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미자동차노조 집회 참석 연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 벨빌 GM 물류 센터 부근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시위 현장을 방문해 확성기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당신들은 원하는 만큼의 상당한 급여 인상과, 그외 다른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다"며 노조 파업을 지지했다./AP 연합뉴스
“포기하지 말고 버티십시오. 여러분은 임금 인상 혜택을 받을 자격이 있습니다!”
미국 미시간주(州) 디트로이트 인근 제너럴모터스(GM) 부품 센터 앞에선 파업 중인 전미자동차노조(UAW)의 집회가 26일(현지 시각) 열렸다.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대열을 뜻하는 ‘피켓 라인(picket line)’에서 UAW 모자를 쓰고 확성기를 든 채 목청을 높인 남성은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이었다. 현직 대통령이 피켓 라인에 동참한 것은 “역사상 유례가 없다”고 AP는 전했다. UAW는 앞으로 4년 동안 임금을 40% 올려달라며 파업 시위를 벌이고 있다.
바이든은 이날 미시간·위스콘신주 등 대선 경합 지역의 표심을 좌우할 수 있는 대표적인 블루칼라(생산직 노동자)인 UAW의 지지를 호소하기 위해 디트로이트로 날아갔다. UAW는 조합원만 14만6000여 명에 이른다.
표를 위해서라면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 26일(현지 시각) 전미자동차노조(UAW) 집회 현장인 미시간주 벨빌의 제너럴모터스(GM) 부품 센터 앞에서 확성기를 들고 파업 지지 발언을 하고 있다. UAW 로고가 그려진 검은색 모자를 쓴 채 현장을 찾은 바이든 대통령은 “(자동차) 회사들은 엄청나게 잘나가고 있다. 여러분도 엄청나게 잘 지내야 한다”면서 UAW 측이 주장하는 ‘4년간 40% 임금 인상’ 등을 지지하는 취지의 발언을 이어갔다. /로이터 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쯤 시위 현장에 도착했다. 노조원들은 바이든 앞에서 “우리가 무엇을 원하냐고? (단체)협약!” “급여 없이는 부품도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구호가 멈춘 뒤 바이든은 직접 확성기를 들고 “내가 처음 상원 의원이 된 1973년부터 UAW 피켓 라인에서 함께 행진한 적이 많다. 그러나 대통령으로서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운을 뗐다. 이후 시위 주도자처럼 연설을 이어갔다. “UAW는 (글로벌 금융 위기가 발생한) 2008년 자동차 산업을 살렸습니다. (자동차) 회사들이 위기에 처했을 때 많은 희생을 했습니다. 지금 그 회사들은 엄청나게 잘나가고 있죠. 그렇다면? 여러분도 엄청나게 잘 지내야 합니다. 단순한 이야기입니다.” 노조원들 사이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연설 후 한 기자가 바이든에게 “UAW가 40% 임금 인상을 받아야만 한다고 생각하나”란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바이든은 “예스(Yes·그렇다)”라며 “협상해 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00:0000:22
바이든이 피켓 라인에 머문 것은 15분 정도였다. 하지만 숀 페인 UAW 위원장은 “역사적 순간”이라며 “우리 대통령이 경제적, 사회적 정의를 위한 우리의 투쟁에서 노동자들과 함께하기로 선택했다”고 화답했다. 또 이날 CNN 인터뷰에선 공화당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만날 계획이 없다며 “그는 노동자 계급이 주장하는 것들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시간주 방문을 바이든보다 먼저 발표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선수(先手)를 뺏긴 모양새가 됐다. 트럼프는 27일 오후 8시(한국 시각 28일 오전 9시) 디트로이트 인근의 자동차 부품 공장에서 연설에 나선다. 같은 날 열리는 공화당 경선 2차 토론에 불참하고 하는 연설이다. 다만 트럼프가 찾는 공장은 UAW와 직접적 연계는 없다고 폭스뉴스는 전했다.
연설을 앞두고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서 “부정직한 조(바이든 대통령)는 자신이 등에 비수를 꽂고 있는 이 근면한 미국인들 앞에 나서는 것을 부끄러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럼프는 “그(바이든)가 당신의 일자리를 뺏어서 중국과 다른 나라에 주고 싶어 한다는 것을 기억하라”며 “나는 일자리를 지키고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라고 했다. UAW가 불만을 터뜨리는 사안 중 상당수가 바이든 정부의 정책 때문이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각) 미시간주 웨인 카운티 벨빌 GM 물류 센터 부근의 전미자동차노조(UAW) 파업 시위 현장을 방문해 파업시위중인 전미자동차노조원들과 주먹인사를 하고있다. 로이터 뉴스1
UAW는 임금 인상과 함께 바이든 행정부가 정권 초부터 밀어붙이는 전기차 육성 정책에 대한 보완책을 요구하고 있다. 이들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일환으로 바이든이 추진 중인 친환경 전기차 정책이 기존 내연기관차 공장 근로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을 위험이 있으므로 일자리 보전 등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한다. 바이든은 전기차 등 친환경 제조업 중심으로 산업을 재편하는 동시에 접전이 예상되는 내년 대선을 대비해 UAW의 요구도 어느 정도 들어줘야 하는 어려운 입장에 봉착했다.
UAW 파업과 바이든의 대처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서도 큰 관심사다. UAW는 포드·스텔란티스·GM 등 이른바 ‘빅3′ 자동차 회사를 대상으로 동시 파업을 벌이고 있다. 국내 자동차 회사들은 UAW 파업이 50~60일 이상 장기화할 경우 반사이익을 볼 수도 있다. 현재 파업은 일부 공장에서만 진행 중이지만, 다른 곳으로 확대되며 장기화할 경우 GM 등의 재고는 빨리 소진될 수밖에 없다. 반면 미국에 진출한 한국·일본·유럽 자동차 회사는 공장 근로자들이 대부분 UAW에 가입돼 있지 않아, 정상적으로 생산할 수 있다.
반면 이번 파업을 계기로 UAW의 영향력이 커지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이번에 UAW가 파격적인 조건으로 임금 협상을 타결한다면, 앞으로 현대차 등의 미국 현지 공장에서도 임금 인상 요구나 노조 가입 움직임이 터져 나올 수 있다. LG에너지솔루션 등 미국 현지에 진출한 한국 배터리 기업이나 부품사도 파업 장기화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다. 파업 장기화로 완성차 생산 자체가 더뎌지면 한국 회사 배터리를 사용하는 GM 등이 부품 발주량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일보
워싱턴=김진명 특파원 geumbori@chosun.com정한국 기자 korejung@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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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선거 표 때문인 것 같은데 그래도 대통령이 파업 현장에 가서 확성기를 들었다는 게 놀랍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