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독서 출애굽기 24,3-8
그 무렵 모세가 백성에게 와서 주님의 모든 말씀과 모든 법규를 자세히 일러 주자, 온 백성은 입을 모아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다 따르겠습니다.” 하고 대답하였다.
모세는 주님의 말씀을 다 기록한 다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산 밑에 제단을 쌓고 이스라엘의 열두 지파를 표시하는 돌기둥 열두 개를 세워 놓았다.
그리고 이스라엘 백성 중 몇몇 젊은이들을 그리로 보내어 주님께 번제를 올리게 하고 수송아지들을 잡아 화목제를 드리게 하였다. 모세는 그 피의 절반을 받아 항아리에 담아 놓고, 그 절반은 제단에 뿌렸다.
그러고 나서 계약서를 집어 들고 백성에게 읽어 들려주었다. 그러자 그들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다 따르겠습니다.” 하고 다짐하였다.
모세는 피를 가져다가 백성에게 뿌려 주며 “이것은 주님께서 너희와 계약을 맺으시는 피다. 그리고 이 모든 말씀은 계약의 조문이다.” 하고 선언하였다.
복음 마태오 13,24-30
그때에 예수께서 비유를 들어 군중에게 말씀하셨다.
“하늘나라는 어떤 사람이 밭에 좋은 씨를 뿌린 것에 비길 수 있다. 사람들이 잠을 자고 있는 동안에 원수가 와서 밀밭에 가라지를 뿌리고 갔다.
밀이 자라서 이삭이 팼을 때 가라지도 드러났다. 종들이 주인에게 와서 ‘주인님, 밭에 뿌리신 것은 좋은 씨가 아니었습니까? 그런데 가라지는 어디서 생겼습니까?' 하고 묻자 주인의 대답이 ‘원수가 그랬구나!' 하였다.
‘그러면 저희가 가서 그것을 뽑아 버릴까요?' 하고 종들이 다시 묻자 주인이 대답하였다. ‘가만두어라. 가라지를 뽑다가 밀까지 뽑으면 어떻게 하겠느냐? 추수 때까지 둘 다 함께 자라도록 내버려 두어라. 추수 때에 내가 추수꾼에게 일러서 가라지를 먼저 뽑아서 단으로 묶어 불에 태워 버리게 하고 밀은 내 곳간에 거두어들이게 하겠다.'”
저는 세 군데의 신학교를 다녔습니다. 즉, 서울 가톨릭 대학교, 수원 가톨릭 대학교, 그리고 마지막으로 인천 가톨릭 대학교를 다녔지요.
이 세 개의 신학교 중에서 가장 외적인 환경에 있어 가장 좋은 곳은 도시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서울 가톨릭대학교랍니다. 대학로에 위치하고 있기에 시골에 위치하고 있는 수원과 인천 가톨릭대학교에 비해서 좋은 문화적 환경을 가지고 있습니다. 더군다나 오랜 전통으로 쌓여진 도서관의 많은 책들도 공부하기에 좋은 환경입니다. 하지만 제가 가장 힘들었던 시기는 서울 가톨릭대학교에서의 생활이었습니다. 왜냐하면 잠을 자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거든요.
전에도 새벽 묵상 글을 통해서 알린 적이 있지만, 저는 잠을 얌전하게 자지 못합니다. 이곳저곳을 굴러다니면서 자는 스타일이지요. 그러다보니 서울 가톨릭대학교의 좁은 침대에서 얼마나 자주 떨어졌는지 모릅니다(지금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제가 다닐 때 서울 신학교의 침대는 한 사람이 딱 누우면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좁았답니다. 그리고 그 높이도 상당합니다). 하루에 세 번도 떨어진 적이 있다니까요. 그래서 지금도 이 침대 노이로제가 있답니다. 침대에서 자면 괜히 떨어질 것 같고, 괜히 불안한 마음이 드는 것입니다.
그러한 제가 요즘 침대에서 잠을 자고 있습니다. 보일러가 없는 방이고, 더군다나 방이 좁아서 접는 침대를 사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다행히도 이 침대는 넓고 또 높이가 아주 낮습니다. 따라서 잘 떨어질 것 같지 않았고, 떨어져도 별로 아플 것 같지 않을 것 같습니다.
며칠 전, 이 침대에서도 결국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런데 떨어지는 순간, 잠에서 깬 것입니다. 얼마나 아프던지요. 사실 떨어질 때 잠에서 깨지 않으면 전혀 아프지가 않습니다. 하지만 떨어지는 순간 잠에서 깨면, 그 높이에 상관없이 너무나 아픕니다. 이렇게 아픔을 느끼면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답니다.
‘죄도 이런 것이 아닐까? 깨어 있는 상태에서 침대에서 떨어지면 아픈 것처럼, 내가 알고서도 죄를 짓는다면 그 아픔이 얼마나 큰가? 그리고 이러한 아픔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세속적인 이익을 생각하면서 그리고 스스로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면서 알고도 죄를 짓는 경우가 또 얼마나 많았는가?’
요즘 날씨가 너무나 뜨겁습니다. 그러다보니 생활하는 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짜증도 참 많이 납니다. 그런데 우리들의 죄로 인해 가게 될 수도 있는 지옥불은 어떨까요? 요즘 날씨는 비할 것도 아니지요. 즉, 요즘 날씨도 힘들다고 그리고 못 견디겠다고 이야기하면서, 어떻게 지옥 불을 견딜 수가 있겠습니까? 따라서 특별히 더위를 잘 참지 못하시는 분들은 지옥 불에 떨어지지 않도록 착하게 살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기위한 방법 하나! 바로 알고서 짓는 죄는 없어야 합니다. 사실 하느님께서는 우리들에게 계속해서 기회를 주십니다. 오늘 복음에도 나와 있듯이 좋은 밀 사이에 가라지가 있다는 사실을 아시면서도 추수 때까지 기다려주시는 것처럼 우리들의 죄를 보시고도 기다려주십니다. 그런데 그 순간까지도 변화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요? 계속해서 죄인지를 알면서도 뉘우치지 않고 똑같은 죄를 반복해서 행한다면, 결국 마지막 추수 때에 지옥 불을 면할 수 없다는 것이지요.
뜨거운 지옥 불이 좋은 사람, 그렇다면 계속 알고서도 죄를 범하세요. 저는 싫습니다. 뜨거운 것은 견디기 힘들거든요.
덥다고 짜증내지 맙시다. 그 짜증 듣는 사람은 더 짜증스럽습니다.
졸업식 양복('사랑밭 편지' 중에서)
그러니까 제가 고등학교 졸업할 당시의 일이네요. 전기 대학에 합격하지 못해서 후기 시험을 치른 후에
졸업식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그 때는 집안이 너무 가난해서 졸업선물은 꿈도 꾸지 못할 때였습니다.
그런데 졸업을 며칠 앞둔 날, 어머니께서 양복상의를 사오셨습니다. 저는 너무 기뻐서 그 옷을 바로 입고는 옆 집 사람들에게 자랑을 하며
돌아다녔습니다. "우리 어머니께서 사주셨어요!"
어머니는 일당 1만 5천원을 벌고 계셨는데, 며칠 일한 것을 모으고 또 모으셔서, 바지는 없이 상의만 사주셨습니다. 그런데 너무 너무
좋아하는 저의 모습을 보시고 다음 날 야근까지 하시면서 3만원짜리 양복바지도 사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멋진 양복에 천원짜리 빨간 넥타이를 매고, 졸업식 예행연습장에 갔습니다. 그 때 저를 잘 모르는 선생님 한 분이 지나가시다가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 이 학생은 이렇게 좋은 옷을 입은 걸 보니 좋은 대학에 붙었겠구나. 자네 어느 대학에 붙었나?"
"아닙니다. 선생님. 저는 떨어졌습니다."(선생님은 좀 당황하셨지만 한 가지 질문을 잊지 않으셨습니다.)
"그런데 자네 옷이 참 멋있는데..."
"아, 예~. 제 어머니께서 사주셨는데요, 어머니께서 그러셨습니다. 떨어져도 자식이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