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시장 냉각과 정부의 재개발투기억제책으로 재개발지역
부동산시장이 얼어붙었다. 사진은 마포구 아현 제3주택재개발예정구역 전경. 장맛비가 계속되는 23일 금호동 금남시장 주변. 재개발 구역
예정지 인근으로 부동산업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이 일대에 한여름 때 아닌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부동산 경기가 얼어붙은 데다
단독 또는 다가구를 다세대로 전환하는 ‘지분쪼개기’가 금지되면서 매매가 사라졌다. 부동산업소들은 하나둘문을 닫고 있고 그나마 남아 있는 업자들은
돈 되는 일을 찾기 위해 혈안이다.
다른 재개발 예정지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서울시내 재개발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고 가격이 떨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짙은 관망세로 매매가 실종됐다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매매는 전무, 시세는 그대로=지분쪼개기가 극심했던 초기 재개발지역의 경우 쪼갠지분 거래가 자취를 감추다시피 했다.
급매물이 나올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매물이 아예 사라졌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관망하고 있는 것이다. 간혹 실수요자가 매수하겠다고 나서기도
하지만 여전히 가격이 높아 두 번 생각없이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금호 13, 14, 15,17, 19 구역 등 구역지정 예정지가 몰려 있는
성동구 금호동 신화부동산정보 이재영 사장은 “초기 분양자격을 묻는 쪼갠지분 소유자들의 문의전화가 있었지만 지금은 그나마도 사라졌다”면서 “서울
시내는 물론 인근 지역 어디에도 눈을 돌릴한 곳이 없다”고 푸념했다. 이곳의 5, 6평짜리 쪼갠지분은 평당 1200만원
선이다.
재개발구역 지정을 앞두고 있는 마포구 아현동 일대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아현 3구역 내 부동산제국 조희채 사장은 “평당
2000만원까지호가하던 지분가격이 1000만~1200만원대로 굳어져 움직이지 않고 있다”면서 “그나마 매매도 사라져 답답하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은 성북구길음동과 동대문구 용두동, 창신동 일대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부동산업소는 휴업 중=지분쪼개기가 극심했던 초기
재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업소들이 무더기로 문을 걸어 잠그고 재개발지역에서 빠져나가고 있다. 한 공인중개사의 자조섞인 말처럼 ‘여름철 장기
휴가’를떠난 셈이다. 일부 업자들은 발빠르게 부산이나 대전으로 옮겨 가고 있지만 이미 큰 수익성을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입을 모은다. 이미
금호동일대 부동산업체들은 절반 가까이가 셔터를 내렸다. 성북구 길음동 인근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속속 문을 걸어 잠그거나 다른 소일거리를
찾는업체들이 늘고 있다.
성북구 길음1동 삼성공인 송춘식 사장은 “최근 아파트 단지 내로 들어가는 업자들이 늘었다”면서
“부동산시장이 죽어도 이사하는 사람은 있지 않겠느냐”며 어려운 상황에 대한 답을 대신했다. 청계천 복원으로 기대감이 높아진 황학동 내 K부동산
전용준 사장은 “유망지역이라면 전국 어디라도 찾아가는 상황”이라면서 “솔직히 요즘 같아서는 버티기 힘들 정도”라고 답답한 심정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