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미안함 - 산딸나무꽃
--- 시 / 리울 김형태
백만 송이 하얀 나비들의 합창인가, 푸서리로 다니는 백로들의 군무인가, 벌과 나비를 위한 은빛 꽃단장인가, 아니 하늘이 찰랑찰랑 부딪힐 때마다 부서져내리는 고통의 흰 파도인가
오늘 보니 미안하고 또 미안하고 자꾸만 미안해서 소복차림으로 피어난 오롯이 눈부신 햇살을 위한 꽃받침
초록으로 물밀어가는 계절의 등뼈 앞에서 파르르 눈밑이 떨려오면 온갖 통증으로 고생하면서도 날 위해 기꺼이 안개꽃 되어 때 빼고 광 내는 순백의 아름다움...
촉촉한 절절함에 화답하듯 꽃 아닌 꽃, 아니 꽃보다 몇 곱절 더 예쁜 은꽃에 살포시 내려앉아 볼 부비고 뜨겁게 입맞추는 햇살
진흙으로 빚었지만 비어있는 시공간이 그릇이듯 해가 졌는데도 잠들지 못하고 여전히 나를 위해 하얗게 꿈꾸며 춤을 추듯 날갯짓하는 헌신의 발레리나...
못 박힌 손에서 줄줄 흐르는 녹빛깔 무늬는 이제 곧 젖빛 꽃망울에 거듭나듯 딸기처럼 붉은 성혈로 해오름하리라! 매지구름 몰려와도 동글동글 지혈하면서...
꽃잎은 흩어져도 사랑은 남는다더니, 결국 내가 지켜주는 것이 나를 지켜주는구나
미안해하지 않아도 되는데, 넌 나에게 미안하고 난 너에게 미안한, 서로가 미안해서 명치 끝이 시리고 아린... 너는 나의 새하얀 산딸나무꽃! 나도 너의 하이얀 십자나무꽃!
* 시인의 말 : 멀리서 보면 하얗게 눈이 내린 줄 알았습니다. 초록색 잎사귀 위해 새처럼 나비처럼 살짝 올라앉은 새하얀 산딸나무꽃... 그 앞에서 불멍하듯 한참을 꽃멍합니다. 사실 꽃잎처럼 보이는 것은 꽃이 아니라 헛꽃, 꽃받침입니다. 꽃받침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군요^^ 장미꽃을 빛나게 하는 안개꽃처럼... 특히 전설에 의하면 예수께서 짊어지고 매달린 십자가 형틀이 바로 이 산딸나무라고 하니, 더욱 숙연해집니다.
* 산딸나무 Cornus kousa (층층나무과) 쌍떡잎식물 산형화목 층층나무과의 낙엽소교목 산딸나무꽃, 산딸기나무꽃, 또는 십자나무꽃, 십자가꽃이라고 부릅니다 꽃은 양성화로서 5, 6월에 피고 짧은가지 끝에 두상꽃차례로 모여 달리며 꽃잎 같은 4개의 하얀 포(苞)로 싸인다. 포조각은 좁은 달걀 모양이며 길이 3∼6cm이다. 꽃잎과 수술은 4개씩이고 암술은 1개이며 20∼30개가 모여서 달린다. 열매는 딸기처럼 모여 달리며 10월에 붉은 빛으로 익는다.
★산딸나무의 전설★ 옛날 유대지역(지금의 이스라엘)에서 한 사람이 십자가 형틀을 메고 힘겹게 비탈길을 오르고 있었습니다. 곁에는 채찍을 든 로마 군인들이 호통치며 후려치기도 했고요. 지켜보던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 달랐습니다. 조롱하고 욕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슬피 울며 가슴을 치는 사람들도 있었고, 어찌 할 수 없는 무력감에 한숨만 쉬는 사람들도 있었다지요. 세상 죄를 짊어지시고 비틀거렸던 그 사람의 십자가 형틀이 바로 산딸나무였다네요.
그런데 나무는 너무 마음이 아팠습니다. 죄 없는 인류의 큰 스승을 매달게 될 형틀로 자신이 선택되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아팠다 하네요. "내가 어떻게 하면 저 분의 고통을 덜어드릴 수 있을까?" 그 마음이 전해졌을까요? 그분은 산딸나무로 만들어진 형틀에게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내가 너에게 이것을 약속하마. 너는 앞으로 다시는 십자가 형틀을 만들 수 있을 만큼 자라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후로는 너의 꽃잎이 십자가 모양을 하되 가운데는 가시관 형상을 하고 꽃잎 끝은 나의 못자국을 상징하는 상처를 지닌 채 피게 될 것이다"라고 했답니다.
산딸나무 열매 --------------------------
* 또 다른 꽃시 : "꽃과 인생" => https://m.cafe.daum.net/riulkht/85zx/405
세상은 하수상해도 꽃은 정말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피네요^^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세상이 속히 왔으면 좋겠습니다! 아울러 꽃처럼 아름답고 향기로운 사람들도 더욱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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