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믹 황새, 잘 그린 것보다 재미있는 황새
그림을 그리다 보면 문득 이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꼭 잘 그려야만 좋은 그림일까. 꼭 실제 모습과 똑같아야만 그림의 가치가 생기는 것일까. 나는 「코믹 황새」를 바라보면서 오히려 그 반대의 생각을 하게 된다.
황새라고 하면 보통 긴 목과 긴 부리, 가느다란 다리와 커다란 날개를 떠올린다. 어쩌면 조금은 근엄하고 우아한 새의 모습을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런데 이 그림 속 황새는 그런 정형화된 황새와는 조금 다르다. 기다란 목은 구불구불하고, 작은 머리는 몸에 비해 어딘가 엉뚱해 보인다. 긴 부리와 가느다란 다리가 더해지니 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슬며시 웃음이 나온다.
더 재미있는 것은 그림이 복잡하지 않다는 점이다. 몇 개의 선만으로 황새의 특징을 잡아냈고, 몸통 역시 커다란 곡선 하나가 유쾌하게 휘어 있다. 정교한 묘사를 포기한 대신 선의 자유로움을 선택한 것이다. 그래서 오히려 그림이 살아 움직이는 듯하다.
초록색과 보라색의 색감도 재미를 더한다. 머리 위의 보라색 장식은 마치 황새가 나름대로 멋을 부린 것처럼 보이고, 초록빛 몸은 평범한 황새에게는 없던 엉뚱한 생기를 불어넣는다. 마치 “나는 그냥 황새가 아니야.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는 황새야.” 하고 말하는 듯하다.
나는 특히 노트의 줄이 그대로 배경이 된 점이 마음에 든다. 특별한 캔버스도, 거창한 작업실도 필요 없다. 평범한 종이 한 장이면 충분하다. 그 위에 몇 개의 선을 긋고 색을 얹었더니 어느 순간 작은 무대가 생기고, 그 무대 위에 코믹한 황새 한 마리가 당당하게 서 있다.
어쩌면 그림의 재미란 이런 것인지도 모른다. 대상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서 오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에서 새롭게 태어나는 것.
그래서 「코믹 황새」는 잘 그린 황새라기보다 재미있는 황새다. 그리고 그 재미 속에는 선생님만의 단순화와 유머, 자유로운 상상력이 들어 있다. 평범한 황새를 조금 비틀었더니 전혀 다른 황새가 태어났다.
그림 한 장으로 사람을 웃게 만들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이미 그림은 제 몫을 다한 것이 아닐까.
첫댓글
황새님이 뭐라 댓글을 다실까요 ~~^^
이하 황새의 답변 입니다
ㅎㅎ
황새가 직접 답한다면 이렇게 말할 것 같습니다.
“저도 멋지게 날아보려고 했는데, 선생님이 저를 너무 재미있게 만들어 놓으셨네요.”
“긴 목도, 긴 부리도, 가느다란 다리도 모두 제 자랑거리랍니다.”
“조금 삐뚤고 우스워 보여도 저는 제 모습이 꽤 마음에 듭니다.”
“잘 그린 황새보다 웃음을 주는 황새로 살아가겠습니다.” ㅎㅎ
재미있는 황새님 넉넉한황새님 두런 두런
아름다운 황새님
고운 품격의 인애6님의 글
잘 보고 있습니다
늘 지치지 않아 활기차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