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버티고(Vertigo)'의 제목은 두 가지 뜻이 담겨있습니다. 한국어로서의 '버틴다'는 뜻과 영어로서 '어지러움, 현기증'이라는 뜻. 작중에서 등장하는 한 장소의 이름도 '버티고'입니다만 이건 영화를 봐야 이해할 수 있는 장치라는 생각이 드네요.
제목마냥 '버티고' 사는 인생을 그린 영화인데 포스터의 문구처럼 관객을 '위로하는' 영화라는 생각은 잘 들지 않았어요. 답답한 톤을 마지막에 딱 한 차례 날려버리는데 그렇다고 이게 '사이다'란 생각이 쉬이 드는 영화도 아닙니다.
주인공의 삶이 매우 고달픕니다. 감성을 자극하긴 하는데 좋은 자극, 포근한 감성과는 거리가 멀고요. 극단적으로 치달아가는 상황에서 겨우겨우 동앗줄을 붙잡고 그저 '버티게끔' 하는 정도로 그칩니다. 이상과 현실은 다르다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일부러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요.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감정선이 참 씁쓸하고 절절합니다. 신파라고 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위에서 사이다로 보기 힘들다고 말했는데 그것과 비슷합니다. 직장인이 겪을 수 있는 애환이라고 표현하고 싶은 감성이라 시종일관 드라이한 맛이 영화 전체에 배어있습니다.
영화는 날짜의 흐름에 따라 시시각각 변화하는 날씨를 화면에 기재하면서 등장 인물들의 감정 변화를 간접적으로 암시합니다. 태풍이 온다거나 청명하거나 바다에 파랑주의보가 내려지거나 하면서 그래프가 출렁이듯 일상이 바뀌는 모습은 무슨 일을 겪을지 알 수 없는 현실을 치열하게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투영하고 있는 인상을 줍니다. 늦가을 비슷한 톤이에요. 좀 건조하고 답답하고.
그리고 스포일러성 요소일 수 있어 자세히 언급할 수는 없지만 주인공의 특징 중 하나와 연관된 소재가 영화의 또다른 면을 채워갑니다. 고루하기도 하고 때로는 극단적일 수도 있는 삶을 다른 방식으로 묘사하고 있기에 이 요소가 영화 안에서 갖는 의미는 제법 큽니다. 언제가 되든 볼 의향이 있는 분들께선 직접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그나마 '버티고'란 영화가 가진 장점 중 하나라고 보기에 여기선 언급하고 싶지 않네요.
끝끝내 버티고 버티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애환을 있는 그대로 그려내는게 전계수 감독의 의도라면 어느 정도는 성공한 영화지만, 마케팅 문구처럼 '위로하는' 것이 목적이었다면 그 부분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 위로하는 순간이 없지는 않지만 거기에 도달하기까지 만나는 사건들을 감내하는데는 인내심을 좀 요구하기 때문에 여기에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배우 천우희의 팬이라면 한번 정도는 봐도 괜찮겠다 싶구요. 그 외에는 쉽게 권하기는 어려울 듯 하네요. 나는 씁쓸한게 좋아! 하는 분들께는 취향저격이 될 수 있는 영화.
평점 : 6.0/10.0
첫댓글 버티고
숨막히는 고통도 뼈를 깎는 아픔도
승리의 순간까지 vertigo 버텨라
삭제된 댓글 입니다.
가능하면 쉬시는 날 낮에 보세여. VOD가 언제 뜰 진 모르겠지만... 퓨
오 리뷰 감사해요
뭔가 침대속에서 혼자 보고싶네요
볼것
리뷰 ㄱㅅ
너무 재밌을것 같은...
천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