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사(名士) 22인(人) 나의 졸업(卒業)사는
졸업생 여러분!
‘말처럼 먹고 소처럼 걷고‘실수’향해 돌진 하세요’
-강수진 국립 발레단 예술 감독-
‘대박 꿈 내던지고, 무릎은 끓어도 굴하지 마세요’
-소설가 서영은-
“졸업생 여러분, 큰일 해내셨습니다. 그리고 여러분은 망했습니다.(You' re fucked).”
지난달 22일 미국 뉴욕대(NYU)예술대 졸업(卒業) 식장(式場)에서 비속어로 축사를 시작한 배우 로버트 드 니로는 “앞으로 무수히 거절당할 일만 남았다”며 유머 넘치는 격려(激勵)로 큰 박수(拍手)를 받았다.
하버드대를 졸업한 배우 내털리 포트먼은 지난달 28일 모교(母校) 졸업식장에서 “여러분의 무경험(無經驗)이 미래(未來)의 길을 닦아줄 것”이라는 축사(祝辭)로 도전(挑戰)정신을 강조(强調)했었다.
2005년 스탠퍼드대 졸업식에서 “갈망하라, 무모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는 명언을 남긴 스티브 잡스의 연설이후, 미국 대학 졸업식에서 했던 명사들의 축사는 삶을 압축한 진솔(眞率)한 내용(內容)으로 두고두고 회자(回刺)됐었다.
국내 유명 인사 22인에게 만일 대학 졸업식에서 축사를 하게 된다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들어봤다.
기다리고 기다려라. 소처럼 묵묵하게
세상에 첫발을 내딛는 청년에게 길고 묵묵한 실천을 강조하는 이가 많았다.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는 “세상에서 밥값을 벌기는 어렵고 뜻을 세우기는 더 어렵다”고 운을 뗐다.
“단박에 뭘 이루고 한 방에 대박을 내겠다는 생각, 버려라. 적어도 10년의 묵묵한 실천이 필요하다.”
드라마 정도전 펀치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배우 조제현은 “졸업이라는 역에서 내려 다음 역까지 가는 동안 비행기, 승용차, 자전거, 도보 중 무엇을 택하겠느냐”는 질문을 던졌다. 조제현은 “자전거나 도보를 선택하는 분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며
“비행기로 쉽게 갈 때는 느낄 수 없는 고통이, 다가올 많은 역을 거처 가는 데에 자산이 될 것이다. 느리더라도 고통을 택하라”고 했다.
사하라 사막 등 세계 4대 극한 마라톤 코스를 시각장애인으로서 처음 완주한 송경태씨는
‘우보 천리(牛步 千里)’를 강조했다. “저도 얼마 전 에베레스트산 앞에 섰을 때는 ‘저길 어떻게 오르나’싶어 암담했었다. 그러나 소처럼 묵직한 걸음으로 가다 보면 어느 샌가 천리 길을 다 간다.”
작가 사무엘 베게트의 ‘고도를 기다리며’를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 ‘공연 예술계의 대부’ 이종덕 충무아트홀 사장은 “졸업은 여러분의 고도를 만나기 위한 기나긴 여정의 시작”이라고 했었다. “기다리고 기다려도 오지 않는 고도를 끝끝내 기다리듯이, 뭘 기다렸는지도 모르게 기다리다보면 계시처럼 선물처럼 그날이 온다. 기다리면서 내 몸에 물을 주라. 열매는 생각지도 말라. 뿌리를 굳건히 하겠다는 정신으로 물을 주다 보면 열매는 절로 열린다.”
세상의 중심에서 ‘나’를 외치다.
꾸준한 정진(精進)을 일상에 옮기려면 ‘나’라는
중심을 굳건히 해야 한다. 이승엽 세종문화회관 사장은 선택의 갈림길에설 때 자신을 한 가운데에 두고 결정하라고 말했다.“세상의
중심은 당신이다. 모든 결정에서 가장 중요한 변수는 ‘자기(自己)자신’이라는 사실에서 출발하라.” 스타 디자이너인 정구호
휠라코리아 부사장은 “정담을 버려야 답이 보인다”고 했다.
“모범 답안지의 노예로 살지 말고, 남들이 좋다는 직장에 들어갈 생각 말고, 내가 직업군을 만들어서 내 인생을 컨트롤 하겠다는 각오로 시작하자.”
데뷔52년을 맞은 연극배우 손숙은 “부모가 시켜준 공부가 끝났을 뿐, 나를 배워가는 더 무서운 공부가 이제 시작”이라고 했었고,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명지대 석좌교수는 ‘전문가로 살라“고 조언 했었다.
요리사 박찬일씨는 “부모도, 배우자도, 친구도 내가 될 수는 없다, 나만 나다. 내 인생은 내가 산다는 각오로 출발하라”고 했었다.
“현실의 벽이 아무리 끔찍해도, 살려고 들면 살 만한 게 세상이다. 죽을 것처럼 하늘이 노래져도, 내가 죽지 않으면 세상은 끝나지 않는다. 버텨라.”
마술을 대중적 장르로 확대한 스타 마술사 이은결씨는 무엇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청춘에게 “이걸 뛰어 넘고 싶다고 자신을 건드리는 일이 여러분의 일”이라고 조언 했었다.
“마술이 힘들수록 더 좋아져서 나의 일이란 걸 알았다. 뛰어넘고 말겠다는 각오로 온몸을 던지면 고통이 채찍이 아니라 쾌감이 된다.”
별이 아니라 산소가 되자
사회 일원으로 살아가는 기본자세를 강조한 방송인
최불암씨는 “모두가 별이 되려는 세상에서, 모두를 위한 산소가 돼라”고 말했었다. 저 혼자 빛나는 스타가 아니라 정신의 순수함을
뿜어내는 산소가 세상을 빛낸다는 뜻이다. 10년간 사재를 털어 어린이 뮤지컬을 만들어온 가수 유열씨는 “사람에게 저축하는 게 남는 것”이라며 “사람 저축의 이자로 가치를 쌓아 아낌없이 나누자”고 말했었다.
묵묵한 행동파(行動派)가 돼라.
이제 ‘졸업(卒業)’역에서 출발(出發) 비행기 대신 걸어서 가라
진짜 공부는 지금부터ㆍㆍㆍ
나는 나다, 내가 중심(中心)이다.
정신(精神) 바짝 차려라.
지식(知識)보다 무서운 게 예의(禮儀)
참는 것 인내(忍耐)을 맨 위에 둬라
별이 아닌 산소가 되길
신(神)나게 살아보자
인요한 연세대 세브란스 병원 국제 진료센터 소장은 “통일에 대한 꿈을 키우라”고 충고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고민해야 할 큰 문제가 통일이라는 지적이다.
“통일은 어려운 문제다. 하지만 인간이 문제를 사랑하고 정면 돌파해야지, 골치 아프다고 양탄자 밑에 쓸어 넣으면 안 된다.”
국내 최초로 요트를 타고 무동력 세계 일주를 마친 해양 모험가 김승진 선장은 예의(禮儀)를, 조선대 교육대학은 초빙교수인 방송인 김병조씨는 인내(忍耐)를 강조했었다. “지식보다 무서운 것이 예의다. 평범한 예의가 성공으로 이끄는 가장 큰 무기이며, 소통의 출발이다.”(김승진)
“공자는 평생 본보기가 될 말씀을 묻는 제자 자장에게 ‘참는 것을 맨 위에 두라’고 했었다.
인내재(忍耐在), 참는자가 살아남는다는 뜻이다. 교양(敎養), 예절(禮節), 만족(滿足), 멈춤은 모두 인내에서 나온다.“(김병조)
말처럼 먹고, 검투사처럼 훈련하라.
정신 무장을 강조하는 이도 많았다. 강수진 국립발레단 예술 감독은 “실수를 향해 돌진하라”고 했었다. “오늘의 저는 수없이 실수를 하고 그에 따른 혹독한 대가를 치렀기에 만들어졌었다. 실수가 용납되는 나이에 마음껏 실수해야 강해진다.
실수가 없는 인생은 2% 부족한 인생이다.” 이상
문학상 수상작인 소설 ‘먼 그대’에서 굴하지 않는 정신을 상징하는 낙타를 등장시킨 소설가 서영은씨는 “무릎을 꿇고 또 꿇고,
짐을지고 또 지더라도 굴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불사의 낙타 한 마리를 마음속에 키우라”고 조언했었다.
최근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에 선정된 레스토랑 ‘류니끄’의 요리사 류태환씨는 20대를 버티게 한 문구를 소개했었다. ‘말처럼 먹고, 아기처럼 자고, 검투사처럼 훈련하고, 잡초처럼 자란다.’
아이돌 그룹 SES멤버로 시작해 가수이자 무지컬
배우로 활동하는 바다는 “프로가 되려면 인어(人魚)가 돼야 한다”고 말했었다. “가요계만 봐도 오직 프로만이 장수한다. 프로는
아무도 도달할 수 없는 심해까지 헤엄쳐 들어갈 수 있는 인어와 같다. 수없이 잠수하면서 물을 먹어봐야, 빛나는 비늘을 가진 인어가
되는 것이 아닐까.”
꿈과 이상에 대한 자부심을 인생의 지주(支柱)로 꼽은 정신분석 전문의 김 혜남씨는 “세상에 하찮은 꿈은 없다.”며 “자신의 꿈을 믿으라” 고 했었다.
화가 황 주리씨는 “어떤 고난과 거절이 기다릴지라도 자기만의 세계를 창조하는 일이 가장 행복을 준다며,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무소의 뿔처럼 가라”며 적극적인 자세를 높이 들었다.
인생의 길 행로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동반자를 지금부터 사귀라는 조언은 시인이자 의사인 마종기씨로 부터 나왔다. 그가 말하는 동반자는 예술이다. “하나의 일에
매진하다보면 앞만 보게 된다. 문학, 음악, 미술 어떤 장르라도 예술을 곁에 둬야 일상에 매몰되지 않는다.”
무엇을 하든 무엇이 되든 “신나게 살자”는 것이 미국 유니언 신학대 현경 교수의 제안이다.
“신나게 살면, 신적인 능력이 태어나서 모든 것이 가능해지니까요!”
- 조선일보 토일(土日)섹션 2015년 6월 20-21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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