIV>전에 진딧물 잡노라고 또 예방하느라고 아궁이 재를 쳐다가 훌 뿌려댔었거든</DIV> <DIV> </DIV> <DIV>이런저런 채소들 진딧물 잡는데는 아궁이 재가 최고더라고.</DIV> <DIV>약이고 머시깽이고 다 소용없드라고~</DIV> <DIV>물기가 있는 곳에는 그냥 뿌리고 마른 곳에는 물을 좀 섞어 흩뿌려줬었다.</DIV> <DIV>그 속을 헤집고 댕겼으니 온몸이 어떻게 되었겠는가.. ㅎㅎㅎ 볼만하겠지비...</DIV> <DIV> </DIV> <DIV>아궁이 재가 그렇게 좋은지 몰랐더랬다.</DIV> <DIV>내는 아궁이 재는 정구지밭에만 뿌리면 좋은 줄 알았었는데</DIV> <DIV>이제보이~</DIV> <DIV> </DIV> <DIV>오이밭에도 토마토에도 배추에도 열무에도... 고추에도...</DIV> <DIV>참깨에도... </DIV> <DIV>얼마든지 뿌려도 되더라.</DIV> <DIV>병충해 예방도 되지만 거름도 끝내주잖우~</DIV> <DIV> </DIV> <DIV>우리 아궁이에 태우는 나무들은 참나무 소나무들이다.</DIV> <DIV>해마다 표고버섯 하는 이들이 벌목하고 간 다음 산에 올라가보면</DIV> <DIV>참나무들이 쌔고 쌨다.</DIV> <DIV>앞으론 아궁이 재를 아주 많이 이뻐해줘야지.</DIV> <DIV> </DIV> <DIV>여름이다.</DIV> <DIV>장마철이다.</DIV> <DIV>온통 초록이다.</DIV> <DIV> </DIV> <DIV>그 속에 분홍 노랑 연꼿이 피어오르고...</DIV> <DIV>주홍 참나리꽃과 원추리가 기를 쓰고 피어난다.</DIV> <DIV>꽃범의꼬리가 하얗게 피고</DIV> <DIV>초롱꽃이 가득가득 핀다.</DIV> <DIV>봉숭아가 한창이고 분꽃이 밤마다 핀다.</DIV> <DIV>배롱나무 꽃들도 참 이쁘다.</DIV> <DIV> </DIV> <DIV>마당 풀은 구제 안 하기로 했다.</DIV> <DIV>그냥 잔디 뗏장을 구해서 좌악 심기로 했다.</DIV> <DIV>도저히 호미로는 안 되어 예초기 신세를 져야 할 거 같다.</DIV> <DIV>이 마당에서  저 마당 끝까지 한바퀴 뽑았는데 </DIV> <DIV>돌아서니 이 마당에 풀이 그득이더라... 눈물이 찔끔나더라...</DIV> <DIV>풀 뽑고 비 한 번 내리면 풀이 쑥쑥 </DIV> <DIV>풀 뽑고 비 한 번 내리면 풀이 또 쑥쑥~</DIV> <DIV>졌다!!!</DIV> <DIV> </DIV> <DIV>빨래가 안 말라 방이고 마루고 보일러를 틀어놓고 발디딜틈없이 빨래를 늘어놓았다.</DIV> <DIV>그 바람에 온식구가 아랫채로 쫓겨나 그곳에서 살아야했다.</DIV> <DIV> </DIV> <DIV>아궁이 바닥에는 청개구리들이 살고</DIV> <DIV>방티연못에는 맹꽁이들이 산다.</DIV> <DIV> </DIV> <DIV>할매는 참깨밭 사이사이에다 팥을 심으시고 들깨모종을 하신다.</DIV> <DIV>식전으로만 일하시기 때문에 내는 식구들 밥해대느라고 일을 못 거든다.</DIV> <DIV> </DIV> <DIV>방학이라 밥상 차리는 것이 일이다 일~</DIV> <DIV>애셋이 몽땅 밥상머리에 앉아있는데 자리가 비좁다.</DIV> <DIV>이젠 밥상도 큰걸 구해야겠으~</DIV> <DIV>그 먹어대는 양이 엄청나다.</DIV> <DIV> </DIV> <DIV>텃밭 한바퀴 돌면 하루  세끼 이상 밥상 차릴 것이 나오는데</DIV> <DIV>세상에...   한끼 밥상으로 끝나버리더라...</DIV> <DIV> </DIV> <DIV>상추도 장마끝에 다 물러버리고...</DIV> <DIV>열무는 아직 어리다.</DIV> <DIV>돌깻잎이 있긴 한데 먹어대는 양을 보아하니... 자래가질 않는다.</DIV> <DIV>큰넘이 몽땅 대접에 뜯어넣고 비벼먹어버리는데... 입이 딱~~</DIV> <DIV> </DIV> <DIV>토마토도 호박도 오이도 가지도... 달리기가 무섭게 없어진다.</DIV> <DIV>정구지도 싹 베어먹어서 다시 돋기를 기다려야 한다.</DIV> <DIV> </DIV> <DIV>봄에 깐 병아리들이 아직 덜 자라...  달걀도  모자른다.</DIV> <DIV>한달 더 있어야 할까. 아니면 그넘들 잡아무까...</DIV> <DIV> </DIV> <DIV>하도 다급해 감자를 캐다가 삶아야 했다나.</DIV> <DIV>옥수수는 아직 안 여물었고~</DIV> <DIV> </DIV> <DIV>그래도 끝내주게 먹어주는 아이들이 있어 좋다.</DIV> <DIV>한달 열흘... 방학동안에</DIV> <DIV>아이들 입 안 심심하게 하려면</DIV> <DIV>이리 앉아있으면 안 되겠군~~</DIV> <DIV>할매네 정구지라도  가서 슬쩍 베어와서 적이라도 꿔줘야지.</DIV> <DIV>매운 고추 썰어넣고... </DIV> <DIV> </DIV> <DIV>아이들은 지리산 뱀사골 2~3미터 되는 물에서만 노닌지라...</DIV> <DIV>집앞 냇가 보뚝물은 성에 안 차는가보더라~~</DIV> <DIV> </DIV> <DIV>아기고양이들 이사갔다.</DIV> <DIV>아이들이 방학하고 노상 집에 머무니...</DIV> <DIV>지들이 못 살겠던가보더라~</DIV> <DIV>전격적으로 어젯밤 이삿짐 싸들고 집나갔다.</DIV> <DIV>오데로 갔을까...</DIV></FONT></SPA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