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턱관절 때문에 서울대 병원에 두 번째로 갔는데
역시나 긴장이 되었다.
누나들이 많아서다.
남자들은... 솔직히 눈에 들어오지도 않고.
난 굉장한 착각 속에 빠져있다.
내가 잘생겨서 대부분의 여자들이 나에게 호감을 갖는다는...
거울을 보면
'아, 아니구나. 누가 못생겼다고만 안 하면 다행이겠다.'
하는데
문제는 거울을 안 보고 그냥 있을 때 나는 여전히 착각을 한다는 거다.
진짜 그런다.
어디서 나오는 자신감인지...
근데 중1때 친구도 나와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거울 안 볼 땐 자기가 잘생긴 줄 알다가, 거울보면 못생긴 걸 알아."
동감이다.
여하튼 오늘도 병원을 갔는데 의사, 간호사 누나들이 나에게 관심있어하고 나를 눈여겨 본다는 착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짐짓 관심 하나도 없는 척, 그쪽은 쳐다보지도 않으면서 은근슬쩍 어필할 행동도 하고 그랬다.
엉뚱하고 귀여운 컨셉?
멋있는 척 하느라 더럽게 힘들었다.
그러나
결국에 그건
원맨쇼였다.
그들은 나를 보고 있지 않았다.
찜질기를 얼굴에 우스꽝스럽게 둘러매길래 내가 웃자,
간호사 누나는
"이게 좀 웃겨 보이나요? 괜찮아요 아무도 안보니까."
이런 식으로 말을 했는데
나는 그게 이런 식으로 들렸다.
"넌 지금 스스로 니가 잘생겼다고 착각하고 있나본데 다 알아. 아무도 너 따위 안보니까 착각하지 말고 신경 꺼."
나 스스로 찔린거다.
근데 진짜 그런 뜻으로 말을 한 걸 수도 있다.
내가 숨기려 해도 내 표정에서 드러나 보였을테니까.
정말 나 혼자 별의 별 소설을 쓴다.
오늘 진짜 쪽팔리게도 실수로 여자화장실-_-에 들어갔는데 진짜 이쁜 여의사랑 마주쳤다.
당황한 나는 죄송합니다... 하고 말을 흐린 채 뛰어나와 버렸다.
그 후 나는 그 여의사가 나와의 로맨스를 꿈꾼다고 혼자 착각하며 즐겼다.
여자들은 이런 우연같은 상황을 좋아하겠지? 하면서.
환자 명단에서 내 기록을 볼지 몰라... 혼자 생각했다.
그럼 XX XXX XXX, XXXX XX X XXX XXXX 더 맘에 들어서 접근해 올지도 몰라.
어쩌면 내 전화번호를 알지도...
혼자 설레할지도...
븅...
그 사람은 나한테 관심도 없는데.
어쩌면 변태로 생각할지도 모르는데...
나중에 진료 끝나고 나올때보니 그녀는 잘생긴 남자 의사와 대화중이었다.
나보다 훠얼씬 훤칠하고 훠얼씬 잘생긴.
거기다 그 사람도 서울대 출신 의사겠지.
...
말 다 했네.
풉.
사실 간호사나 여의사들이 내 기록을 볼 것 같다는 착각을 했었다.
의료법상 정보를 취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진짜 븅이네.
나에게 유독 말을 많이 걸고 모든 걸 설명해주려는 간호사도 있었다.
그리고 말을 할 때면 흥분하고 떨려하는게 눈에 보였고 뭔가 나한테 관심이 있는 것 같았다.
옛날 같았으면 제대로 착각했겠지만, 이번엔 달랐다.
객관적으로 정당한 생각은 이거였다.
그 누나는 아무래도 내 담당 간호사다.
그래서 많은 걸 설명해줘야 할 의무가 있다.
그리고 약간 흥분되고 긴장된 표정을 짓는 건, 뭔가 전문적인 말을 할 때였다.
왜 그런 사람들 있지않나.
그런거 말할때 그런 표정 짓는 사람들.
꽤 봤다.
그런 말 안할때는 되게 활발하게 대했잖아. 긴장없이.
또한 나한테 호감이 있다 쳐도
그건 귀여운 동생 정도?
내가 동생같아서 그랬겠지...
집에 동생이 있나 아니면 동생이 없어서 그러나
나를 되게 이뻐해주는 것도 같았다.
마지막까지 책임져주고 밝게 웃어주는 게.
사실 관심받고 싶은 건 난데.
그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있는 건 난데.
날 좋아해 달라고, 나에게 관심을 가져 달라고.
그걸 솔직하게 표현하질 못하니까 괜히 그런 식으로 돌려서 생각하는 거다.
물론 나같은 착각을 하고 사는 남자들도 많다는 걸 안다.
모든 여자가 자신에게 관심있어 한다고.
난 그나마 그게 착각이란 걸 알지만 그 자식들은 리얼이야.
또라이 새끼들...
내가 진짜 놀란 건, 정말 못생긴 애들도 스스로는 그래도 이정도면 평균은 된다고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입이 떡 벌어졌다...
그냥 보기에 나쁘지 않게만 생긴 애들은 또 스스로 되게 잘생긴 줄 알고 있고.
하...
병신들...
어떻게 자기 객관화란 게 안 돼있을까...
거울은 안보고 사나...
니들도 엄마 아부지가 잘생겼다 잘생겼다 칭찬해 주셨구나...
그리고 빈말로 잘생겼다고 한 거 진짜로 받아들이고...
형이 이해한다...
그래, 세상 살면서 그런게 중요한 게 아니니까...
또 남자는 자신감으로 사는 거니까.. 좋은 거라고 생각을 하마...
무엇보다 나도 그러니까-_-
근데 난 이제 이런 착각에서 벗어나려 한다.
다른 이유없다.
그게 하.나.도. 재미없으니까.
진짜로 연애할거면 몰라도...
그리고 그런 착각 속에 빠져살면 피곤한 건 나지 다른 사람이 아니다.
나는 나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런 데에다가 에너지를 쏟지 않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하기도 바빠.
그렇다면 나는?
나는 어떤가.
난 그 누나들이 좋다.
마음에 든다...^^
이쁘기도 하고
그냥 마냥 착하고 상냥하게들 생겼다.
서울대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친절하게 대해 주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