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후 지지율 이탈…‘대참패’ 결과로”
“2023년 보궐 선거 경고에도 바뀌지 않아”
“조국 등장하면서 ‘정권심판’ 지속·확장”
제22대 총선은 더불어민주당의 압승이었다. 민주당은 단독으로 과반 의석을 확보했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은 총선 3연패를 당했다. 지역구와 비례대표를 합쳐도 4년 전과 비슷한 규모의 ‘참패’다. 2년 전 대통령 선거에서 이겼으나 이번 총선에서 참패한 것은 지난 1년 6개월간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해 국민이 매긴 점수를 보여준다.
11일 오전 5시 개표 현황(99% 개표)을 종합하면 민주당(161석)과 민주연합(13석)이 174석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조국혁신당(12석), 개혁신당(3석), 새로운미래(1석), 진보당(1석)까지 더하면 191석에 달하는 ‘반윤 거야’(反尹 巨野)가 탄생하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이해찬·김부겸 상임공동선거대책위원장 등 당 지도부가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 마련된 제22대 국회의원선거(총선) 민주당 개표 상황실에서 방송사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며 환호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은 ‘개헌 가능선’(200석)을 내주지 않으면서 ‘최악의 결과’는 피했지만, 지난 4년에 이어 향후 4년 동안 야권에 정국 주도권을 완전히 내주게 된 셈이다.
이번 총선에서 양당 모두 ‘심판론’을 들고나온 가운데, 민심이 ‘정권 심판론’에 더 많이 호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이강윤 한국사회여론연구소 고문은 이날 오전 ‘YTN 뉴스특보-민심2024’에 출연해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국민께서 매우 야박한 점수를 주셨다”며 “작년에 치러진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 선거 때 명확하게 표심이 한번 드러났다. 이것을 중대한 시그널로 받아들이고 바뀌지 않을까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2년 전 대선 당시 수도권에서 윤 후보가 2%포인트가량 이겼는데, 이번엔 대참패를 했다”면서 “대선 이후 윤석열 후보를 지지했던 사람들의 이탈이 굉장히 컸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런 큰 의석 차이로 나타난 것이라 본다”고 밝혔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 마련된 개표상황실에서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시청하고 있다. 뉴시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소장도 “국민의힘에서는 한동훈 대 이재명 구도를 상당히 기대했겠지만, 이종섭 호주대사, 황상무 전 사무사회수석, 물가, 대파 등 (여당에 대한) 논란이 이어졌다”며 “여기에 의정갈등, 의대 정원 관련한 피로감이 계속 누적되면서 유권자들에게는 다른 평가보다 정부 심판 (성격이 강했다). 그래서 선거결과가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표와 거의 비슷하게 나온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결국 국민이 민주당을 선택했다기보다, 강한 ‘정권심판’ 의지로 인해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종훈 정치 평론가는 “민주당이 비명횡사 논란에도 승리한 배경은 정권 심판론 때문”이라며 “‘이재명도 별로 마음에 안 내키지만, 윤석열이 더 문제다’ 이렇게 보는 거다. 최선도 아니고 차선도 아니고 차악을 선택한 것”이라고 뉴시스에 밝혔다.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가 10일 국회에서 총선 출구조사 결과 발표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돌풍’에 민주당 승리에 큰 역할을 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최홍태 리얼리터 선임연구원은 “정권심판 정서도 물론 작용을 했겠지만 조국혁신당이 3월 초순에 들어서면서 선거 구도를 바꿨다”며 “심판론에 대한 열기를 지속시키고 확장했다. 조국혁신당 붐이 일어나면서 민주당이 ‘승기’를 잡은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