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개인투자자 일본 반도체주에 투자한 사람은 웃고, 엔화에 투자한 사람은 운다 / 3/1(금) / 조선일보 일본어판
일본 여행을 갔더니 경기가 좋아 보여 구입했는데 3개월도 안 돼 수익률이 46%에 달했습니다
직장인 L 씨는 요즘 자신의 개인형 퇴직연금(IRP) 계좌를 볼 때마다 미소를 짓는다. 일본 반도체 종목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 투자한 연금 500만원(약 56만엔)가 약 700만원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주가지수인 닛케이평균이 2월 22일 거품기를 웃도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이후에도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에 따라 한국에서는 일본 증시에 대한 투자 수요가 늘고 있다. 한국에서 상장된 일본 관련 ETF 12종목의 순자산은 연초 시점에 약 5020억원이었지만, 2개월도 지나지 않아 26일 시점에 7038억원으로 늘어났다.
일본 주식에는 한국과 달리 최저매매단위(통상 100주)가 있어 개인투자자가 소액으로 투자하기에는 불편하다. 때문에 일본 주식시장에 투자할 때 한국 투자자들은 투자구당 가격이 낮아 소액투자가 가능한 ETF를 찾게 된다. 그동안 일본 주가지수나 반도체 종목에 투자한 한국 개인투자자는 이익을 내고 있지만 엔화에 투자한 투자자는 손익이 마이너스다.
■ 지수 레버리지 상품 수익률 86%
펀드평가사 FN가이드에 따르면 일본 반도체에 투자하는 한국의 ETF는 올해 들어 16~21%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이들 ETF는 지난 2월 10일까지만 해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마이너스 1~플러스 3%였지만 약 한 달여 만에 큰 폭의 수익을 올리는 데 성공했다. 그 사이 인공지능(AI)용 반도체 업체인 미국 엔비디아의 주가가 45%나 올랐고 실적도 호조를 보이면서 스크린홀딩스, 어드밴테스트, 디스코, 도쿄일렉트론 등 일본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상승세를 탔다.
반도체 기업을 중심으로 상승세를 보이는 일본주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TOPIX와 닛케이평균 등의 주가지수로 수익이 결정되는 ETF도 연초 이후 두자릿수대의 수익률을 올리고 있다. TOPIX 수익률의 2배 값 움직임을 하도록 설계된 'ACE 일본 토픽스 레버리지'는 1년간 수익률이 86%에 달했다.
■ 엔화 산 투자자 눈물
하지만 기록적 엔화 약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엔화 강세로 돌아서기를 기대한 개인투자자들의 표정은 어둡다. 엔화 환율은 연초 1달러=140엔 가까운 수준이었지만 최근에는 150엔대까지 하락했다
지난해 말 출시된 ETF 'KBSTAR 미국채 30년엔 익스포저'는 26일 기준 순자산이 1177억원으로 한국에서 상장돼 있는 일본 관련 ETF 12개 종목 순자산 전체의 17%를 차지한다. 연내에 미 연방준비이사회(FRB)가 정책 금리를 인하했을 때의 미 국채 상승과 엔고를 동시에 노리는 투자 수요가 집중되었다. 하지만 미국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꺾이면서 연초 이후 수익률은 약 -10%를 기록하고 있다. 'TIGER 일본 엔화 선물' ETF도 1년 수익률이 마이너스 10% 안팎이다.
엔화가 약세를 보이면서 일본 주식에 투자하는 ETF 중에서도 환율 변동에 좌우되는 'TIGER 일본 닛케이225'의 수익률은 연초 이후 13%대이지만 환헤지 상품인 'ACE 일본 닛케이225'는 같은 기간 수익률이 17%로 차이가 난다.
■ '제조업·소비재·금융'도 주목
전문가들은 엔고가 진행되면 환차익이 생길 수 있지만 엔화 약세로 호실적을 내온 일본 기업들이 부진해 주가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승현 한국투자신탁운용 ETF컨설팅 담당자는 "올해 안에 엔화 강세로 빠르게 전환할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면서도 "엔화 강세로 돌아서면 수출기업을 대거 포함한 일본 주가지수는 하락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서 상장된 일본주 ETF는 아직 투자 대상이 주가지수나 반도체 부문에 한정돼 있다. 세계적인 자산운용사인 프랭클린템플턴의 퍼디난드 추크 선임 부사장은 본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일본 증시는 매우 다양한 종목을 선택할 수 있다. 제조업, 소비재, 금융 부문도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