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가족 구워삶기
그는 아마추어 축구 선수다. 매번 지방에 시합이 있을 때마다 난 매니저처럼 따라다닌다. 이건 기본이고 외동아들이라 부모님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그, 아들의 경기 모습을 보고 싶지만 사정상 지방에 내려오지 못한 부모님을 위해 그의 경기 장면을 캠코더로 찍어둔다. 찾아 뵙고 함께 경기를 보며 난 그날의 상황이 어땠는지 그가 얼마나 선전했는지 설명한다. 당연 부모님의 기분은 자연스레 업! 이젠 거의 며느리로 자리매김하게 된 나는 내가 뿌려놓은 내조의 씨앗 덕분에 요새 행복을 맛보고 있다. 남자친구의 경기 성적이 좋을 때마다 “이 모든 것이 네 덕분”이라고 하는 어머니의 든든한 지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25·학생 P) |
3년째 공부 중
그는 언론고시를 갈망했고, 자신의 길은 오직 PD라고 떵떵거리며 도서관에 처박혀 살기 시작했으니 그때부터 나도 마음을 아예 180도 바꿔 먹었다. ‘그래, 제대로 내조 하고 PD 사모님 한번 되어보자!’ 그는 3대 방송사부터 케이블 방송사까지 실패를 거듭하고 있지만 난 그가 공부를 결심한 순간부터 달력은 버린 지 오래다. “오빤 이번에 꼭 할 수 있을거야. ‘그들이 사는 세상’의 현빈처럼 될 거지?” 하면서 적절한 압박을 애교에 녹여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없다, 오로지 나는 당신을 믿고 지지한다는 느낌이 물씬 드는 멘트를 던진 다. 또한 자연스럽게 자주 못 보게 되면서 그는 내심 내가 떠날까봐 불안해하는 듯 보였다. 그래서 이참에 나도 자격증 공부를 시작했다. 지금 우리는 ‘공부하는 커플’이다. 올해로 그는 3년 차, 이번엔 꼭 나는 현빈의 여자친구가 되리라! (24·학생 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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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정받고 싶은 욕구 200%
그는 주변의 반응에 엄청 신경 쓰는 스타일. 친구들 말에 잘 휩쓸리는 것을 보면 만인에게 인정받기를 원하는 욕구로 가득 찬 그의 마음속이 훤히 보인다. 그런 남친의 성향을 잘 알기 때문에 친구 커플과 모임이 있을 때면 본래의 내 모습은 고이 접어 백에 넣어두고 상황에 따라 나의 옷차림과 행동을 모임 분위기에 맞춘다. 정적인 친구와의 모임엔 입꼬리만 살짝 올린 미소를 유지하며 적절히 고개를 끄덕이는 경청 모드로, 놀기 좋아하는 친구와 음주가무를 즐기는 모임에선 꺾어 마시지 않는 술 실력과 최신 가요를 섭렵한 노래 실력으로, 또 남자들만 모인 자리에서는 은밀한 이야기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센스 있게 받아치는 유머나 순발력으로 응수한다. 결국 어느 모임이 끝나도 난 “네 여자친구 정말 최고다” 하는 말을 그가 듣게 만든다. 그럴 때마다 어깨가 유달리 당당하게 펴지는 남친의 모습을 보게 된다. (25·교사 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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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것도 물어봐라
남자들은 누군가가 무엇을 물어보았을 때 설명해 주는 순간, 자부심을 느낀다고. 난 이 점을 이용한다. 법학과 출신인 그가 가장 잘 아는 분야인 법에 대해서 정말 기본적인 질문(설사 나도 무엇인지 알고 있다 하더라도)을 던지고 남친이 설명해주면 호들갑을 떨며 “진짜 똑똑하다, 그런 걸 어떻게 다 알지?” 하며 그의 기를 살려준다. 그가 어디 가서도 늘 당당한 자신감을 내뿜는 것도 어찌 보면 다 내 덕분이다. (26·학원 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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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백세라 포토그래퍼|이광재
(쎄씨 2009년 5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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