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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산(山)의 노래 (단편소설)
어느 산(山)의 노래
맑고 푸르던 싱싱한 잎새들이
붉고 노란색으로 변하여 또 한번의 삶을
마감하고있다
시인들은 나를보며
결실을 제대로 잘한 황금빛 가을 산이라 노래한다
가는 가라하고
자는 자라한다
함무라비도 육법전서도
이것만은 막을 수 없다
내 가을이 시리든
내 속이 썩어 문들어지든
시인들은 황금빛 가을 산의 만족한 결실이라 한다
내일의 내 가을은 또 있을텐데...
"야호!"
그들은 붉게 타는 가을 중턱에 들어섰다. 지금까지의 힘듦은 그 한마디로 다 날아가 버렸다. 아직 올라 갈 산은 남아 있었다.
그가 손을 내밀었다. 산은 올라 갈 때보다 내려 올 때가 더 위험하다. 조심을 더 해야한다. 그러나 지금은 내려갈 때가 아니었다.
작은 바위 아래에서 그 여인의 손을 잡고 넘어지지 않고 잘 내려오도록 지탱해 주는 배려이었다. 메너 좋고. 그녀는 그런 그가 더욱 멋져보였다.
"산을 오를 때는 동반자가 누구인가가 가장 중요하지요. 산을 볼 줄 아는 식견이 있어야 하고, 자연을 바르게 보고 그 가치를 아낄 줄 알아야 하고, 동반자의 안전을 처음서 부터 끝까지 우선할 줄 알아야 하며 이 산행이 보람있었고 즐거웠고 다시 하고싶다라는 생각이 들게 만들어 주는 사람. 그런 사람이 인생을 함께 할 동반자이듯 산행에서도 제대로 잡은 동반자입니다."
그는 그 녀의 오른 손을 잡고 천천히 걸어가며 남은 산 꼭대기까지의 등반을 여유있게 하고 있었다. 그러나 결코 그들은 산 꼭대기까지 가지는 않을 터였다. 그것은 믿어도 된다.
"그런 동반자가 당신이예요. 그것에는 전혀 의심이 없어요. 맞죠? 얼른 대답해줘요."
그 녀가 잡힌 손을 흔들며 애교 가득한 음성으로 그를 바라보며 미소로 물었다. 그는 아이같이 기뻐하며 고개를 돌려 활짝웃었다.
"맞아요. 내가 그 동반자입니다. 당신의 동반자."
"예. 나의 동반자. 당신, 멋진 남자. 존경받는 선생님. 그런 분을 따르는 저도 아름답잖아요?"
"ㅎㅎㅎ.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정말 아름답습니다. 모든 남자들이 흠모하고 사랑하고 싶어하는 당신과 함께 이렇게 산행을 하다니... 다시 청춘으로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산은 이제 붉게타다 고비를 넘어 황금빛으로 변하고 있었다. 그들은 둘 다 정상까지 올라 갈 수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랬었다. 그 점은 이미 언급하였다. 이미 많이 올라가 느껴 본 정상. 굳이 위험 무릅쓰며 올라 갈 필요가 없었다. 그 녀도 그가 정상으로 올라가서도 안됨을 느꼈다. 지금 그들에게는 한계가 있었다. 그 한계를 깨며 최후일 수 있는 정상 정복을 한들, 그 만족이 영원하지 않음을 알고 있었다. 잠깐의 정상에 대한 희열보다 올라가는 과정 내려오는 그 과정을 둘이서 즐기는 것이 좋다고 느꼈으며 그것이 그들의 한계였다. 너무 약았다.
"자. 이제 이쯤 올라왔으니 쉬었다 내려가야 해요. 여기에 좀 앉지요."
그가 중턱. 산 아래가 그림처럼 펼쳐져 보이는 사방 3미터 정도되는 편편하고 며칠 전 비가 와서 잘 닦인 바위에 매고 간 초록색 비닐 자리를 깔았다. 그곳은 등산로에서도 좀 벗어났고 남쪽으로 트인 시야 좌우와 뒷편으로는 단풍나무와 칡나무들이 얼기 설기 얽혀 이쪽을 쉽게 볼 수도 없는 아늑하고 다른 각도에서 보면 좀 야시시한 곳이었다. 그는 그 길을 잘 찾아 내었고, 한적한 시간대를 잘 알았다. 그는 이곳이 여섯번째였다. 그가 그녀가 앉는 것을 보고 북쪽에 자라고 있는 5미터쯤 되는 소나무 아래에 돌 하나를 던졌을 때 숫자는 여섯개였기 때문이다.
둘은 거의 엉덩이가 맞닿을듯 붙어 앉았다. 누가 먼저 그렇게 바짝 다가 앉았는지는 서로 모른다. 지금은 그렇게 하는 것이 서로간에 대한 예의이다. 예의? 환경과 상황과 장소에 따라 수시로 변한다. 정의도 그것들에 따라 변한다고 했잖아. 그게 무슨 정의이고 예의인가? ㅎㅎㅎ 시대도 변하고 있는데…
그녀는 그의 왼쪽 팔을 당겨 가슴에 안았다. 남과 여의 신체 구조상 혹은 체격상 안은 팔 아래부분은 아래로 쳐져 있게된다. 그 끝 손바닥은 어디에 있겠는가? 그녀의 성격은 그렇게 계산적이지 않다. 멋진 그녀이다. 스스로는…
그가 점잔을 빼며 그녀의 왼쪽 넙적다리 위에 올려진 그의 손바닥을 중심부로 옮길 때 깜짝 놀라며 애성을 터트렸다.
“하아이~ 벌써 이러시면 안되어요~ 선생니임~”
그는 미소를 띄며 그곳에 올려졌던 손바닥을 빼내어 두 손바닥으로 그녀의 뺨을 애무하듯 쓰다듬으며 입술을 서로 맞추었다. 사람들은 그 행위를 키스라 하며 혹자는 프랜치 키스라고도 한다 하였다. 그 순간 그녀는 그녀의 몸이 아침에 샤워를 마치고 옷을 입을 때 팬티를 입었는지 아니면 실크같은 부드러운 바지만 입었는지 감을 잡지 못하고 있음을 느꼈다. 약간 젖어 있음을 알았거든. 긴장해서 놓아버린 잔뇨인지… 그녀는 그런 스스로를 미소로 달랬다.
“지나씨. 당신은 거의 졸지에도 흥분케 하는 미소를 가졌습니다.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그가 다시 얼굴을 부딪치며 키스를 해 왔다. 그녀, 지나는 그런 그의 머리를 잡고 당겼다. ‘이건 오해인데… 그래도 착한 오해이네 ㅎㅎㅎ.’ 지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들은 젊지 않았다. 벌건 대낮에 만용을 할 나이는 아니었다. 하이 파이브만 하면 숱한게 모텔, 호텔 혹은 사랑방인데… 그 정도의 돈은 언제나 있었다. 머잖아 곧 어둑녘이 올 것이다. 일식당이 좋겠지. 일식에는 와이트 와인이 어울린다 했는데… 그리고 못 이기는 척 노래방으로… 그 다음은 나도 몰라요~ 하고 흥을 거리면 된다고 생각해 봤을 것이다.
그 녀는 산을 거의 내려왔을 때, 만난 좁은 개울가에서 그가 등을 내밀며 업히라고 하며 그녀의 손을 잡자 ‘아이~ 어쩌나~’하는 속삭이듯 애성을 내며 가슴 두근거린 채 조심스럽게 업혔었다.
"지나. 당신을 업으니 내 가슴은 소년마냥 두근거리고 흥분이 됩니다."
그는 된소리지만 흥분이 살짝 곁들인 달콤한 목소리로 등에 업혀있는 지나의 엉덩이에 두른 손바닥에 힘을 주며 말했다.
그녀는 그 말에 대답할 수가 없었다. 그는 그렇게 힘이 좋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캐뮤푸라지할 다른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다.
그녀 지나는 그런 느낌을 즐기고 있다는 생각을 그가 할까봐 말없이 그냥 뺨을 그의 등에 묻은 채로 가만히 느끼고 있는 것이 좋았다.
그녀. 지나는 언젠가는 이렇게 될 개연성이 많았다. 그녀 스스로는 그녀의 아름다운 미모를 알고 있었다. 쉽게 말하면 그녀는 중, 장년 남성에 대한 그녀의 장점이 무엇임을 확연히 알고 잘 유지 발전시키고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부담을 느끼지 않아도 좋았다. 이미 많은 시인들과 주변 남성들로부터 사랑을 받고 있었고 게다가 짝사랑의 대상으로 또는 흠모의 대상으로의 존경을 뭇 사람들로부터 받고 있지 않은가. 몇 달전까지 그녀에게도 애인이 있었다. 그녀는 그가 세상에서 최고인 줄 알았다. 긴 말하면 잔소리가 되지만, 지금의 그녀가 그를 최고로 알았을 때는 그도 그 정도의 수준가까이 왔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 점은 믿어도 좋다. 허나, 그녀는 틈나면 꾸준히 다른 남자를 통해 그것을 확인하려 시도하였다.
그녀가 다니는 헬스클럽, 전용 클럽사우나, 골프클럽등에서는 그녀를 본 남자들은 그녀를 선망의 점령목표로 삼았다. 돈 되겠다 시간 되겠다 폼 되겠다. 목표만 찍어면 되었다. 그녀도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그냥 돌아 다니지는 않았다. 줄듯 말듯(몸과 마음을) 하면서. 그러나 그 물은 좋지 않았다. 위험했다. 이쪽 지나도 돈 되겠다 시간 되겠다 인물 되겠다 꿀릴 것 전혀 없었다.
그렇게 비교하는 생활속에 아는 것이 병인지… 그와 자연스럽게 멀어지다 헤어졌다. 그가 누군지도 어디에 사는지도 모른다. 새삼스럽게, 왜?
이렇게 그녀는 화끈하게 망각하였다. 그러다, 어떻게 하여 문학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 계기에 대한 정확한 사연은 누구도 알려고 하지 않았고 알 필요도 없었다. 그런데…
단 하나의 시로 등단한 여자. 그가 조지나이었다. “나를 오르는 등산” 그녀가 등단했다는 시 제목이다. 여기서 한 구절만 짚고 넘어가자. 아니, 결국은 다 짚었다. 아래와 같이.
나를 목표해요.
나를 목표해요. 진짜 등산가라면.
밑에서 올라와도 좋아요
기왕이면 헬기타고 꼭대기부터 시작해요.
장애가 많으면 부드럽게 헤쳐 넘어요
숲이 많으면 절대 뽑지 마세요.
이리 저리 헤쳐서 오세요.
나는 언제나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
비가 오나
눈이오나
바람이부나
사시 사철.
누구나 올라 올 수 있지만
나는 아무에게나 안 열어요
나를 목표해요’
사실, 지나도 이 글이 시인지 그냥 글인지 모른다. 그러나 협회장이 추천하여 그 대단한 동인지에 실리고 시인으로 등단하였다. 이름도 멋졋다. 매월 조지나. 그녀의 애인은 모르고 있었다. 어디에 사는지? 누군지도 모른다 했잖아! 아까. 알아도 그는 별 수없다는 것을 지나는 알고 있었다. 어쩌다 처음 다른 세상을 알면서 그와 처음으로 조우했을 뿐이다. 그렇다. 조우. 결국은 적이 될…
“선생님. 이제 그만 내려주시고, 저랑 손잡고 천천히 걸어가요. 네?”
이 얼마나 부드럽고 애교적이고 천진난만한 맑고 간드러진 목소리인가.
그. 선생님. 시인이자 문학장인(文學匠人)인 홍병채. 문학계의 숭앙받는 거물. 그를 통해야만 문광부에서 주어지는 문학지원금을 신청할 수가 있고, 받을 수 있었다. 대한국문학협회 회장. 홍병채. 그가 지금 그의 귀한 등에 매월 조지나를 업고 몸소 개울을 건너고 있었다. 신문날 일이었다. 당연하다. 근데, 불행이도 카메라 가진 사람 하나 그 곳에는 보이지 않았다. 해가 질 오후 4시였고 그곳은 하산객들이 별로 이용하지 않는 길이었다. 지나도 그렇게 금방 그의 등에서 내려오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그가 느끼도록 아직 팽팽한 젓가슴을 그의 등에 비비기도 하였다. 이제부터는 문학계에서 이 시인 매월 조지나를 모른다면 그는 그 순간부터 일단 강퇴이다. 두번째로 자비든 시집 출간은 어렵다. 셋째로 조용히 사라져야 한다. 그를 내가 다리 사이에 꿰 차고 문학계 시단을 휘저을 것이다. 어떠냐? ‘나를 오르는 등산가’ 제목에서 뭔가 느껴지지 않은가? 그녀는 스스로 그렇게 연습하며 그의 가슴을 부드럽게 어루만지며 바닥으로 내려왔다.
“선생님. 이제 저도 문단에서 활동할 수가 있겠지요?”
“응. 조지나는 명성있는 시인으로 내가 만들거다. 걱정하지 말아요. 매월 조지나.”
홍병채도 그렇게 말하면서 고개를 갸웃햇다. 왜 하필 매월 조지나가 이름이 되었을까? 허긴 대인이 그런 이름 석자에 관심두어서는 안되지. 오를 산은 아직 많고 당장 다시 올라야 할 산이 옆에 있는데… 그는 한 산에 매달리기에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지는 않았다. 아직 올라야 할 산들이 많은거다. 조지나가 어떻게 그것을 알까? 나를 오르는 등산가를 기다리는 산인데…
그러나 조지나는 아직 싱싱하였다. 이제 해는 서산에 걸렸다. 조지나는 붉게 불든 황혼의 서녘 하늘을 보며 길들여질 그를 생각하며 해 맑은 미소를 지었다.
“지나~ 무엇이 그렇게 지나를 행복한 미소로 가득하게 하는거요?”
“저는 원래 마음에 드는 좋은 분을 만나면 이렇게 행복해요. 선생님.”
지나는 촉촉하게 젖은 애성으로 말하며 그의 한쪽 팔을 껴 안았다. 멀리서 보면 좋은 그림이었다. 정염으로 불타고 있는 소리없이 흐느적거리며, 침묵하며 주저 앉아 천천히 걸친 것들을 홀라당 벗고 어두움을 다시 걸치며 농염한 음색의 숨소리를 가다듬고 있는 적당히 높은 산이 있고 그 산자락 아래 길 좋은 곳에 검정색 그랜져가 기다리고 있다. 차만 타면 어디든가 갈 수가 있을 것이다. 지나는 그런 계획과 진행으로 조금 지나친 본능적인 흥분이 온 몸을 엄습함을 느꼈다. 이러면 안되는데… 그래도 그녀는 어떤 상황이든 잘 조절해 나갈 수 있을 것 같았다. 자신있었다. 그녀는 한손의 주먹을 불끈쥐고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리며 속으로 말했다. ‘너는 내꺼다’.
“홍병채 선생님! 여기 계십니다!”
“선생님. 어서 오십시요.”
“회장님. 수고하셨어요. 저희들이 회장님을 기다리고 있었어요. 힘드셨지요. 어서 차에 타시지요. 저희가 가까운 온천으로 모시겠어요.”
왁자지걸하며 열 댓명의 남여가 몰려들어 홍병채를 모시고 차로 갈 때까지 지나는 멍한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그가 먼지를 일으키며 떠나자 그제서야 그가 지나를 혼자두고 떠났음을 알았다. 그는 차를 가져오지 않은 지나를 혼자 두고 떠날 수 있었던 것이다. 지나는 그제서야 그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녀는 실수하고 있었다.
아직도 매월 조지나는 스스로를 산으로 알고 있었다.
“아저씨. 십만원줄께 좀 가줘요. 으흥~”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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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나는 성이 조, 이름이 지나 입니다 ㅎㅎㅎ.
매월은 호이고 한문으로는 매월(每月)입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