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포 '민물 매운탕' 골목
강물도 봄길따라 가고... 시골정취 물씬 '하얀 감꽃' 길
길 양 쪽 덤불마다 흰 산딸기 꽃이 지천이다.
촌집 돌담 안의 감나무는 하얀 감꽃을 조랑조랑 달고 있다.
햇살 한 자락 감꽃에 묻으니,온통 눈이 부시다.
감꽃이 사람 마음마저 멀게 한다.
부산지하철 2호선.
호포(湖浦)에만 와도 시골 정취가 물씬 풍긴다.
호포의 5월은 줄장미꽃의 싱그러움과 아름드리 신작로 가로수의 푸르름으로 가려웁다.
삼랑진 가는 길 따라 100여m.
초입의 화원 몇 집이 5월의 꽃들을 화들짝 피워대고,
앞 다투어 사람들의 가슴에도 울긋불긋 꽃물 들어 자지러진다.
볕도 좋고 공기도 상쾌한데,강마저 느린 걸음으로 여유롭기만 하다.
온갖 새들이 시끄럽게 지저귀고,딸캉딸캉 기차는 하릴없이 한두 대씩 지나쳐 간다.
한 오 분쯤 걸었을까?
느릿느릿 봄 따라 걷던 길옆으로 가게가 이어진다.
모두가 민물고기 전문점이다.
일명 '민물 매운탕 골목'.
주로 민물 매운탕집이고 민물생선회와 민물생선찜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눈에 띈다.
원래 호포는 '호수 같은 포구'란 뜻으로,하류로 접어들던 낙동강물이
넓은 호수를 이루며 잠시 쉬었다 가는 곳이다.
때문에 예부터 풍부한 어족으로 인한 하상어업이 발달했던 곳이기도 하다.
풍치도 좋고 어족도 풍부하여 언제부턴가 이 곳에 전문 골목이 형성 되었는데,
이 골목이 바로 '민물 매운탕 골목'이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 이곳은,천태산이나 금정산을 느지막히 타고 내려와,막걸리 한 잔에 매운탕 한 그릇
뚝딱 비워내던 장소였다.
막차가 끊기면 한 잔 술에 땡고함 지르며,밤길을 걸어 걸어 구포로 돌아오던 길.
휘영청 밝은 달은 기다란 달그림자를 끌며 우리를 뒤따르곤 했었다.
이 곳이 이제 민물 매운탕 전문골목이 되어 있는 것이다.
주로 붕어매운탕과 메기매운탕이 주 음식이고,술안주로 붕어찜,잉어찜 등을 팔고 있다.
민물횟집도 있는데,수족관을 들여다보니 큼지막한 잉어와 향어,붕어 등속이 유유히 유영을 하고 있다.
낙동강 특산물이었던 웅어회를 파는 집도 보인다.
예전에 먹던 낙동강 웅어의 '추억의 입 맛'을 못잊어 찾아오는 이들에게,
명지 앞바다의 웅어를 공수해 파는 것이다.
이 곳에서 제일 오래된 민물매운탕집에 들어선다.
2대째 영업을 한다는데,실내가 별 꾸밈없이 정갈한 느낌이다.
평일인데도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메기매운탕을 시킨다.
오래지 않아 조리된 메기매운탕이 나온다.
상 위의 은근한 가스 불에 재차 옮겨놓고 한 숟가락 떠먹어 본다.
약간 짠 맛은 있지만 맛이 진하고 껄쭉하니 혀에 감긴다.
찌개류를 좋아하는 이들에게는 안성맞춤이겠다.
중간치 메기를 사용해 살이 부드럽고 담백하다.
하얀 살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인다.
애호박,콩나물,무,파,땡초 등을 넣고 푹 끓인 국물에 밥을 비벼먹으니,맵싸하면서도 구수한 것이 입맛을 돋운다.
정구지겉절이,고사리무침 등 밑반찬도 옛스러워 정이 간다.
금세 밥 한 그릇 후딱 해치운다.
하~창가에 비친 하늘이 참으로 푸르다.
늦은 봄날의 나른한 오후.
봄이 시나브로 시나브로 우리 곁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가장들이여! 하릴없는 휴일 오후,이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라!
봄 배웅도 할 겸,민물매운탕으로 몸 보양도 할 겸,가족과 함께 호포 근처로 가보시라!
가서 낙동강의 게으른 발걸음도 흉내 내어보고,가는 봄 잘~가라고 손도 한 번 흔들어주시라.
멋진 일몰의 저녁도 같이 맞이하면서….
최원준·시인 cowejoo@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