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읽어봐도 글솜씨가 없습니다. ㅡ.ㅡ
전 제가 겪어왔던 선보면서 겪었던 애피소드를 묶어 책을 내고 싶은데...
아직은 많이 다듬어져야한다고 생각합니다.
도움말씀 부탁드립니다.
씨름선수 그 놈
이름 : 이준호
직업 : 체육교사
내가 소개받은 특징 : 집이 큰 사업을 해서 사립학교에 근무하는 그 사람이 나중에 학교를 하나 차려줄 것이라고 함. 체육을 전공을 해서 여자를 잘 모르고 순박하다고 함.
여름의 더운 기운이 몰려오는 6월 말쯤이었다. 동료교사로부터 선을 주선 받은 나는 약속된 날, 무슨 옷을 입고 나가야 하나 아침부터 고민이 많았다. 그래도 선보는 자린데, 아무렇게나 입고 나가긴 그렇고, 정장을 입자니 너무 더운 날씨다. 결국 난 파란색 니트 가디건에 흰색 하늘거리는 긴 스커트를 선택했다. 화장은 늘 하던대로 한 시간을 투자해도 남들은 어디에 어떤 화장을 했는지 못 알아본다는 나만의 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의 화장, 머리는 아무 꾸밈없이 까만색 생머리를 그냥 한 가닥으로 질끈 묶어 버렸다. 나는 이쯤으로 준비가 끝. 뭔가 생기 있어 보이는 화장도 하고 싶었고, 짧은 내 신체조건을 커버할 수 있는 옷을 입고 싶었으나 나의 능력도 부족했고, 괜히 선보는 것에 대한 기대를 크게 갖고 들뜨기 싫어서 준비는 그쯤 하기로 했다.
약속시간에 나를 소개해 줄 최선생님과 준호씨를 소개해준 김선생님, 또 준호씨 학교의 행정실장까지 함께 5명이 커피숍에 앉았다.
그 사람의 첫인상은? 체육교사다운 까무잡잡한 피부까지는 이해를 하려고 했으나 몸무게가 100킬로그램은 족히 되어 보이는 나에 비해 크다 못해 거대한 덩치를 갖고 있는 것이 가장 눈에 띄었다. 그래서 곧 나는 그 자리에 대한 흥미를 잃어버렸다. 멍하게 앉아있으려니 김선생님이 갑자기 궁합을 봐준다고 한다.
“ 어머, 준호씨는 천운, 천복을 타고났네. 뭐든 크게 성공을 할 운세야. 하하하.”
“ 우리 아가씨도 사주도 한번 볼까? 생년월일부터 생시까지 여기에 한번 적어줘 봐.”
운세를 보던 그 분의 얼굴이 갑자기 굳어졌고, 내가 어떻게 해서 교사가 됐을지 이해가 안 될 정도로 고난이 많았다고 한다. 하나의 작은 실수였지만 내가 생시를 잘 못 적어줬던 것 같다.
“심덕이 고와 준호씨처럼 좋은 분을 만난거야. 그래도 둘이 살면 잘 살겠네. 박선생 우리 이선생 단단히 붙잡아야 되겠어.”
갑자기 자존심이 상하면서 얼굴이 확 굳어졌다. 한번도 고난 많은 사주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는데, 그것도 선보는 날, 처음 보는 남자 앞에서 그런 이야기를 들어야 하다니 어이가 없었다. 게다가 살이 너무 쪄서 살짝 우둔하게 보이는 준호씨는 천복이 있고, 난 어떻게 해서든 그 천운에 무임승차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니……. 그리고는 난 입을 그냥 그대로 꼭 다물어버렸다. 물론 그 준호씨도 더 이상 나에게 관심이 없는 듯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그 자리는 마치 나를 소개해준 분과 준호씨를 소개해준 분의 만남 장소같이 두분이서 이야기를 대부분을 이끌어갔다. 자리를 옮겨 저녁을 먹으면서도 그런 분위기는 마찬가지였다. 저녁을 먹고 그냥 영화를 봤다. 여기까진 그냥 평소와 다름없는 선의 공식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2번 정도 밥을 먹고, 저녁 늦게 내차로 준호씨를 집에 데려다 주게 되었다. 마티즈인 내차가 그렇게 작다고 생각한 건 처음이었다. 그날이었던가 준호씨 아파트까지 데려다 준 나는 차에 앉아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씨름 특기생으로 체육교육학과에 입학을 하게 된 이야기며 체육교사가 된 이야기며, 나를 거쳐간 내 제자들이야기를 나누었었다.
“오빠 집에 잠깐 가볼래?”
“네? 너무 늦었어요. 그냥 갈게요.”
“그럼 잠깐만 앉아서 이야기하자.”
그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무려 1시간이 넘어갔다. 그 동안 만나봤던 사람과는 달리 말이 너무 많았다. 거기엔 준호씨가 입담이 좋기도 했지만, 내가 가르친 학생들은 준호씨가 근무하는 중학교에 입학을 하는 까닭에 우리들이 공유할 이야기가 많았던 덕분도 있었다. 1시간 넘게 앉아 있다 결국 나는 아파트로 따라 올라갔다. 남자 혼자 살기엔 꽤 넓은 평수에 살림살이도 잘 갖추어져 있어 화려한 솔로생활이 부러웠다. 혹시 오해할지 모를까 봐 밝히지만 그날은 아무 일도 없었다. 단지 올라가서 조용히 차만 마시고 내려왔다.
일은 그 다음에 일어났다.
“기말고사 출제해야 되는데, 아 귀찮네. 오빠 좀 도와줄래? 편집 귀찮아 죽겠다.”
나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천운, 천복을 타고 난 사람 앞에서 드디어 나의 재능을, 내 워드 편집 기술을 뽐낼 수 있는 기회였다. 나는 당장 잘난 체부터 시작했다.
“ 오빤 그것도 못해요? 에이 학교생활을 1년 넘게 했으면 워드 편집 그까짓 간단한 거 아니에요?”
그러고는 그날 오후에 준호씨의 집으로 갔다. 그런데 막상 준호씨는 더 이상 시험문제를 출제하기 귀찮다고 하면서 이야기나 하고 놀자고 자기 방으로 이끌었다.
“오빠, 옛날에 몇 명이나 사귀어봤을 거 같냐?”
“몰라요. 그런 건 별로 안 궁금한데요.”
“열 명이 넘는다. 니는 몇 명이나 사겨봤노?”
사실, 지금에서야 밝히지만, 씨름 선수 출신 같은 거구의 몸과 전혀 잘 생겼다고 보기 힘들었던 얼굴이라 내 나름대로 평가를 내린 준호씨는 1명을 사귀어봤으면 많이 사귀어 봤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부터 자랑처럼 예전 여자 친구들의 사진과 그들이 보내온 구구절절한 편지를 읽어주기 시작했다. 짜증이 확 올라왔다.
“오빠, 그거 예전 여자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만하세요.”
준호씨가 기분이 나쁘거나 말거나 그게 더 이상 중요하지 않았다. 나의 예전 남자친구가 다른 여자 앞에서 내 이야기를 저런 식으로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너무 나빠져서 더 이상 그 이야기를 듣고 싶지가 않았다. 그 이야기를 못하게 하자 준호씨는 갑자기 졸립다고 한다. 그리곤 내가 그 방에 있는데도 침대에 덜렁 눕는 것이 아닌가. 저 사람이 무슨 의도인가? 정말로 졸린건지 아니면 흔히 말하는 작업 중인건지 그 고민을 하느라 내 머릿속은 복잡해졌다.
“이리와 너도 잠깐 자. 오빠가 설마 니 잡아먹겠나?”
“아니에요. 전 별로 안 졸려요. 오빠 저 먼저 그럼 갈께요. 주무세요.”
“야! 오빠 잠들 때까지만 그러면 있어라.”
몇 번의 설득 끝에 내가 옆에 살짝 누웠다. 아마 내가 미쳤다고 생각하겠지? 변명하자면 난 이런 상황을 한 번도 겪어 보지 못해서 준호씨 말대로 잠들기 전까지 잠깐만 누워 있다가 집에 가려고 결정을 했었다. 그렇게 그냥 누워있던 준호씨는 갑자기 내 손을 잡았다. 내 심장이 빨리 뛰기 시작했다. 선본지 얼마되지 않았고, 만난지도 몇 번 안 되고, 사귀자고 하지도 않았는데, 손을 잡다니 그것도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내가 너무 보수적인지 아니면 준호씨가 너무 나쁜가 고민하기 이전에 내 꼴도 우습다고 느껴졌다.
손을 잡은 그 놈은 갑자기 날 확 안았다.
“야! 저리 안가나? 씨발 니 확 직이삔다.”
나는 있는 힘껏 뿌리치면서 욕을 했다. 하지만 나의 힘으로는 역부족이었다. 100킬로그램이 넘는 거구를 50킬로그램이 채 안 되는 내가 뿌리치기엔 역부족일 수밖에 없었다.
“씨발 니 죽고싶나?”
오빠고 존댓말이고 다 없다. 내 입에서 나올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던 욕들과 험담이 쏟아져 나왔다. 그랬더니 갑자기 뭔가를 포기한 듯 그놈이 날 풀어주고 일어나 앉았다.
“니 남자랑 한 번도 안 자봤나?”
뭐야 이거? 그놈의 입에서 나오는 소리라니……. 그리고 한심하다는 저 눈 빛은 뭔가? 대답 대신 나는 눈에 있는 힘껏 힘을 줘서 그놈을 째려봤다.
“그리고 니 여자 맞나? 뭔 입이 그리 거치노?”
입이 거칠다니? 자기가 한 짓은 아주 남자다운 짓이고 내가 한 욕을 여자답지 못한 짓이란 뜻인가?
“니는 내 타입 아니다. 나는 다소곳한 여자가 좋거든.”
다소곳한 여자? 순순히 응해주는 여자가 필요했던 게 아니고? 웃기고 한심한 놈.
나는 계속 눈에 힘도 풀지 않고, 씩씩 거렸다.
“니처럼 거친 여자한테 딱 어울리는 선배가 있는데, 니 소개시켜주까? 니한테 딱인데…….”
이놈 봐라? 자기랑 선본 여자를 자기 선배한테 소개시켜준다니?
나는 더 이상 참고 있을 수 없어서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그대로 방을 나와 버렸다. 갑자기 몸이 부들부들 떨리기 시작했다. 어지럽기까지 해 현관에 벗어둔 내 신발을 신는데 몇 분이 걸리는 듯 했다. 간신히 신을 신는데, 그런데 그놈이 갑자기 달려와서 뒤에서 나를 안았다.
신이시여!!
또 한 번 나는 내가 들어본 모든 욕을 다 늘어놓고 그놈의 팔을 확 풀고 나와버렸다.
그걸로 그 사람과 선 본 일은 쫑 났다.
기분이 뭣 같아, 그대로 집에 들어갈 수가 없어 난 친구를 불러내어 술을 실컷 마셨다. 내 나이 28 뭐라고, 결혼이 뭐라고 저런 놈과 선을 보고, 저런 일을 겪어야 하다니 내 인생이 한심하게 느껴졌다.
첫댓글 ㅎㅎ.. 맞선의 험난한 길로 접어드셨군요. 뭐.. 살다보면 별사람 다 만나기도 하죠. 그 운동샘 어만 운동만 많이 하셨나보네요. 빨리 잊으시고 좋은 인연 만나시길... 아무래도 잊혀지진 않을 듯...
다 그런가요? 저만 유독 일들이 많아서.. 진짜 진지하게 글로 써볼생각인데요..ㅡ.ㅡ