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산하고 적막한 때가 정진의 적기다
설산은 적막했다
싯타르타는 번잡했던 대중속의 혼돈을 기억했다
이 호젓함과 스산함은 오히려 고행과 정진의
적기임을 누구보다도 잘 알았다.
가일층 자신을 채찍질하며
본질에 계합하니 깊은 깨달음에 도달한 것이다
중추의 새벽녘
대기는 더욱 차가워졌다
젊은 시절의 광기와 대중물결은 즐거웠다
이제 때를 따라 체력은 고갈되고,심신은 더욱 피로해질
때, 곧 중년이후의 고적함이 밀려온다
그 많던 친우들도 소식이 뜸하다
사소한 서운함으로 헤어진 지인은 더욱이 연락이 없다
늙어가며 자기이력과 경력의 화려했음을
회상함은 부질없는 일이다.
이즈음 불심정진의 적기다.
사실 여러 대중이 모여 히히덕거리고
한잔 마시고 길게 희희낙락해봐야
뒤에 남은 건 숙취와 남 흉보는 일들이다
스산함과 고적함
ㅡ기도정진의 적기임을 모르랴?
바쁘면 바쁘다 불심기도와 멀어지고
지인들과 회합에 만나 몰아 다니느라 게을러지고
.........
나이가 들수록 자기이익이 아니면
연락도 소식도 없다
다만 손벌리고 이익을 취하려는 연락만 온다
늙어 꼭 서러운 것이 아니라
늙어 적막하니
이제 온전히 심신을 부처님께 바치는 호기다
설산동자도 춥고 배고픈 수행여정에
맞대한 건 적막강산에 자신을 노린 흡혈귀 나찰이었다
그 고적함속에 온 마음을 일체중생에게 공양올렸으니
그 쾌거가 해탈이었다.
스산하고 적막한 때가 불심정진의 호기다
외롭다하지 말고
막막하다 하지 말고
홀로선 길, 홀로가는 지금의 길이
온전한 기도정진의 때로 주어진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나이가 들수록 일부러라도
하나하나 허튼 잡담과 연락을 절제하고
침잠의 자기고행으로 들어
노년의 기도를 완성해야 한다
곧 저승 사자가 다가선다
님께서 스산하고 적막한 설산의 시공을
오히려 수행정진의 호기로 삼으셨듯이
제자된 우리는 님을 따라 추위와 곤궁,곤난과 역경에서
가일층 본질적인 수행의 공덕을 배가시켜야 한다
새벽녘 대기가 더욱 썰렁하다.
불기 2568.10.23 04: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