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제목은 영특한 구석이 있다.
부부의 별거란 영화의 출발점을 직설적으로 알려주는 동시에, 관객의 예상을 별거 문제 따위로 묶어둔 뒤 이야기를 확장하며 흥미를 증폭시키는 효과를 거두고 있어서다.
딸 교육을 위해 이란을 떠나 이민 가자는 아내 씨민. 치매 환자인 아버지를 두고 갈 수 없다는 남편 나데르.
둘이 별거를 택하면서 영화는 깊이 있는 문제의식으로 파고들 채비를 한다.
나데르는 아내가 친정으로 가자, 아버지를 돌볼 가사도우미 라지에를 고용한다.
나데르는 라지에가 집을 비운 사이 침대에 팔이 묶인 채 쓰러진 아버지를 발견한다.
나데르는 라지에를 해고하겠다며 밀쳤다가 라지에가 유산했다는 걸 알게 된다.
그 뒤 그는 살인 혐의로 기소된다.
영화는 결백을 입증하려는 나데르와, 라지에의 다혈질 남편 호잣의 법정 안팎 충돌 등을 펼치며 속도감을 높여간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는 이혼 사건에서 시작해 이란의 계급, 성, 사회, 종교 문제까지 두루 탐색하는 탄탄한 드라마를 품고 있다.
중산층 나데르 부부와 공장에서 해고된 뒤 빚쟁이에게 쫓기는 남편을 대신해 가사도우미로 나선 라지에 부부의 각기 다른 실상과 고민도 엿볼 수 있다.
“코란(이슬람교 경전)에 손을 얹고”
“순교자에게 맹세하며…”
등과 같이 종교는 인물들이 진실을 주장하는 길목마다 등장한다.
바지에 오줌을 싼 나데르 아버지의 옷을 갈아입히는 데도 ‘죄는 아닌지’ 고민하며 종교 가이드에게 묻는 라지에의 모습도 우리에겐 생소한 풍경이다.
영어 교사로 일하는 씨민과
“남자 혼자 있는 집에 가느냐”
는 남편의 호통을 듣는 라지에 등 이란 여성들의 사회상도 드러난다.
하지만 영화는 이란의 자화상을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는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서 최선이라 여기는 ‘현실적 선택’과 ‘도덕적 선택’ 앞에 불완전하게 선 인간의 모습을 포착하면서 영화의 울림은 보편적 메시지로 확대된다.
그래서 “선과 악의 대립이 아니라 각자 추구하는 선의 대립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감독의 말처럼, 영화는 딱히 어느 선택의 편에 서지 않는다.
베를린영화제 황금곰상을 받았다. 한 작품에 상을 몰아주는 것을 피해온 영화제 쪽은 씨민과 나데르에게 남녀 주연상까지 안겼다.
영화를 연출한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의 실제 딸이자 영화 속 나데르 부부의 딸로 나온 사리나 파르하디, 라지에 역을 맡은 사레 바야트의 연기까지 나무랄 데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