空氣淸淨忘間食...공기청정망간식
湖畔步行肺滿息...호반보핼폐만식
十四朋友歡談遊...십사붕우환담유
山綠水靑老友喫...산록수청노우끽
공기는 맑고 깨끗
간식도 잊으며
호반 물래길을 걸으니
모처럼 폐에 기득한 쉼
열 네 명 동무들
마음껏 떠들며 노는데
산 푸르고 물 파랗고
늙은 친구들 만끽을 한다
춘천은 가을도 봄이지(유안진)
겨울에는 불광동이, 여름에는 냉천동이 생각나듯
무릉도원은 도화동에 있을 것 같고
문경에 가면 괜히 기쁜 소식이 기다릴 듯하지
추풍령은 항시 서릿발과 낙엽의 늦가을일 것만 같아
춘천도 그렇지
까닭도 연고도 없이 가고 싶지
얼음 풀리는 냇가에 새파란 움미나리 발돋음할 거라
녹다만 눈 을달 발치에 두고
마른 억새 깨벗은 나뭇가지 사이사이로
피고 있는 진달래꽃을 닮은 누가 있을 거라
왜 느닷없이 불쑥불쑥 춘천을 가고 싶어지지
가기만 하면 되는 거라
가서, 할 일은 아무것도 생각나지 않는 거라
그저, 다만 새봄 한 아름을 만날 수 있을 가라는
기대는, 몽롱한 안개 피듯 언제나 춘천
춘천이면서도
정말, 가본 적은 없지
엄두가 안나지, 두렵지, 겁나기도 하지
봄은 산 너머 남촌이 아닌 춘천에서 오지
여름날 산 마루의 소낙비는 이슬비로 몸 바꾸고
단풍든 산 허리에 아지랑거리는 봄의 실루엣
쌓이는 낙엽 밑에는 봄나물 꽃다지 노랑 웃음도 쌓이지
단풍도 꽃이 되지 귀도 눈이 되지
춘천이니까?
7월의 편지
7월의 태양에서는 사자새끼 냄새가 난다.
7월의 태양에서는 장미꽃 냄새가 난다.
그 태양을 쟁반만큼씩
목에다 따다가 걸고 싶다.
그 수레에 초원을 달리며
심장을 싱싱히 그슬리고 싶다.
그리고 바람,
바다가 밀며 오는,
소금냄새의 깃발, 콩밭 냄새의 깃발,
아스팔트 냄새의, 그 잉크빛 냄새의
바람에 펄럭이는 절규---.
7월의 바다의 저 출렁거리는 파면(波面)
새파랗고 싱그러운
아침의 해안선의
조국의 포옹.
7월의 바다에서는,
내일의 소년들의 축제 소리가 온다.
내일의 소녀들의 꽃비둘기 날리는 소리가 온다.
(박두진·시인, 1916-1998)
불현듯 찾아온 저혈당 증세
꽤 오랜 시간을 잊고 살았는데...
이 친구들 아니면 고생할 뻔. ^^
딸을 시집보내며/이수동
나무 잎새에 곱게 놓은 물방울
또르르 떨어질까
옥 같은 내 딸의 얼굴
때 묻지 않기를
부모 두고 가는
딸의 가슴에
눈물이 얼룩지지 않기를
그래도 손수건에 묻는 눈물은
아비의 마음이
아직 딸을 품고 있기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