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은 목자 없는 양들 같았다.>
+ 마르코가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6,30-34
그때에 30 사도들이 예수님께 모여 와,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다. 31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하고 말씀하셨다. 오고 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음식을 먹을 겨를조차 없었던 것이다.
32 그래서 그들은 따로 배를 타고 외딴곳으로 떠나갔다. 33 그러자 많은 사람이 그들이 떠나는 것을 보고, 모든 고을에서 나와 육로로 함께 달려가 그들보다 먼저 그곳에 다다랐다.
34 예수님께서는 배에서 내리시어 많은 군중을 보시고 가엾은 마음이 드셨다. 그들이 목자 없는 양들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기 시작하셨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주임신부님 강론
연중 제16주일, 7월 21일, 마르코 6,30-34
“너희는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 6,31)
+찬미예수님
많은 사람이 인생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어쩌면 인생이 자기 마음먹은 대로 된다면 인간이 아니라 신의 경지에 오른 사람일 것입니다. 삶이 제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많지만, 예기치 못한 사건과 사고로 견디기 힘든 고통을 겪는 일도 있습니다. 그럴 때 그것을 어떤 의미로 바라보고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삶이 많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사람들은 고통을 못 견뎌내는 것이 아니라 고통의 무의미성을 견뎌내지 못한다고 합니다. 내가 겪는 고통이 아무런 의미가 없을 때 힘들어합니다. 고통의 의미성을 발견할 때 사람은 참고 견디고 희망을 가지고 삽니다.
저는 지난 주일 새벽에 예기치 못한 사고를 통해 일주일 동안 병원 신세를 졌습니다. 당황스러웠지만, 오늘 복음 말씀대로 한적하고 외딴곳에서 잘 쉬고 왔습니다.
치료를 받으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평생을 하느님 은총 안에서 살아온 저는 누구를 원망하는 마음은 조금도 없었습니다. 오히려 주님께 미안하고 공동체에 누를 끼쳐 드린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습니다.
병원의 시간 동안 저 자신을 돌이켜 보고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병을 통해 다시 제 삶을 새롭게 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의 생각은 크게 ‘드는 생각과’ ‘하는 생각’으로 분류하는 신경정신과 의사들이 있다. ‘드는 생각’은 머릿속에서 우연히 솟아나는 생각이다. 마음대로 제어할 수가 없다. 기발한 착상이나 자극을 뜻하는 ‘영감’이야말로 ‘드는 생각’과 계통적으로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반해 하나의 생각에서 멈추지 않고 또 다른 생각을 계속 이어 붙이는 것을 ‘하는 생각’의 범주에 속한다. ‘하는 생각’은 생각의 절벽에서 새로운 생각을 연이어 태어나게 하거나, 생각의 조각들을 접합함으로써 생각의 덩어리를 더 크게 만드는 것을 의미한다.”(이기주, 마음의 주인)
병원에서 하느님께서 저에게 ‘드는 생각’으로 감사를 떠오르게 하면서 저는 ‘하는 생각’으로 감사할 것을 더 많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드는 생각’을 성령의 도움이라고 느낍니다. 성령께서 저에게 감사의 생각을 통해 새롭게 삶을 보라고 일러주었습니다.
신앙인으로서 하느님께 먼저 감사를 드렸습니다. 말하자면 ‘이만하면 다행이다.’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늘 제 삶을 보살펴주시는 분이라는 생각이 들고 병을 초기에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인생 후반부를 다시금 정신 차리고 잘살아 보라는 꾸짖음이라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제가 만약 신앙인이 아니었다면 누구를 원망하고 탓하고 욕을 했다고 생각하면 그 인생이 얼마나 불쌍하겠습니까? 믿음이 있기에 어떤 경우에도 감사하고 새롭게 볼 수 있는 눈을 가지게 된 것을 감사드립니다. “모든 일에 감사하십시오.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님 안에서 살아가는 여러분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입니다.”(1테살5,18)
인생에서 당하는 고통도 감사할 수 있는 힘이 믿음 안에 있습니다.
기도의 힘이 참으로 크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습니다.
여기 계신 교우분들과 많은 지인이 전화와 문자, 방문을 통해 기도해주셨습니다. 감사드립니다. 후배 신부가 찾아와 기도해주고 갔습니다. 기도의 덕분으로 조금 더 빨리 회복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약간의 폐소공포증이 있습니다. 좁은데 들어가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언제부터 생겼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이런 증상이 있습니다.
월요일 아침에 MRA. MRI를 찍는다고 하면서 큰소리가 윙윙거리는 좁은 통속에 거의 한 시간을 누워있었습니다. 촬영 기계에 들어가기 전에 춥고 답답함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필사적으로 묵주기도를 드렸습니다. 성모님께 매달렸습니다. 묵주기도를 드리면서 신비를 묵상하는 가운데 약간 몽롱하고 몽환적인 상태에 빠졌습니다. 얼핏 잠이 드는 것 같기도 했고 그러다 보니 시간이 지나갔습니다. 다행이었습니다.
검사가 끝나고 난 뒤에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만약에 신앙이 없다면 어떻게 한 시간가량을 저 좁은 통속에서 무슨 생각으로 버틸 수 있을까 생각해 보니 감사했습니다.
기도는 참을 수 있는 힘을 줍니다. 주님과 함께하는 기도는 시련을 견뎌 낼 수 있는 힘을 줍니다. 기도할 줄 모르는 사람은 불행한 사람입니다.
살면서 감사할 분이 너무 많습니다. 사제로서 살아온 세월이 많은 분의 기도와 정성 덕분인 것을 다시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저에게 좀 더 새롭게 살라고 합니다. 담당 의사는 앞으로 술 마시지 말고 운동도 적당하게 하고 무리하지 말라고 합니다. 살면서 인간적인 재미는 줄어들겠지만, 하느님 안에 더 기쁘게 살겠습니다.
예수님께서 사도들을 파견하시고 그들이 돌아와서 자기들이 한 일과 가르친 것을 다 보고하였습니다. 그러자 예수님께서 그들에게 “너희는 따로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마르6,31)라고 말씀하십니다.
사도들은 주님께서 파견하시어 주님의 일을 했지만, 그들은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나 피곤한 상태였습니다. 그래서 쉬면서 다시금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을 가져야 했습니다. 외딴곳은 사람이 없는 곳이 아니라 주님을 만나고 먹고 마시고 쉬는 장소입니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은 매우 바쁘게 삽니다. 먹고 살기 위해서도 좋아하는 일을 위해서도 건강과 운동을 위해서 좋은 인간관계를 위해서도 바쁘게 삽니다. 하지만 우리를 돌보아 주시는 주님을 만날 시간은 없습니다. 주님을 내 안에 모시지 않고 눈에 보이는 것만이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인들은 스마트폰과 텔레비전 없이는 한 시간도 혼자 있을 수 없다고 합니다. 그만큼 외적인데 매달리고 내면을 보는 시간을 가지지 못합니다. 내면을 보는 시간이 주님과 함께하는 시간과 자리입니다. 주님께서 함께하지 않는 시간은 내적 충만과 평화의 시간이 아니라 자기 착취와 피로의 시간입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번 아웃이 생겨납니다. 다양한 정신질환이 드러납니다.
“그리스도께서는 세상에 오시어, 멀리 있던 여러분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시고 가까이 있던 이들에게도 평화를 선포하셨습니다. 그래서 그분을 통하여 우리 양쪽이 한 성령 안에서 아버지께 나아가게 되었습니다”(에페 2,17-18)
주님과 함께하는 삶이 육체적으로나 영적으로나 평화로운 삶이 됩니다. 그분께서 우리에게 생명의 물을 주시기 때문입니다.
일상 안에서 잠시라도 주님을 만나는 시간과 장소가 필요합니다. 그럴 때 그분께서 주시는 사랑과 평화를 느끼며 새롭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외딴곳, 주님과 함께하는 외딴곳을 마음속에 간직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주님의 평화가 여러분과 함께하길 기도합니다. 아멘
무태성당 이민락 라우렌시오 신부
추신: 강론을 매일 올리지 못할 것 같습니다. 이해해 주시고 기도 안에서 만납시다.
우리 모두 성경 말씀을 묵상하면서 주님 말씀의 의미를 깨닫는 시간을 가졌으면 합니다.
성령께서 우리를 일치와 사랑의 끈으로 묶어주시어 하느님의 뜻을 잘 이해하게 도와주십니다.
첫댓글 신부님 너무도 반갑고 감사하고 뭐라 말할수 없는 반가움으로 가슴이 뜨거워지고 찡합니다.
이 밴드가 죽었다가 부활의 기쁨을 그사랑을 느낍니다.
사람마다 고통의 시간이 있고 자신의 십자가를 져야만 하나 봅니다.
그런데 믿음을 가진 저희는 기도할수 있어서 또기도로 고통을 나눌수 있어서 참으로 다행이요 힘을 낼수 있음을 혼자가 아님을 감사하고 감사하며 살게 해 주시어 고통속에서도 주님께 찬미영광 드릴뿐입니다.
부모님은 늘 주님께 기도하라.성모님께 매달려라 하였습니다.
고통중에 헤메는 형제들에게 언제나 달려가 도우고 기도하게 하소서.
주님 전쟁과 질병과 가난과 온갖 어려움과 절망에 헤메는 이들을 위해 기도 드립니다.
주님과 성모님과 성령님의 은총으로 그들을 살리시고 그 일에 저희도 함께 하게 하소서.
주님께서 착한 목자를 많이 많이 보내 주소서.
많이 많이 일하고 주님께 보고하고 쉬게 하소서.
♡너희는 외딴곳으로 가서 좀 쉬어라.♡
아멘.
늦어지지않고 건강히 돌아오심에 감축드립니다. 근래들어 더더욱 신부님 강론을 통해 많이 배우고,깨닫고, 반성하고 있습니다. 늘 감사드립니다. 신부님 건강을 위해서 자주 기도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