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영아우여, 깨어나시게!!!
이게 무슨 소린가? 희망과 소망안고 출발한 정초에 이게 무슨 소린가? 바로 어제 5일 혜림이 조카 결혼식도 잘 마쳤는데!
자네가 왜 정신을 놓고 쓰러졌단 말인가? 이제 57세인데. 가슴이 떨리고 손이 떨려 망연자실하고 있네.
아우여, 불과 3시간 전 나와 통화를 하지 않았는가. 정확히 5시 15분에 말일세. 어서, 정신을 차리게. 이 사람아, 어여, 깨어나시게. 죽으면 안 되네. 어여, 깨어나. 간절히 정말로 간절히 의식이 돌아오길 바라고 또 바라네. 이 형이 자네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시잖은가. 어디 나뿐이겠나. 우리 모두 자네를 얼마나 아끼고 또 사랑하는지 자네가 모를리 없잖는가. 이 사람아, 좀 더 살아야지. 어찌 이러시는가? 어서 깨어나시게!!!
아우여, 육신의 질곡이 심했지만 자네는 참 잘 견뎌왔고 또 늘 희망을 노래해왔네. 특별하게 아픈 곳은 없다며 늘 안심의 말을 전해주지 않았는가. 자네가 고향 삽시도에서 작은 미니가게를 운영할 땐 늘 사랑방 역할을 했고 몇 년 전 자네가 대천으로 삶터를 옮겼을 땐 모두가 뭍에 오른 자네를 축하했었지. 어서 훌훌 털고 일어나시게. 이게 무슨 소린지, 왜 자네가 이렇게 눠 있는가. 자네는 그냥 그 자리의 존재감만으로도 우리집안의 ‘산소’같은 사람여. 어여 일어나시게.
이제 출발이다
지난해 등단을 했습니다. 늦어도 너무 늦은 나이의 등단이라 실감이 잘 나지 않았지만 시상식에 서고 보니 참말로 했구나 싶더라고요. 평생 문청(文靑)으로 살면서 좋은 글을 쓰고자 했습니다. 처음엔 그런 글의 정체도 모른체 막연히 그런 마음으로 출발했고 긴 세월을 보낸 것 같네요. 이런저런 곳에 원고도 많이 보내봤지만 별다른 소식을 듣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 싶지요. 그만큼 문학이란 질긴 것이었습니다. 살아온 날 가운데 단 며칠도 글 쓰는 것을 포기한 적은 없었던 것을 보면 무슨 업보 같은 느낌 또한 없지 않았습니다.
길고 긴 터널을 지나 이제 밖으로 나온 기분이네요. 우선 환해서 좋습니다. 찬란한 햇빛이 끌어주는 것 같은 행복도 있고요. 다만 이제부터는 정말 책임감을 갖고 글을 쓰지 않으면 안 되겠단 생각뿐입니다. 아주 짧은 단문일지라도 퇴고(推敲)에 시간을 더 쓰고 정성을 들여 세상에 내놓을 참입니다. 희망이 솟네요. 이제 출발선에 선 마라토너 같다는 생각도 들어요. 마음의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분명코 고행(苦行)의 길입니다. 결코 쉽지 않아요. 함에도 글에 대한 뜨거운 열망이 이 나이에도 식지 않으니 천생 글쟁이임엔 틀림없나 봅니다. 좋은 삶과 글로 보답해야지요. 늦었지만 탓하지 않고 정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