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전의 전투로, GGG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던 막대한 양의 데이타를 잃고 말았다. 엄밀히 말해, 그들의 기지를 제압하고 데이타를 빼내간 침입자들은 데이타를 그대로 뒀지만, 이미 적의 손에 넘어간 그 방대한 양의 전투자료 - 기밀자료 - 오버테크의 자료 - 설계도등은 '잃은것'이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베이타워 기지의 보수공사는 모두 완료되었고, 용자들도 수리되었지만, 그들은 잃은 자료를 찾을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렇게 당하고서도, ARK를 비롯한 단체들은 엘릭서 스피릿의 단서마저 잡을수 없는 지경이었다. 어느정도의 전력은 대강 파악할수 있었으나 그뿐, 이었다. 본거지도 실제의 전력도 모르는 그 상황에서, 그들은 단지 엘릭서 스피릿이 다시오면 방어한다, 라는 전략밖에는 세워놓을수 없는 것이었다.
GGG 다차원 잠수함 브릿지.
다차원 컴퓨터를 관리하며 방어시스템 복구에 날을 보내고 있던 볼포그가, 어느날 은밀하게 GGG첩보부에서 내려온 메일을 받은것은 그때즈음 이었다.
[...........현시부터 GGG첩보부의 볼포그에 내려져있는 모든 임무를 일시 동결한다?]
뜻밖의 명령에,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린 볼포그는, 다차원 잠수함에 있던 그의 의자에 걸터앉아 나머지 메일을 읽기 시작했다.
[현시부터, 볼포그는 새로운 임무, 엘릭서 스피릿의 탐색에 전념하라...]
잠시 침묵하던 볼포그는, 잠시후 다차원 컴퓨터의 스크린을 열기 시작했다.
[자료를 검색후 섀도우마루씨와 만나야되겠군....]
브레이브 베이스 브릿지, 중앙관제실.
"아무튼 적을 모르면 아무것도 할수없는 일이야. 어쨌건간에, 대강의 위치라도 탐색 했으면 좋겠다 싶어서, 부탁하는 거야."
합성음에 기계같은 느낌이 굉장히 뭍어나는 목소리였지만 그것에는 풍부한 감정이 있었다. 요 몇달간 꽤나 성장한듯 하다는 생각을 하며, 섀도우마루는 맥없이 말했다.
[관리는 끝났나.]
「물론이지.」
[그럼 정보를 수집해줘. 엘릭서 스피릿의 얼굴이 찍힌 사진은 이미 입수되었으니까, 그것을 토대로 정보를 모아봐.]
「필요한것은 전부?」
[그래.......후우.]
약간 지친듯한 모습의 섀도우마루의 모습에, 잠시 침묵하던 테미마이엘은, 잠시후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너, 혹시 생리하냐?」
섀도우마루가 그 질문을 이해하기에는 황당할정도의 긴 시간이 걸렸다.
[..................................................................................................................................................................내가 여성형이었으면 말도 안하지만, 난 남성형 용자란 말이다. 게다가!! 로봇은 생리 못해!!!!]
「앗, 그러냐? 그럼 ARK의 주작씨는 생리 못하는 거냐?」
[당연하지!!!!!! 대체 그런것은 어디서 주워 듣는거야!!!!!!!]
「아, 그러고 보니 개한테 그런말을 하다니, 좀 경우에 안맞는 말이었군. 상황설정에 세이브해야겠다.」
[늑대다 늑대!!!!!! 대체 언제까지 그소리가 따라다녀야 되는거야!!!! 나는 개가 아니라 늑대란 말이다!!!!]
「오오, 하나 쓸만한 정보가 있다. 봐 볼테냐?」
[........................크, 크윽. 뭔데?]
「근데, 그 경찰'견'모드는 좀 보기 싫은데, 인간형으로 체인지좀 해라. 그래야 뭐 말을 하던가 하지.」
30분후,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인간형모습으로 씩씩대며 브릿지에 들어온 섀도우마루는, 화난 표정을 간신히 굳히며 나직하게 말했다.
[자, 찾은게 뭐지?]
「............사, 사악한 녀석같으니라고!! 그렇다고 전원을 끊어버리면 어떻게 하냐!!! 간떨어질 뻔했다!!!!!!」
[미안하지만 넌 간따위는 어디에도 없는 컴퓨터다. 빨리 말해라!!]
「젠장........역시 네트에 기능을 분산시켜야 했는데.....」
[궁시렁대지말고 말해!!]
「알았다 알았어, 이자식아!!!」
화를 내며, 정면의 거대한 스크린에 하나의 사진을 호출한 테미마이엘. 브레이브 베이스의 거대한 스크린에, 어떤 남자의 사진이 떠올랐다. 정면을 바라보고 있는, 약간 창백한 인상의 남자. 안경을 쓰고, 긴 머리를 뒤로 돌려 묶고있는 모습이었다.
[.......누구지?]
「천강중공의 D.K이사다.」
[............D.K?]
「어디에선가 홀연히 나타나, 천강공업을 매달 흑자로 이끌고 있는 장본인이지.」
[.............저녀석...설마.....]
「자. 다음은 이틀전에 GGG에 멋대로 쳐들어온 남자들중 하나.」
스크린의 반쪽에, 다시 하나의 사진이 나타났다. 간신히 살아있던 폐쇄카메라에 찍힌 듯,멀리서 주위를 돌아보고 있는 남자의 모습이 스크린에 비치기 시작했다. 그것은, GGG에 침입했던 데스카이져의 모습이었다.
섀도우마루의 눈에는, 그 데스카이져와 D.K가 무슨 쌍둥이 같이 보였다.
[.......데스카이져.....! 설마....]
「비슷해보이지 않나? 저 둘.」
섀도우마루는 약간 믿기지 않는다는 눈치였다.
[.........세상에 닮은 사람은 얼마든지 있어. 분명, 분위기가 조금 틀리긴 하지만....]
「약 97%정도 일치한다. 나머지는 분위기일거라고 생각하지만.」
[좀더 명확한 증거는?]
[그것은 제가 설명할 수 있겠군요.]
아까부터 알아채고는 있었기 때문에, 구석에서 볼포그가 홀로그래픽 카모플라쥬를 풀고 그쪽으로 걸어나와도 별로 놀라지는 않은 섀도우마루는, 볼포그를 바라보며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오랜만이다, 볼포그. 다차원 컴퓨터때문에 고생이 심하다고 들었는데.]
[........비장의 컬렉션을 잃어버.....그게 아니라. 아무튼 복구하느라 상당한 시간이 걸리긴 했습니다.]
[...................그래.......근데, 도와줄수 있다는 것은?]
잠시후, 스크린 가득히 떠올라있던 두개의 사진 위로, 글씨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D.K라는 이름을 시작으로 그의 사진등의, 이른바 '프로필'이었다.
[천강중공 D.K이사.....과거기록....전무?]
[예. 그 사람에 대해서는 아무런 기록도 없이 깨끗합니다. 인적사항이나 주소같은것마저도 불분명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문제가 되지 않는것들입니다. 발령 날짜를 봐주십시오.]
[발령날짜....라면....]
섀도우 마루가, 잠시 멈칫했다.
[3월 27일?]
[엘 데스카이져가 브레이브 폴리스 청사를 습격하고 사흘후입니다.]
섀도우마루의 얼굴에 약간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 그들 브레이브 폴리스에 있어서는 가장 커다란 피해였던 엘 데스카이져의 습격. 그 사건으로 제이데커및 듀크파이어를 잃고, 슈퍼빌드타이거및 섀도우마루 자신은 큰 피해를 입었었다. 물론 때를 맞춰 슈페리어 제이데커가 완성되어 엘 데스카이져를 격퇴했으나, 그때는 전 용자군단이 거의 전멸에 이를 피해를 입었던 전투이기도 했다.
[시기가 비슷하군....]
[겉 모습도 비슷한데다가 발령날짜도 비슷하다라.]
[또, 그의 비서인 소년도 있다고 하더군요. 별로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회사원들에게 탐문해 몽타주를 만들어본 결과, 모습은 이러했습니다.]
다시 스크린에 사진이 떠올랐다. 아니, 사진이 아니라 잘 그려진 스케치라고나 할까. 푸른빛이 도는 머리칼에 안경을 쓰고있는 한 소년의 모습이었다.
섀도우마루는 그 소년을 잘 알고 있었다.
[강 진호...!]
[카이의 말도 같았습니다.]
[........흐음, 엘릭서 스피릿 두명과 모습이 같은 이사와 비서....]
[조사해 볼 가치는 있다고 판단됩니다.]
[..........역시 천강그룹의 계열사군......근데, 볼포그. 물어볼게 있는데 말이지.]
볼포그는 시선을 섀도우마루에게로 돌리며, 말했다.
[무엇입니까?]
[천강중공, 아니, 천강공업을 주시한 이유는 뭐지? 설마, 나하고 같은 이유인가?]
볼포그와 섀도우마루의 얼굴에, 동시에 씁쓸한 표정이 떠올랐다.
[섀도우마루씨처럼 그렇게 명확한 근거를 가지지는 못했습니다. 단지, 의심이 가는 기업이니까요.]
[그건 그렇지.]
이 말은, 섀도우 마루의 말이 아니었다. 약간 경망스러운 목소리였지만 약간이나마 지친듯한 목소리. 섀도우마루와 볼포그는 동시에 뒤를 돌아 밖으로 통하는 문을 봤고, 거기에서 비척이며 들어오는 붉은 동체의 용자로봇을 보았다.
[페이드?]
[아아. 오랜만이군, 섀도우마루.]
[아니...꽤 지친 모양이군. 게다가 네 파트너도 없고.]
[내 파트너....아, 내가 태우고 다니는 녀석. 유하인과 르네 카디프는 지금 미국에 있어.]
[미국?]
[바이오네트를 추적하기 위해서....나는 그들과는 별도행동 중이고.]
[아아, 그런가.]
페이드는 약간 비척대며 들어와, 섀도우마루와 볼포그가 서있는곳 까지 오더니, 털썩 바닥에 앉아 버렸다.
뭔가 이해하겠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리는 섀도우마루와 볼포그. 그들을 약간 원망스럽다는 듯 바라보다가, 페이드는 다시 말했다.
[천강공업을 의심하고 있는 이유, 말해줄까?]
[서로 다른가? 내가 그들을 의심하고 있는 이유는, 그들이 엘릭서 파워즈와 관계가 있다고 생각해서다.]
[다르군. 우리 샹셰이르는 그 천강공업이 바이오네트와 관련이 있다고 생각했어. 그 바이오 네트는 엘릭서 스피릿과 관련이 있고 말이야.]
뜻밖의 말이었던듯, 볼포그와 섀도우마루는 서로를 마주보았고(두배나 신장차이가 나는 몸이라 약간 부자연 스러웠지만.), 페이드는 득의의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기브 앤 테이크라고 하지. 먼저 말해줘.]
[...............천강공업의 크레이 X2, 알고있지?]
[자위대에 팔고있는 전투형 로봇말이군요.]
[응. 현재 일본자위대의 주력을 이루고있는 로봇이지. 양산형으로는 쓸만한 성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지만, 약간 불안하다는 평가도 받고있는 로봇이기도 하지. 그것의 전 버전인 크레이머 JX가 빈번한 폭주사고를 일으킨 전적이 있거든.]
[크레이머 JX라면.....엘릭서 파워즈의 지배를 받은적이 있는....]
엘 카이져가 처음 탄생했을때, 엘릭서 파워즈는 그 크레이머 JX를 지배해 브레이브 폴리스와 싸웠다.
[크레이 X2도 지배를 받았었습니다. 분명, 가오가이가가 처음으로 합체성공했을때로 기억합니다.]
[정확히는 EI-02가 나타났을때지.]
자위대로 전달되기 위해 보내진 크레이 X2들도 엘릭서의 지배에 받았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엘릭서 스피릿들을 보조하던 쟈코들도...]
[치프턴도 있었지만, 모두 크레이 X2였지.]
[.......우연이라기에는 너무 빈번한것이 이상하긴 합니다만....]
[.......그래. 게다가, 천강공업에서 우리 브레이브 폴리스에 제공했던 엔진이 폭주해 데커드가 봉인당했던 사건도 있었고.]
[.........하아, 그런건가. 그쪽에는 생각도 못했는데 말이지.]
[페이드. 이젠 네 차례다.]
섀도우 마루의 말에 약간 어깨를 으쓱한 페이드는, 갑자기 일어나며,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는 바이오네트의 사건에만 집중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그런것에는 어두웠어. 하지만, 요근래 나타난 바이오네트의 기동로봇을 조사하던중에, 그녀석들의 대부분이 천강공업의 로봇동체와 부품을 인용하고 있는 것을 밝혀냈지.]
[흐음...]
[그리고, 그 로봇동체에는 특별한 제네레이터가 쓰여지고 있었다. 짐작가는 것 없나?]
볼포그의 표정이 크게 흔들렸다. 무언가를 알아차렸다는 듯이.
[E 제네레이터!]
[그래, 어떤 방법으로 양산한 엘릭서 스톤을 원료로 쓰는 제네레이터.]
[......페이드, 너의 말은, 그 엘릭서 스톤을 엘릭서 스피릿이 제공해 줬다는 건가?]
[천강공업이란 굴지의 기업을 통해서 말이야.]
이번엔 더 묵직한 침묵이 브릿지에 깔렸다. 이번것은 쉽사리 깰수 없는듯, 그 테미마이엘조차 선뜻 입을 열지 못하고 있었다. 각자가 하나의 기업에 대한 생각에 골몰하고 있던 세 용자. 그 생각이 만들어낸 침묵은 한참동안이나 이어졌다.
[........마이트 어드벤져때도, 바이오네트 로봇의 런던습격사건도....전부 E제네레이터가 장착되어 있었지. 게다가...]
[바이오네트의 기술력으로는 다룰수 없는 정도의 테크입니다. 그건.]
[그렇다면, 분명 거대한 양산력을 가진 천강공업과, 가오가이가를 복사할수 있을 정도의 엘릭서 스피릿이 결탁해 E제네레이터를 완성시키게 도와준것이라고 가정을 내릴수 있군.]
섀도우마루의 말에, 페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래서 샹셰이르는 나에게 천강공업의 조사를 맡긴거다.]
[.......별수없군. 엘릭서 스피릿의 조사를 위해서 나도 천강공업을 조사해야 된다. 같이 행동하지.]
[저도 그 임무를 임명 받았습니다. 일단 같이 행동해도 되겠습니까?]
[볼포그가 있으면 마음이 든든하지. 일단 섀도우마루보다는 강하니까.]
[..........하인의 자가용보다는 강하겠지.]
[..........그 말, 후회하게 해주마!!!]
바로 이어진 섀도우마루대 페이드의 말싸움에 난감해하던 볼포그에게로, 잠잠히 있던 테미마이엘이 넌지시 말을 건넸다.
오늘도 마우스와 키보드라는 두개의 최첨단 무기를 다루며, 전용선이라는 최고의 동지와 함께 네트를 돌아다니고 있던 네메시스는, 갑작스럽게 재채기를 터트리고 말았다.
"뭐지.......감기라도 걸렸나....에....에취!!!!!!"
GGG에 돌아오면서부터 계속된 재채기가 볼포그의 원념에 의해 일어난 거라면 네메시스가 납득은 할지. 아무튼 며칠동안 쉬지도 않고, 다차원컴퓨터에서 가지고온 방대한 양의 자료를 정리하던 네메시스는, 피곤해질대로 피곤해진 눈을 비비며 다시 스크린에 주목했다.
"뭐, 정보는 그런대로 정리했어..........문제는......."
네메시스는 눈가를 지긋이 눌렀다.
"이혜린 사장.....무슨짓을 하고있는거지?"
그날 저녁, 데스카이져와 타블리스가 퇴근해 집에 돌아오고 난 바로후에 방에서 비척대며 나온 네메시스는, 소파에 앉아 신문을 보고 있던 데스카이져에게 이 혜린 사장에 대해서 물어봤다.
"이혜린? 누구더라?"
"천강공업의 사장."
"아. 그랬지."
지금에서야 막 생각났다는 듯이 말하고, 다시 신문을 읽기 시작한 데스카이져. 그말을 꺼낸 네메시스는, 무시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표정은 짓지 않으며 소파 앞의 탁자에 턱을 받치며 데스카이져를 보고 있었다. 잠시 신문을 보다가, 신경이 쓰이는지 넌지시 말을 꺼낸 데스카이져.
"...........너, 지금 목에 힘이 안들어가고 있군."
"삼일동안 못잤다. 나는 너나 데스캐리건같이 날마다 밤을 지샐수가 없어서 말이지."
"...........시덥지 않은 농담을."
"아무튼, 너 혹시 뭐 만들려고 대량의 예산을 타 쓴적 있나? 로봇이라던가, 양복살때 쓰는거라던가......"
"...........전자파에 뇌가 마비되어 바보가 되었나 보군. 창세란 능력은 괜히 가지고 있는게 아니다."
........그랬다. 돈이던 신용카드던 로봇이건 창세하고 물질변형하면 끝 아닌가. 적어도 그들에게는.
"그렇다면 분명 이혜린 사장이 쓴것이 분명하군..."
확신에 찬 말로 중얼거리는 네메시스에, 신문에서 눈을 떼지는 않으며 데스카이져가 물었다.
"........왜그래?"
"천강공업. 이상한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다. 너의 천강중공과는 전혀 이어지지 않는 것이라서 더 이상한."
"........움직임?"
"막대한 양의 자금이 이중, 삼중의 장부와 계좌를 통해 이동하고있어."
"어디로 이동하고 있지?"
"천강재단 의료사업부."
"..............................이중, 삼중의 계좌를 통해 이동하기엔 너무 선한 곳이군."
"조사해봤더니, 껍데기뿐인 의료사업부다."
"모두 얼마나 움직였는데?"
"작은나라 하나, 십년은 먹여살릴수 있을정도."
"흐음....."
아직까지 시선을 신문에서 떼지 않고 있던 데스카이져. 네메시스도 그 허물을 탓하지는 않았다. 단지, 눈가에의 기미로 굉장하게 초췌해 보이는 네메시스를 다른사람이 볼때는, 불쌍하고 무시당하는것같아 보여서 별로 좋지는 않은 장면이었지만.
".................그것말고도 웃기는 게 하나있다."
힘없지만 똑바른 발음으로 말한 네메시스에, 데스카이져는 시선을 돌리지도 않고 지나가는 투로 대답했다.
"뭐냐."
"전에 E 제네레이터라는 해괴한 물건을 만들어낼때 쓰인 자금이, 바이오네트에서부터 그 의료사업부로 이동했다. 물론, 그 정체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그 의료사업부라는 곳, 꽤나 중요한 곳인가 보군."
"수상하지? 그 회사. 파이어리온이 너를 그 회사에 쳐넣은것에서부터(이때 데스카이져는 네메시스에게 서슬퍼런 시선을 보냈다) E 제네레이터라던가...게다가 파이어리온과 그 회사의 관계도 파악못했고 말이야."
"...........................파이어리온이 엮여있는 만큼 천강공업은 위험하다. 너무 접근하지마."
"하지만 조사해 봐야된다. 그 이혜린이란 여자는 파이어리온과 연결되어있을 가능성이 있어."
"...........믿을수 없군."
"..........한낮 인간이 파이어리온에 연결되어있다는 것은 믿을수가 없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E 제네레이터를 만들수가 있을까. 그 여자는 네가 엘릭서 스피릿이라는 것을 모를텐데, 말이지."
"...........조사해 봐야겠군........하지만, 원론적인 문제가 하나 남아있다."
"? 뭐지?"
"넌 은밀하게 어딘가에 들어가서 서류뒤지는 일에 능숙하냐?"
"..............나, 나는 아닌데. 근데 그런게 필요할까......"
"..............종이는 인류의 귀중한 산물이기에 오랫동안 쓰여지고, 지금도 쓰이고, 앞으로도 쓰여질거라고 타블리스가 그러더군. 아무리 네트가 넓고 방대해도 종이에 인쇄된것을 빼내지는 못해."
"호, 혹시 카르카스나 데스캐리건이라면......."
"흥, 어딘가 부수지 않으면 다행이다. 너와 다크엔젤과 타블리스는 한데 묶어서 '두뇌파, 약체'니 그런일은 어울리지 않고. 데스트로이어? 말이 되는 소리를 해라."
"너는?"
"............나는 하루종일 그 서류들에 싸인한다. 근무시간 외의 시간에 종이를 봤다가는 무슨일을 어떻게 할지 몰라."
"..................그럼 나보고 어떻게 하라고."
"일단 네트에서 최대한 탐색해봐라. 어쨌든 실마리라도 잡을수는 있겠지."
".......알았다."
바로 그때. 도쿄에서 부산으로 이어지는 도로.
[사립탐정을 구할까.]
[돈.]
[.........제, 젠장.]
[첩보부에 지원을 청해볼까요.]
[은밀임무.]
[........그럼 어떻게 하는게 좋겠습니까, 섀도우마루씨.]
[그래! 그렇게 일일이 아이디어에 못을 박고 싶냐!]
이유는 달랐지만, 아무튼 공교롭게도 엘릭서 스피릿들과 비슷한 고민을 안기 시작한 용자들. 그들은 지금 천강중공으로 가는 길목을 달리고 있었다. 섀도우마루와 볼포그는 홀로그래픽 카모플라쥬로 온몸을 투명화한채 각각의 빅클형태로 달리고 있었고, 페이드역시 그의 빅클형인 붉은빛 스포츠카형으로, 부산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타고 있었다.
[..........어쨌든, 침투는 내가 하겠다. 일단 좁은공간에서는 이쪽이 기동성이 있으니까.]
[아아, 그렇게 해주면 고맙지만....]
[.........잠깐, 테미마이엘에서의 입전이다. 조금만 기다려라.]
잠시 침묵하던 섀도우마루. 왠지 페이드는 그의 옆에 달리고 있던 하나가 없어진 느낌에 불안해해야 했다. 잠시 침묵하던 섀도우마루는, 조용해 있던 둘에게로 통신을 돌렸다.
[천강재단 의료사업부로 가자. 천강중공은 다음이다.]
[에? 왜?]
[바이오네트에로의 거대한 자금이동이 그쪽으로 행해졌다고 한다. 천강공업내의 자금도. 일단 그곳에 뭔가가 있을지 모르니, 그쪽으로 가자.]
[자금이라니?]
[글쎄, 뭔지는 모르지만 돈이 이동했다면 뭐라도 있지 않을까. 별다른 정보도 없는 천강중공보다는 더 낫겠지.]
섀도우마루의 뒤를 따라 부산 시가지내로 진입한 볼포그와 페이드. 뭔가 공터에 세워져있는 으시시한 건물을 연상하고있던 페이드는, 섀도우마루와 볼포그가 투명을 풀고 인간형으로 변형하자 흠칫 놀라며 따라 변형하고, 곧 맥이 탁 풀리고 말았다. 눈에 들어온 광경이, 그의 생각이 크게 벗어났기 때문이었다.
꽤나 번화가인듯한 그곳에 마구 세워져 있는 빌딩숲, 그곳에 그 하나의 부분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 천강재단 의료사업부 건물였던 것이다. 창문수를 세며 위를 올려다보니 딱 20층. 그것도 꽤나 높은 건물이었다.
[20층 최신식건물이라.....눈에 띄지 않습니다만.]
[옛 속담에는 등잔밑이 어둡다, 라는 말도 있지.]
[그렇군...]
섀도우마루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두 용자. 그들은 갑자기 음산해 보이기 시작하는 그 건물을 올려다 보며, 침묵을 지키기 시작했다. 왠지 모르지만, 번화가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의 움직임이 눈에 띄이지 않았다. 잠시, 그들의 센서를 작동시키며 주위를 조사하던 셋중, 섀도우마루가 무겁게 말했다.
[나는 먼저 위쪽으로 올라가서 수상한게 있나 살펴보겠다. 너희는 지하나 다른 건물등을 뒤져봐. 그정도의 자금이 이곳으로 이동했다. 뭔가 있겠지.]
[혹시 유령회사 아니야, 이거...]
[아니, 그 자금이동이 유령회사 몇개를 거치며 이곳으로 쏟아졌다고 하더군. 뭔가 있다.]
[두시간후에 이곳에서 합류하는 걸로 하는게 어떻겠습니까.]
[좋아....통신은 지금부터 폐쇄한다.]
그렇게 말하고, 광학미채를 발동시켜 온몸을 투명화한 섀도우마루는, 볼포그와 페이드의 눈앞에서 사라지고 말았다.
[........우리도 가자.]
[알겠습니다.]
브레이브 폴리스, 기지내 사격장.
[잘하고 있을까, 섀도우마루.]
[섀도우마루가 하는 일이다. 실수가 있을리가 없지.]
데커드와 듀크, 건맥스는, 잠깐의 여가시간을 이용해 사격장에 나와있었다. 조준용 스코프와 일체인, 청각센서를 총성에서 보호하기 위한, 귀마개 모양의 고글을 쓰고, 홀로그램으로 마구 움직이는 과녁을 노리며 실탄을 쏘는 사격훈련. 일단 전 기능을 수리한후의 적응을 위한것이었다.
타앙!!! 타앙!!!! 타앙!!!!!
[우리가 전면에 나설수는 없는 일이지. 녀석들이라면 우리들이 움직이기 전에 먼저 알아차릴테니까.]
데커드의 탄환이, 변칙적으로 움직이는 로봇의 어깨와 다리를 정교하게 노렸다. 명중률은 94%.
[그러니까 전 기관이 은밀한 첩보활동을 시작했다, 라는 거군.]
[아아. 섀도우마루라니 믿을수는 있겠지만....]
듀크의 말에 그렇게 말한 데커드는, 말끝을 흐리며 다시 총을 쏘기 시작했다. 약간 의아한 듯 고개를 조금 돌리며 쳐다보던 건맥스는, 그의 권총에 탄환을 채워넣으며 말했다.
[그렇게 말을 흐리는것을 보니, 대장의 말에 신경이 쓰이나보군.]
[대장의 말?]
듀크의 낮은 목소리에, 작게 한숨을 쉬며 다시 방아쇠를 당기기 시작한 데커드. 이번 매거진 6발의 명중률은 68%였다.
[............섀도우마루가 안 모양이다.]
[알다니....뭘?]
[......유우타가 섀도우마루에게는 알리지 말라고 한 일.]
듀크와 건맥스의 얼굴이 조금 굳었다. 그들의 굳은 얼굴을, 그러나, 데커드는 보지 않으며 매거진을 채워넣었다.
[........하긴, 유우타가 아는 일을 섀도우마루가 모를리가 없지만.....이렇게 조용하게 있었다는 것은........]
삐익!!!
무언가, 더 말하려고 했던 데커드 였지만, 그는 갑자기 사격장에 울린 경보에 말을 끊었다.
- 시 외곽의 공단에 미확인의 로봇출현, 파괴활동을 벌이고 있다. 브레이브 폴리스, 출격하라!
[........사건이다, 가자!]
부산, 천강재단 의료사업부, 지하주차장.
[.......주차장이라기엔 차가 없군. 뭐, 이런 밤에 사람들이 남아있을리 만무하지만.]
일단 주차장으로 들어온 볼포그와 페이드. 감시카메라를 간단히 무력화시킨 그들은, 지하 1층의 ㅣ하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주차장. 높이가 약 10m정도로 꽤 높은것을 제외하고는 평범하다 못해 조촐한 주차장이었다.
[..........이상하군요.]
[응?]
볼포그의 중얼거림에, 페이드는 의아하다는 듯 그렇게 되물었다.
[타이어 자국이...]
무릎을 꿇고 입구의 바닥을 손으로 대본 볼포그. 페이드의 눈에는, 분명 볼포그의 손가락이 가리키고 있을 타이어 자국이 보이지 않았다.
페이드가 밟은 바닥만을 밟으며 따라온 볼포그. 그때 페이드는 벽을 손에 대보며 뭔가를 중얼거리고 있었다.
[차량번호와 탑승자의 망막, 음성인식으로 열리는 벽이다. 안에는 통로가 있군. 밑에의 꽤 널찍한 공간으로 이동하는것인 모양이다.]
[그런것을 아실수 있는 겁니까.]
[초음파를 쏴보면....소나와 비슷한거지. 왜 있잖아. 어뢰탐지기.]
[파쇄할수 있습니까?]
[아아. 간단한 거다. 이런것을 쓰다니 보안은 형편없군.]
키이이이잉......
뭔가 기괴한 소리가 나더니, 금조차 가지 않는 것처럼 보이던 그 굳건한 벽이, 양쪽으로 열리기 시작했다. 그 어둠의 안쪽으로 들어나는 것은, 주차장과 거의 비슷한 높이의 엘레베이터 였다.
[.......지하로 내려가는 것 같군.]
각각 권총과 더블 부메랑을 뽑아들고 엘레베이터로 들어간 페이드와 볼포그. 함정이나 감시카메라 같은것이 없는 것을 확인한 둘은, 버튼을 눌러 엘레베이터를 아래로 향하게 했다.
천강재단 의료사업부 제 20층.
[최상층인가...]
경찰견모드로 체인지후, 각층을 빠르게 뒤집고 다닌 섀도우마루가, 최상층에 발을 디디며 힘없이 한말은 바로 그것이었다.
[........사람의 흔적이 없군..]
유령회사라면 차라리 가구따위가 하나도 없는게 덜 이상했을 것이다. 각층, 화장실에서부터 평사윈의 사무실, 심지어는 이사실 까지의 모든방은 완벽한 회사의 모습이었다. 컴퓨터며, 가구며, 카펫이며, 심지어는 커피메이커까지. 먼지도 없고 이것저것 서류도 굉장히 많았다. 가짜였지만.
하지만, 그 어떤 것에도, 사람이 손을댄듯한 흔적은 없었다.
[.........위장을 철저히 하려는 것일까.]
그렇게 말하며 경찰견으로 변형한채 복도를 걷기 시작한 섀도우마루. 이번층도 아무것도 없었다. 사장실이니 뭐니 방은 많았지만 아까와 마찬가지로 사람의 흔적따위는 찾아볼수없었다. 너무 어두워서 인지는 몰라도.
[..........어둡다...]
아까층이 약간이나마 달빛에 밝았다고 기억하던 섀도우마루는, 곧 이상한 느낌에 주위를 돌아보고, 가까운 방으로 가 그 방을 살펴 보았다.
건물 벽쪽인 그 방안에는, 창문이 하나도 나 있지 않았다.
[아니, 하지만....]
아까 분명히 창문의 개수를 세어 20층이란것을 확인한 만큼, 그것은 상당히 부자연 스러운 것이었다.
[.......설마....]
그의 초 인공지능이 풀가동 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아까 들러본 20개의 층계의 사진이 로딩되고, 그것에서 계산된 천장높이의 합과 아까본 건물의 높이가 비교되어졌다.
[........20m나 차이가 나는군....]
벽의 두께, 천장의 높이를 약간씩 얇게, 그리고 좁게하며, 교묘하게 약 1m정도씩의 차이로 높이를 좁히고, 이 층위로 널찍하고 높은 공간을 하나 더 만든게 확실하게 보이는 것이었다. 그러고보니 창문들도 층의 높이에 비해 꽤나 컷고, 그것이 일종의 착시현상을 일으켜 층이 없는듯하게 만든것이 분명했다.
[.........위쪽으로 통하는 건가. 그렇다면 위에는 뭐가 있는 거지...]
킁킁 거리는 듯한 몸짓을 하며 주위를 돌아다니던 섀도우마루는, 곧 사장실의 뒤쪽벽에서 무언가를 찾아냈다. 아까의, 페이드가 발견한것 같은 종류의 기밀벽이었다.
[.........설마, 관계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렇게 말하며, 섀도우마루는 보안이 풀린 열린 벽 안쪽의 엘레베이터로 걸음을 옮겼다.
도쿄시 외곽의 공업단지. 어둠에 깊게 가라앉아있는 그 공업단지는, 원래는 기계의 노후를 이유로 폐쇄가 결정되어있던 곳이었다. 낡은 건물들이 빽빽하게 들어찬 그곳에, 미확인의 로봇이 파괴활동을 벌이고 있다는 통보를 접수한 브레이브 폴리스의 빌드팀은, 흩어져 미확인 로봇의 수색을 하고있었다.
서로와의 통신이 끊어진것은, 진입후 10여분 후였다.
{맥클레인, 상황은?.....맥클레인, 들려?....맥클레인!!}
아마 브레이브 폴리스 본부에서 데커드와 함께 오고있는 듯한 유우타의 다급한 음성이 통신을 타고 그의 귀에 흘러들어왔지만, 맥클레인은 그것에 도저히 대꾸할 겨늘이 없었다. 전 센서를 풀가동시키는 데도 불구하고 그 '미확인 로봇'은 보이지 않고 다른 빌드팀과의 연락은 끊어져 있었다. 그것까지라면 괜찮지만 지금은 유우타의 통신이 들리는 데도 파워죠나 덤프슨, 드릴보이와의 연락이 되지 않는 것이었다.
거기에, 오랜 경험으로 느낄수 있는 '긴장'이 그의 주위에 감돌고 있던것도, 말을 못하고있던 이유였다.
[.............]
생각할수있는 것은, 그나 빌드팀의 송수신 회선이 폐쇄당했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그것을 할수있는건지는 모르지만, 뛰어난 은폐와 회선폐쇄능력이 있지 않는한은 이것은 불가능한....
섀도우마루의 얼굴과 함께, 한 얼굴이 그의 머리에 스쳐지나갔다.
[.......설마...]
샷건을 빈틈없이 들며 주위를 돌아본 맥클레인. 익숙해진 긴장속에서, 맥클레인은 그에게 다가오는 무언가의 느낌을 받았다. 보통로봇이 아닌 용자로봇이기에 가능한, 노련미에서 느껴지는 순간의 느낌.
한순간의 느낌에, 맥클레인은 등을 돌린 상태에서 무작정 샷건을 뒤로 돌려 방아쇠를 당겼다.
타아앙!!!!!
그를 노리고있던 것은 그 예상치 못한 사격에 균형이 무너진듯한듯 했지만, 그래도 맥클레인을 향해 돌진했다. 하지만 그것에 뒤를 돌아볼 충분한 시간을 가질수 있던 맥클레인은 재빨리 뒤로 돌아 샷건을 쐈고, 그것은 그 사격에 더이상 돌격해들어오지 못하고 그대로 점프했다.
[크윽!!]
어둠에 들어난 남빛의 인간형체. 크기는 맥클레인과 비슷. 맥클레인의 머리를 날아 낡은 건물위에 서서, 달을 등지는 그 모습은 섀도우마루와 닮아있었다.
[...................역시 너였군.]
맥클레인의 나직한 목소리에, 그것은 달빛을 받으며 그를 묵묵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6년만이군. 실력이 늘었는데.]
'그것'이 말했다.
[...................죽은줄 알았는데. 네가 나타났다는 소리에는 놀랐다.]
[내 존재가 그렇게 대단한것인줄은 몰랐군.]
[섀도우마루에게는 대단한 것이겠지.]
맥클레인의, 차가운 얼음가시가 박혀있는 말에, 그것은 싱긋 웃었다.
그의 눈에 박힌 붉은빛의 바이저는, 그 웃음과는 달리 싸늘한 빛을 내고 있었지만.
[그렇게 나타나다니 도대체 무슨생각이냐!!!! 카게로우!!!!]
카게로우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그것은 검을 빼들고, 그대로 맥클레인을 향해 달려들어왔다.
[이놈!!]
그대로 샷건을 난사하기 시작한 맥클레인. 그것을 피하며 돌진하는 카게로우의 얼굴에는, 아까까지의 웃음은 사라져 있었다.
기계적인 무표정이, 그의 얼굴을 지배하고 있었다.
"설마, 카게로우가 나타난것은 아니겠지?"
공단까지의 최단거리를 선택해 전력으로 질주하는 경찰차모드의 데커드 안에서, 유우타는 불안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저번에 파괴활동을 벌인 로봇과 같은것이라면....]
"........맞는걸까....?"
[파괴활동이라고 해서 달려갔었지만 특별한 파괴활동도 보이지도 않고, 사진만 찍힌채 사라졌던게 그 미확인의 로봇이었다. 정말 카게로우일리도 없고...]
"............하아아..."
[.........섀도우마루가 충격받을까봐 그러는 것, 알지만, 걱정하지마라. 정말 카게로우라면 우리에게 해가 되는 행동은 하지 않을테니까....]
"..........알겠어. 빨리가자."
천강재단 의료사업부 지하 20층.
친절하게도 층수가 표시되어있는탓에, 그 거대한(용자 둘이 그냥 사람처럼 들어갈 정도니 거대하다고 해야겠다.) 엘레베이터안에 있던 페이드와 볼포그는 감각을 잃어버릴듯한 깊이와 속도에도 불구하고 몇층인지 확실하게 알수 있었다.
[맙소사...엄청난 층수군.]
[이런것이 있다니, 역시 보통의 건물은 아닌것 같습니다.]
마침내 엘레베이터가 거칠게 멈추고, 문이 스르륵 열리며 지하의 어둠이 그들에게 닥쳐들어왔다. 약간 긴장하며, 페이드와 볼포그는 각자의 무기를 들고 안으로 들어갔다. 뭔가 대단한 것을 기대한 그들이었지만(정확히는 페이드만, 이지만), 앞에 드러나는 것은 약간은 싱거운 것이었다.
[뭐야, 이게?]
경비로봇등은 생각해봤지만 그런것은 없었다. 있는 것은, 그들의 위치에서 엄청나게 넓게 퍼져있는 공동과, 그 공동의 끝과 중앙에 위치해, 서로 역삼각형을 그리고 있는 무슨 기계더미가 있었을 뿐이었다. 크기는 그들보다 한참이나 컸다.
[이게...뭐지?]
[저건...]
볼포그와 페이드는, 역삼각형을 이루고있는 그 기계더미중 하나씩으로 걸어가 각자 그것을 확인해 보고, 중앙으로 와 제일 큰 기계더미를 살펴보았다.
[............원형을 이루는 것 말고는...]
[에너지 응집장치, 아닐까요? 세개의 발전기에서 이 중앙의 것으로 모여드는것 같은데...]
[그렇다면 왜 이 중앙의 것에는 마이크로 웨이브 발생장치가 있는거지? 전자레인지인가?]
[으음.....복잡한 구조입니다. 어떤 용도인지는 모르지만....이정도의 규모니 보통물건은 아닐듯 한데.....저로서는 알수없습니다. 엑스퍼트에게 물어보지 않는다면...]
[사진이라도 찍어야 겠군.....]
대화를 나누던 둘이, 갑자기 말을 끊었다.
[.........그 전에, 일단 주위의 것들을 청소해야하지 않겠습니까.]
[아아, 떨거지들은 치워주는게 강자의 숙명이지.]
별로 맞지않는 말이었지만 따지지는 말자. 아무튼, 그렇게 나직하게 말하며 서로의 등을 맞댄 둘은, 어둠이 너무 넘쳐 그들의 주위로 모이는 서늘한 빛조차 흐릿한 그 공간을 날카롭게 둘러보기 시작했다.
그들의 주위의 어둠으로, 다크솔져들이 천천히 나오기 시작했다.
천강재단 의료사업부, 최상층 위의 숨겨진 층.
[이건.......!]
인간형으로 변형한 섀도우마루가 올려다보는 것, 그것은 거대한 로봇이었다.
신장은 약 50m를 넘어설것 같은 초거대형의 검은 로봇. 그레이트 마이트가인은 쉽게 넘어버리는 엄청난 크기였다. 육중한 모습에 뒤로 뻗은 날개가 위압적이었지만, 지금 섀도우마루의 신경을 뺏고있는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것의 어깨에 달린 버스터형의 거대포. 비교하자면, 퍼펙트 캐논보다 두배는 굵고 세배는 더 길었다.
[이런것이 있다니...!]
아직 완성이 안된것 같지만, 지금 섀도우마루에게는 부술수 있는 여건이 되어있지 않았다 폭발물 따위는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았고, 지금의 슈리켄과 태도, 소도로는 부수려면 100자루의 검과 10명의 자기가 10년을 걸려도 못부술테니까. 지금은 그냥 사진만을 찍어둘수 밖에 없었다. 증거자료라면 좀 불충분하지만 이런것이 천강공업에 있다는 것은 그들로도 불안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것을 바라보고 있던 섀도우마루는, 곧바로 느껴지는 살기에 고개를 돌려야 했다.
[.......................]
어두움에서 번쩍 빛나는 붉은색의 바이저. 그것의 주인은, 어둠을 기둥삼아 기대고 있는듯 하다가, 작은 움직임으로 성큼성큼, 섀도우마루를 향해 걸어나왔다.
[.....................카게로우.]
[오랜만이다, 섀도우마루.]
6년전에 죽었다고 생각한, 친구의 모습을 본 섀도우마루의 얼굴에는 별다른 표정도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카게로우도 마찬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