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운데 보인는 생선을 공짜로 얻어 배터지게 회를 먹었다
콘테이너 박스 타입의 아파트가 에스키모 현지인 여름 숙소. 이글루를 못 보아 약간 실망
본격적인 빙산 빙하 탐방에 나섰다. 빙산 빙하 탐방은 3가지 방법이 있는데,
1) 헬리콥터나 경비행기를 타고 하늘에서 빙산 빙하를 구경하는 방법
2) 보트를 타고 빙산 빙하를 가까이에서 구경하는 방법
3) 트레킹을 하면서 빙산 빙하를 보는 방법
첫째 방법이 가장 편하지만 1시간 비행기 타는데 우리 돈으로 80만원이다. 유럽까지 왕복 100만원, 덴마크에서 그린란드까지 왕복 100만원에 비하면 너무 비싸다. 게다가 하늘에서 내려보아야 실감이 나지 않을 것 같아 첫째 방법은 포기하였다.
둘째 방법은 빙산을 가장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인기가 좋아 예약이 쉽지 않다. 겨우 10인 정원의 조그만 보트를 타는데 1인당 비용은 20만원 정도로 큰 부담은 없고, 마침 1자리가 비었다고 하여 얼른 예약을 하였다. 그런데 보트의 유람시간은 밤12시부터 새벽 2시까지이다. 한밤중에 보트 유람이라니? 그러나 바로 이해가 되었다. 낮에는 새하얀 빙산에 눈이 너무 부시고 사진도 찍기 어렵다.
마을 바로 앞에도 빙산들이 떠다니고 있다
빙산을 바라보고 <타이타닉> 주제곡을 연주하다
수미터 앞 가까이에서 본 빙산은 너무나 장관이가. 전에 보았던 남미의 파타고지아 지역의 모레노 빙산과 아이슬란드 요쿨살룬 빙산은 여기에 비하면 게임도 안되고 명함도 내놓을 수 없다. 바로 이 멋진 장관을 보기 위하여 그 먼길을 달려오지 않았던가? 부지런히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가장 먼저 궁금한 것은 물속의 빙산은 물위의 떠있는 빙산보다 과연 얼마나 큰 크기인가 하는 것인데, 과연 <빙산의 일각>이란 말이 실감난다. 100미터 이상 높이의 빙산도 여기저기 보인다. 최고 400미터 높이의 빙산도 있다고 한다. 높이가 400미터이면 물속에는 1000미터의 빙산이 있다는 말인데 [=1/8], 입이 저절로 벌어진다.
백미터 아니 몇십 미터의 빙산만 되도 충돌하면 타이타닉이 아니라 그 어떤 구조물도 박살이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물속에 잔긴 빙산. <빙산의 일각>을 직접 눈으로 확인하였다
빙산이 얼마나 과연 얼마나 큰지 육지의 산과 비교해보라
빙산의 멋진 장관을 감상하라
이번 여행에서 최고의 고생은 바로 다음날 빙산 빙하길 트레킹에서 발생하였다.
원래 빙산 빙하길 트레킹은 가이드와 함께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가이드 비용이 하루 팀당 100만원 정도이다. 나홀로 그 많은 비용을 감당하기가 아까워 일단 혼자서 작은 배낭을 메고 오전 10시에 숙소를 나섰다. 트레킹 코스는 2시간 코스, 3시간 코스, 6시간 코스가 있는데 초보자는 2시간 내지 3시간 코스만 하도록 되어 있고 둘다 원점 회귀 코스다. 나도 처음에는 3시간 코스만 다녀오려 했으나 3시간 코스와 6시간 코스 갈림길에서 갑자기 욕심이 생겼다. 비록 가이드도 없고 함께 가는 일행도 없지만 한번 도전하여 보자고. 처음에는 길이 보이는 것 같았는데 차츰 길이 애매하여진다. 빙산과 빙하를 따라서 얼음과 눈구덩이의 산등성이를 자빠지고 넘어지면서도 오르락 내리락하면서 나아갔다.
트레킹 길에서 본 빙산과 그 앞을 지나가는 배. 크기를 비교해 보라
빙산에 면한 바위에서. 아차 미끄러져 떨어지만 바로 끝장
5시간까진 그래도 잘 버티고 왔다. 남은 1시간만 버티면 되지만 길은 보이지 않고 이제부터가 문제이다. 차츰 추위가 오고 힘들어진다. 믿는 것은 저멀리 마을이 보이고, 24시간 해가 떠있어 어둠의 공포가 없다는 사실. 그러나 아무리 24시간 백야라도 저녁시간이 되면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은 몰랐다. 내복하나와 고어텍스 일반자켓으로는 추위에 견디기 힘들다. 최소한 방한복과 아이젠은 가지고 왔여야 하는데----, 아이젠 없는 일반 등산화에 얼음에 수없이 넘어진다. 무릎과 허리가 아프다. 이번에는 계곡에 쌓인 눈구덩이에 처음에는 발목, 차차 무릎까지 빠지더니 급기야는 허리까지 빠진다. 허리까지 빠진 눈구덩이를 헤쳐 나오느라 무척 애를 먹었다.
빙하로 이어진 눈구덩이
멀리 마을이 보이지만 내려가는 길이 결코 만만치 않다
몇 시간을 고생 끝에 평지가 보이고 집들이 눈앞에 나타난다. 아뿔싸! 그런데 웬걸 길을 잘못들어 에스키모 개들을 대량으로 사육하는 지역이다. 50미터 간격으로로 개집을 짓고 개목걸이 말뚝을 박았는데 50미터 가량의 개사슬로 묶어놓아 반 야생으로 키우는 곳이다. 개 한 마리가 나를 보더니 짖기 시작하고 여기저기서 덩달아 짖는다. 어떤 개들은 나를 달려들려고 한다. 개들 중에는 굶주린 개도 있고 성질 사나운 개도 있을 것이고, 개목걸이가 느슨한 것도 있을 터인데, 도저히 개 사육 지대를 무사통과할 자신이 없다. 잘못하다가는 개한테 잡혀 먹거나 물려죽게 생겼다.
본능적으로 다시 뒷걸음질 쳐서 산등성이로 걸음아 나 살려라 하면서 도망쳤다. 인간 발자취도 보이지 않는 먼길을 되돌아 아침 10시에 떠난 6시간 코스를 12시간 만인 밤10시 숙소에 돌아왔다, 완전 기진맥진, 거의 초죽음 상태이다. 옷과 신발은 완전히 젖어 있고, 온몸이 성한데 없이 쑤시고 아프다. 이날 밤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반드시 가이드와 함께 트레킹을 하라는 말이 괜히 하는 말이 아님을 실감하였다. 내 몸값이 얼마인데 100만원과 바꿀 수 있단 말인가?
무서운 에스키모 사냥개. 하마터면 물려죽을 뻔하였다.
한마디로 무모하게 그린란드에 갔다가 그야말로 <구사일생>으로 살아 돌아왔다.
1) 방한복 없이 추위에 얼어죽을 뻔함 (내복 한 벌만 입음)
2) 배고파 굶어죽을 뻔함 (배낭속에는 오직 육포 1봉지와 사과, 사탕 몇 알뿐)
3) 산등성이 얼음에 미끄러져 낙상사 할 뻔함 (아이젠 지참 않음)
4) 계곡속의 눈구덩이에 빠져 죽을 뻔함
5) 항공기 정비불량으로 대서양에서 추락사할 뻔함
6) 보트 탑승하다 빙산에 부딪히고, 얼음 만져보느라 미끄러져 익사할 뻔함
7) 가이드없이 트레킹하다 길을 일고 조난사 당할 뻔함
8) 에스키모 개에게 잡혀먹거나 물려죽을 뻔함
9) 에스키모 주인여자에게 압사(?) 당할 뻔함
그린란드 아홉번이나 죽을 고비를 넘기고 한국으로 무사귀환하였으니 이게 바로 구사일생이 아닌가?
나는 고상돈, 박영석, 엄홍길 처럼 전문탐험가가 아니다.
나는 한비야 처럼 전문여행가도 아니다.
나는 김병만 처럼 출연료 돈을 받고 <정글의법칙>에서 온갖 생쇼를 하는 쇼맨도 아니다.
나는 국민의 돈으로 <세계테마기행>이나 <걸어서 세계속으로>에서 온갖 폼을 잡는 PD나 대학교수도 아니다.
나는 오로지 내 돈으로 세계오지탐험 여행을 좋아하는 칠순의 평범한 늙은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오지탐험 여행지마다 웬만하면 색소폰을 메고 가서 그들을 조금이라도 즐겁게 해주고 국위선양까지 하고 온다.
누가 더 <진정한 자유인>인지 판단은 여러분께 맡깁니다.
귀로에 TV에서도 몇 번 소개된 북해의 끝자락, 해안절경으로 유명한 <페로 제도> 와 코펜하겐도 구경하였다.
<페로 제도>에 대해서는 차후에 별도로 소개하기로 하고, 여기서는 일단 코펜하겐의 인어공주에 대하여 한마디 하련다.
누구든지 코펜하겐 항구의 <인어공주> 상을 보고 실망을 한다. 그러니 인어공주는 레닌, 김일성, 이순신, 세종대왕 처럼 그나라 인민들이 존경하는 영웅이 아니고 가련한 소녀이다.
자기가 생명을 구해준 왕자가 보고싶어 벙어리를 댓가로 지느러미를 다리로 바꾸지만, 왕자에게 말한마디 못하고 바다의 거품으로 사라진 슬픈 주인공이다.
어렸을 때 인어공주의 동화를 읽고 얼마나 가슴이 아팠었는지?
그런데 실물크기의 인어공주 상과 정치적 목적으로 엄청나게 크게 설치한 레닌, 김일성, 이순신, 세종대왕의 동상과 비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나는 인어공주의 넋을 조금이라도 위로하기 위해 인어공주 앞에서 색소폰으로 노래 불렀다.
바로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여러번 반복하여 불렀다.
1982년 데뷔 당시의 민해경은 작은 체구이지만 커다란 왕눈과 짧은 미니스커트가 너무 매력적이었다. 얼마 전 TV에 나왔는데 세월은 그 누구도 거스르지 못하는 가 보다.
지금도 나의 4대 색소폰 애창곡으로 셀렌디옹의 <My Heart will Go on>을 비롯하여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이선희의 <제이에게>, 그리고 민해경의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즐겨 부르고 있다. 그런데 최진희의 <사랑의 미로>, 이선희의 <제이에게>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김정은의 애창곡이라고 하지 않는가?
<어느 소녀의 사랑이야기>를 불러 불쌍하게 사라져간 인어공주의 넋을 위로하다.
첫댓글 철진 옹, 사진과 Humorous 한 여행기 즐감했소. 소생도 오지 여행을 좋아하는데-대부분 Trekking- 힘들지만 자연 앞에서 겸손해지며
자신의 한계점을 인식할수 있는 경험 또 여행후 체험담을 가차운 사람들과 나누는것등, 참으로 여행은 보람있는 일이라 생각하지요.
물론 철진 옹은 소생과 차원이 다르지만, 널리(?) 알려진 사람들을 언급하셨는데- 소생에게는 모두 처음 듣는 이름들이지만 (엄단장 제외하고) - 그 사람들 보다 나는 철진 옹이 제일 훌륭하다고 믿으오...ㅎ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